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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점] ‘버티고’ 천우희, 클로즈업할수록 드러나는 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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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한공주' 포스터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장수정 기자] 천우희가 ‘멜로가 체질’에 이어 ‘버티고’에서 30대 여성의 얼굴을 그려냈다. 큰 화면을 가득 채운 천우희의 얼굴에 담겨 있는 다양한 감정들이 영화의 현실감을 높였다.

17일 개봉한 ‘버티고’는 현기증 나는 일상, 고층빌딩 사무실에서 위태롭게 버티던 서영(천우희 분)이 창밖의 로프공과 마주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영화다.

영화는 서영의 불안한 심리를 집요하게 쫓아가는 영화다. 서사 중심이 아닌, 서영의 감정을 스크린 위에 펼쳐내는 것에 집중한다. 극적인 사건이 없기 때문에 오롯이 서영이 만들어내는 감정의 파도가 몰입을 책임져야 했다.

서영의 심리 상태를 표현하는 카메라의 흔들림이나 그날 하루의 기분을 대변하는 일기 예보 등 감정의 흐름을 따라가기 쉽게 영화적 장치들도 물론 있다.

그럼에도 서영이 드러내는 인물이 아닌, 감내하며 버티는 인물이기 때문에 더욱 다채로운 표현력이 필요했다. 천우희는 눈동자의 흔들림만으로 감정의 차이를 보여주는가 하면, 밀려드는 책임감에 모든 걸 놓아버린 듯 무기력한 얼굴을 보여주며 감정의 고저를 섬세하게 그려갔다.계약직 직원으로서 주눅 들 때도 있지만, 최대한 잘 보이기 위해 노력하는 서영의 어색함이나 연인의 충격적인 비밀을 목도하고 되려 할 말을 잃어버린 멍한 얼굴 등 놓치기 쉬운 감정들까지 포착하는 디테일함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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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버티고' 스틸



서영의 속내를 파고들기 위해 클로즈업이 유난히 많이 사용됐음에도 그때마다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며 보는 이들을 집중하게 만든다.

천우희가 본격적으로 대중들에게 존재감을 각인시킨 영화 ‘한공주’ 이후 또 한 번 특별한 클로즈업 연기를 통해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는 저력을 보여준 셈이다.

‘한공주는 2004년 밀양 집단 성폭행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 소재에 최대한 조심스럽게 접근했기 때문에 직접적인 표현이 거의 없었다. 때문에 천우희는 이 영화에서도 드러내지 않고 깊은 감정을 표현하는 어려운 연기를 해야 했었다. 아무렇지 않아 보이지만 내면에는 상처와 트라우마를 안고 있는 한공주의 막막한 감정은, 캐릭터에 완전히 몰입한 천우희의 표현이 아니었다면 이 정도로 임팩트가 크지는 않았을 것이다.

특히 잦은 클로즈업으로 포착된 천우희의 얼굴에서는 수많은 감정들이 느껴진다. 원망과 체념, 또 그럼에도 씩씩하게 나아가려는 용기 등 다채로운 감정이 담긴 천우희의 얼굴은 ‘한공주’의 상징과도 마찬가지였다.

‘버티고’의 연출을 맡은 전계수 감독은 “‘버티고’는 클로즈업이 많은 영화다. 영화에서는 클로즈업을 잘 써야 하는데, 우리 영화 속 클로즈업 장면은 온전히 천우희의 파워다”라고 천우희의 연기를 평가했다. 클로즈업할수록 더 진가가 드러나는 천우희의 얼굴을 계속 보고 싶은 이유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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