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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은중독의 편파 야구 Just For Twins!]류제국과 일구이무의 정신
13일 시합 결과 시합 결과 : SK 와이번스 8 - 5 LG 트윈스 )

INTRO - LG가 필요로 했던 에이스는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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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LG 선발이었던 류제국. 류제국은 이날 4.1이닝 6실점 6자책으로 또 다시 부진했다.

2012년 말 공익근무를 마친 류제국이 LG 트윈스와 입단 협상을 시작한다. 생각보다 지루한 줄다리기가 이어질 무렵 류제국의 형이 블로그에 글을 올렸다. 당시 언론과 트윈스 팬들 사이에서는 오랜 공백기를 가진 류제국의 재기 가능성을 반신반의하는 분위기가 강했다.

하지만 류제국의 형은 동생의 구속이 시즌 중에 150km를 넘길 것이며 15~20회의 퀄리티 스타트는 쉽게 해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바로 그 다음 LG팬들 사이에서 오랫동안 회자된 명문장이 나온다.

“솔직히 LG에서도 내년 제국이 필요하잖아요.”

2013년 류제국은 거짓말처럼 화려하게 재기했다. 그가 나올 때마다 트윈스는 이겼다. 승률왕 타이틀을 따낸 류제국은 해외파 선수 가운데 처음으로 돌아온 첫 해 타이틀 홀더에 오르는 진기록까지 남겼다. 그랬다. 류제국 형의 말처럼 류제국은 너무나 LG가 필요로 했던 선수였고 그는 그것을 증명해 보였다.

올해 류제국은 어떤가. 올해 트윈스 팬들은 그가 투구하는 모습을 보기가 너무 고통스럽다. 무엇이 그를 단 1년 만에 이렇게 바꿔놓았을까 싶을 정도다. 공익근무를 마치고 돌아온 지난해보다도 구속이 떨어졌다. 제구는 전혀 잡히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자신감이 떨어진 그의 표정이 보는 이들을 힘들게 한다. 야수들의 플레이 하나 하나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 자신에게 화가 났건 어쨌건 더그아웃으로 들어오면서 그가 보여주는 예민한 행동들이 보는 이들을 고통스럽게 만든다.

소포모어 징크스라고 부를 수도 없다. 그는 신인이 아니다. 벌써 31세다. 메이저리거 경험까지 있는 류제국이기에 2년차 징크스를 운운할 상황이 아니다.

아무리 봐도 준비가 부족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것이 자만심 탓이었건 다른 이유가 있었건, 올해 준비가 터무니없이 부족했다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한 팀의 에이스임에도 개막전에 맞춰 컨디션을 끌어올리지 못했다. 시즌 중반 “체중이 너무 나가 제구가 안 잡힌다”며 살을 뺐다. 문제가 있을 때 고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적어도 체중이 많이 나가는 문제를 시즌 중에 고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그는 프로다. 사회인 야구 선수가 아니란 말이다.

중요한 순간 - 이만수 명장설?
4회초는 트윈스에게 최악의 순간이었지만 와이번스에게는 최고의 순간이었다. SK 이만수 감독은 한 이닝에 심판의 오심을 두 차례나 정확히 잡아냈다. 그리고 멋진 대타 작전까지 성공하면서 역전에 성공했다. MBC 스포츠플러스의 중계진은 ‘이만수 감독 3타수 3안타 3타점’이라는 센스 넘치는 자막을 내보냈다.

무릇 조용필이나 이미자 뒤에서 노래를 부르지 말아야 하고, 원빈이나 배용준 뒤에서 패션쇼를 하지 말아야 하는 법이다. 이만수 감독은 김성근 감독이 세워놓은 SK 왕조를 이어받아 팀을 하위권으로 전락시켰다. 그리고 그 과오가 너무 크게 보인 나머지 마치 그가 역대 최악의 감독인 것처럼 평가를 받을 때도 있었다. 이만수 감독이 잘못한 것도 분명 많겠지만, 불운도 없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그는 KBO가 낳은 최고의 감독 다음으로 그 자리를 이어받았다.

팀이 잘 못되면 감독이 욕을 먹는 것은 당연지사다. 올 시즌은 특히 그런 현상이 심해서 하위권 팀의 팬들은 “우리 감독이 더 최악이다”라고 열을 올리며 엉뚱한 경쟁을 펼치기도 한다. 그리고 그 최악의 감독 후보에 어김없이 이름을 올리는 이가 SK의 이만수 감독이다.
이만수 감독의 능력에 대해 평하자는 게 아니다. 필자는 그가 유능한 감독인지 무능한 감독인지에 대한 판단을 유보한다. 하지만 적어도 13일 보여 준 두 차례의 정확한 챌린지와 대타 승부수만큼은 매우 훌륭했다. 13일 와이번스 승리의 공을 이만수 감독에게 돌려도 전혀 무리가 없을 것이다.

OUTRO - 일구이무의 정신
고양 원더스의 명장 김성근 감독은 일구이무(一球二無)의 정신을 강조한다. 한 번 떠난 공은 다시 불러들일 수 없다는 뜻이다.

야구에서 어찌 두 번째 기회가 없으랴. 하지만 정신만큼은 두 번째 기회가 없다고 생각하고 자신을 준비시켜야 한다. ‘다음에도 기회가 있겠지’라고 생각하는 자와 ‘이번이 마지막이다’라고 생각하는 자의 차이는 보지 않아도 너무 뻔하다. 요즘 히트하고 있는 영화 '명량'의 주제도 이것 아닌가?

복귀 첫해 승리의 요정. LG 팬들에게 ‘제국의 역습’으로 불렸던 류제국이다. 과연 그가 지난 겨울 복귀 2년째를 준비하면서 일구이무의 정신으로 모든 것을 중무장했는지 다시 한 번 돌아보기를 바란다.

김성근 감독의 말과는 달리 야구에서는 다행스럽게도 두 번째 기회가 분명 존재한다. 류제국이 ‘에이스’의 칭호에 걸맞은 실력과 당당한 표정으로 우리 곁에 돌아오기를 소망한다.


*수은중독 : 1982년 프로야구 개막전에서 이종도의 만루 홈런을 보고 청룡 팬이 된 33년 골수 LG 트윈스 팬. 인생에서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두 자녀를 어여쁜 엘린이로 키우고 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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