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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극 ‘생쥐와 인간’, 확장된 주변 인물들...어떻게 달라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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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모티브히어로 제공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박정선 기자] 연극 ‘생쥐와 인간’이 새로운 변화를 꾀했다. 지난해 초연임에도 국내 관객이 꼽은 최고의 연극상 후보에 오른 이 작품은 미국 작가 존 스타인벡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초연 때와는 달리 원작 소설의 캐릭터 중 하나인 흑인 마구간지기 크룩스가 등장하고, 컬리부인의 서사가 풍부해졌다.

1일 서울 종로구 유니플렉스에서 진행된 ‘생쥐와 인간’ 프로스콜을 통해 민준호 연출은 이 같은 변화를 눈여겨 봐달라고 당부했다. 민 연출은 “크록스 씬과 추가됐고, 컬리 부인의 역할이 확대됐다. 주연 배우들을 비롯해 주변 인물들을 조금 더 확장해서 보여주고 싶었던 의도”라고 설명했다.

작품은 1930년대 미국 대공황시대를 사실적으로 묘하사고 있다. 일자리를 찾아 점점 사회의 변두리로 밀려난 사회적 약자들의 좌절과 방황, 이루지 못한 꿈을 담아냈다. 초연에서 농장주와 농장 노동자의 관계를 담았다면, 재연에서는 다른 농장 노동자들과 숙소조차 함께 쓰지 못하고 마구간에서 생활하는 약자 속의 약자 크룩스가 추가되어 또 다른 차별과 상처를 다루고 있는 것이다.

농장주 아들 컬리 역과 슬림 그리고 크록스까지 1인 3역을 소화하고 있는 배우 송광일은 “다른 계층의 세 사람이라고 규정할 수는 없다. 제가 연기하는 세 명의 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가치관을 최대한 솔직하게 전달해야만 우리의 작품을 잘 이해시킬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캐릭터를 연구했다”고 설명했다. 더블캐스트인 차용학 역시 “조지와 레니는 그대로 있는데, 다른 사람들의 시선과 생각에 의해 다르게 보인다는 것이 안타까웠다. 이 캐릭터들을 연기하면서 있는 그대로를 바라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이번 재연에는 남자들의 시선으로 규정되었던 컬리부인 역이 보다 적극적으로 자신의 감정을 온전히 드러내는 장면들이 추가됐다. 관객들은 그간 알 수 없었던 컬리부인의 다양한 내면을 만날 수 있게 된 셈이다.

컬리부인 역의 배우 한보라는 “처음에는 겉으로 보이는 모습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는데, 사실 컬리부인은 제가 어떤 모습으로 등장을 하더라도 이미 남자들에 의해 ‘헤픈 여자’라는 타이틀이 붙어 있다. 컬리부인은 어떻게 보면 이기적이고 철없는 모습도 있지만 절박하고 솔직한 여자라고 생각한다. 그 시대에는 결혼을 한 여자가 뒤늦게 꿈을 펼치고 실현하는 게 어려웠을 텐데 그걸 생각하고, 꿈을 위해 떠나고자 하는 역할을 보여줄 수 있게 됐다”고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1937년 원작 소설이 출간된 이래 ‘생쥐와 인간’은 최근까지 드라마나 영화로 제작되거나 애니메이션, 노래의 모티브가 되는 등 꾸준히 사랑을 받아 온 작품이다. 대공황시대 미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현실의 벽에 부딪혀 좌절하는 인물들의 고뇌와 슬픔, 약자들이 모여 그리는 소박하지만 빛나는 꿈 등 어느 시대를 살아가든 공감할 수 있는 인간의 본질적인 부분들을 통찰하고 있다.

이 같은 작품의 매력이 배우들의 재출연도 이끌었다. 배우 문태유, 최대훈, 김대곤은 초연에 이어 재연에까지 함께 한다. 최대훈은 “좋은 작품인데 내가 초연 때보다 캐릭터를 잘 그래낼 수 있을지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재연 출연을 주저했다. 하지만 워낙 명작이고 오차가 없는 훌륭한 작품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결정했다”고 했다. 김대곤 역시 “새로운 인물이 추가되고, 다시 각색된 그리고 1년이 지난 후의 내가 그려낼 ‘생쥐와 인간’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다. 조금 더 깊이 있게 캐릭터를 이해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고 곁들였다.

문태유, 최대훈, 김대곤을 비롯해 이번 재연에는 고상호, 서경수, 한보라, 김보정, 김종현, 차용학, 송광일이 함께 한다. 연출가 민준호가 새롭게 연출을 맡았다. 공연은 11월 17일까지 서울 종로구 유니플렉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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