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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점] ‘미쓰리’→‘판소리 복서’ 이혜리, 뚜렷한 장점만큼 명확한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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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판소리 복서' 스틸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장수정 기자] 이혜리가 ‘청일전자 미쓰리’와 ‘판소리 복서’에서 고군분투하는 청춘을 표현하고 있다. 평범한 인물을 사실적으로 그려내면서도 특유의 사랑스러운 매력이 돋보이는 장점은 탁월하지만, 완급 조절이 필수인 타이틀롤 역할로는 부족함을 보여줬다.

그룹 걸스데이 출신 이혜리는 2015년 드라마 ‘응답하라 1988’를 통해 단번에 연기자 타이틀을 얻었다. 대부분의 아이돌 출신 배우들이 가수의 이미지를 채 지우지 못해 초반 고생했다면, 이혜리는 털털하고, 수더분한 캐릭터를 사랑스럽게 소화하며 이러한 어려움을 한 번에 지웠다.

그러나 수월했던 출발과 달리, 다른 장르와 새로운 캐릭터로는 뚜렷한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다. 영화 ‘물괴’에서는 부족한 사극 연기로 지적을, 드라마 ‘투깝스’에서는 기자라는 전문직 여성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해 질타를 받았다. 특유의 말꼬리를 늘어뜨리는 부정확한 발음과 다양하지 못한 표정 연기는 장르와 캐릭터의 폭을 좁히는 장애물이 됐다.

연이은 연기력 논란 이후, 평범하고 일상적인 캐릭터로 돌아온 이혜리의 선택은 재도약의 기회가 되고 있다. 현재 방송 중인 tvN 드라마 ‘청일전자 미쓰리’와 영화 ‘판소리 복서’는 씩씩한 매력으로 현실의 벽에 맞서는 현실적인 청춘의 모습이라는 점에서 ‘응답하라 1988’의 성덕선을 떠올리게 한다. 검증받은 캐릭터에 변주를 가했다는 점에서 기대감이 있었다.

‘판소리 복서’에서는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제 역할을 소화해 냈다. 이 영화에서 그는 판소리 복싱에 다시 도전하는 병구의 든든한 지원군 민지(이혜리 분) 역을 맡아 당찬 매력을 보여줬다. 변두리 체육관에 갑자기 나타나 “착한 남자가 좋다”라며 어리숙한 병구를 물심양면으로 돕는 귀엽고 발랄한 민지가 이 영화의 사랑스러운 매력을 더한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사진에 대한 꿈을 키우는 청춘의 긍정적이고 씩씩한 매력도 잘 표현했다. 순수한 성덕선과 꼭 닮은 캐릭터로 또 한 번 자신의 매력이 무엇인지 증명해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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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tvN 제공



‘청일전자 미쓰리’에서도 유사한 매력을 보여주고 있다. 그가 연기하는 이선심은 말단 경리에서 하루아침에 대표 이사가 돼 직원들을 구하기 위해 분투하는 캐릭터다. 어리숙하고 순진해 친구 구지나(엄현경 분)에게도 사기를 당하지만, 무너진 회사를 살리겠다는 일념만으로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진심을 호소하고 있다. 수수한 옷차림에 큰 뿔테 안경을 쓰고, 갓 사회생활을 시작한 어리바리한 신입의 모습을 외양만으로도 제대로 표현해냈다. 수더분한 모습으로 캐릭터의 사실감을 더하는 이혜리의 열정은 그의 분명한 장점이다.

다만 ‘청일전자 미쓰리’는 ‘판소리 복서’와 분량부터 차이가 있다. 드라마에서는 타이틀롤을 맡은 이혜리는 현실과 부딪히며 성장하는 모습으로 극 전체를 이끌어가야 한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인상을 쓰며 귀엽게 투덜거리거나, 진심을 몰라주는 동료 직원들에게 울상을 지으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도움을 간청하는 등 비슷한 류의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고구마 같다’ ‘답답하다’라는 반응이 나오기 시작한 것은 좋은 신호는 아니다. 물론 성장 드라마의 특성상 캐릭터가 능력을 발휘하며 ‘사이다’를 선사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아직까지 이선심 캐릭터가 활약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기에 나오는 평가기도 하다. 그러나 다채롭지 못한 표정 연기가 이대로 반복되면 지루함을 유발할 수 있다.

특유의 현실감 넘치는 연기와 털털함에서 나오는 러블리함은 입증됐다. 전작들의 부진을 딛고, 가능성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더 입체적이고, 다채로운 표현법이 필요하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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