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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韓 대사 만남 피하는 스가…양국 관계 개선 ‘가시밭길’
韓, 주한 일본대사 면담일정 조율
日, 강창일 대사 면담 연기와 대조
스가 총리, 한국에 강경기조 유지
바이든 시대, 日에 더 유리 판단도

문재인 정부가 임기 말 주요 외교전략으로 ‘한일관계 개선’을 내걸었지만 출발부터 암초에 걸렸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정부에서 거듭 대한(對韓) 강경기조를 유지하면서 기초적인 외교 접촉에서부터 제동이 걸리고 있다.

15일 한일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아이보시 고이치 주한 일본대사는 14일간의 자가격리가 끝난 후 문재인 대통령과의 면담 일정과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의 면담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스가 총리가 강창일 주일대사와의 면담에 응하지 않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스가 정부는 주일 한국대사관과의 협의에 소극적으로 응하고 있다. 자가격리가 끝난 지 7일차를 맞고 있는 강 대사는 현재까지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과 면담하지 못했다. 지난 12일 성사된 아키바 다케오 일본 외무차관과 강 대사의 면담도 당초 강 대사의 자가격리가 끝난 당일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일본 측의 일정조정 요청으로 미뤄졌다.

일본의 외교 결례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강 대사는 기자들에게 아키바 차관과의 접견이 ‘상견례’ 차원에서 이뤄져 현안에 대해 얘기 나눌 틈이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키바 차관은 일본 언론에 위안부 손해배상소송에 대한 법원판결에 대해 한국 정부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밝혔다. 스가 총리가 남관표 전 주일대사의 이임접견을 끝내 하지 않아 ‘외교 결례’ 논란이 불거졌을 때도 일본 정부는 문재인 정부의 ‘주일대사 내정 발표’가 아그레망 절차를 준수하지 않은 것이라며 외무성 의전장을 동원해 공개비판으로 응수했다.

일본 정부에서 한국과 기본적인 외교 대화에도 응하지 않는 이유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한미일 3각 공조’를 강조하면서 일본이 한국보다 외교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교도통신은 13일 자민당 보수계 의원들이 돕지 않고, 가르치지 않고, 관여하지 않는다는 ‘비한(非韓) 3원칙’을 강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일 외교 소식통은 “문재인 정부가 (위안부·강제징용 노동자와 관련한) 법원판결에 관한 입장을 명확하게 하지 않는 상태에서 대화에 응하는 건 일본 정부가 한일 청구권 협정에 대한 기본적 입장을 선회했다는 시그널로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역사와 외교현안은 분리해 투트랙으로 대응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와 달리 역사문제가 풀리지 않는 이상 한국과 대화에 나설 수 없다는 일본 정계의 인식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스가 정권이 문재인 정부와의 대화에 응하지 않으면서 조 바이든 미국 새 행정부가 본격적으로 동맹강화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앞서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현재 존재하는 한국과 일본 사이의 긴장은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도 모테기 외무상과 정의용 외교장관과 차례로 통화에 나서며 한미일 삼각협력을 강조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르면 3월 중순 아시아 방문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스가 정권은 대한 강경기조의 원인이 문재인 정부의 모호한 태도에 있다고 미측에 주장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우리 정부는 역사문제를 정치적으로 풀어나갈 의사를 여러 차례 표현했음에도 불구하고 협의에 소극적으로 응하고 있는 일본 정부에 유감스러운 입장을 미국에 설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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