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수은중독의 편파 야구 Just For Twins!]리오단, 절박함이 빚은 에이스의 역투
15일 결과 : NC 다이노스 2 - 3 LG 트윈스

이미지중앙

15일 6이닝 1실점 역투로 팀승리를 이끈 리오단.

INTRO - 절박함에서 피어난 두 송이의 꽃
리오단과 찰리. 나름대로 빅매치다.
양 팀을 대표하는 외국인 투수의 경기여서만이 아니다. 지난 6월 24일 주중 3연전 첫 경기, 찰리는 LG전에 선발 등판해 외국인 투수 역사상 처음으로 노히트 노런이라는 대기록을 썼다.

이 충격적인 패배에 침울해 있었던 LG 팬들을 다시 업 시킨 선수는 리오단이었다. 리오단은 이틀 뒤인 26일 NC를 상대로 LG 역사상 7번째 무사사구 완봉승을 기록하며 이틀 전 수모를 되갚았다.

두 미남 외국인 투수의 빛나는 투구를 본 당시 양 팀 팬들은 “과연 찰리와 리오단이 붙었다면 어떻게 됐을까?”라는 궁금증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그 궁금증을 해소할 기회는 두 달 뒤인 8월 15일 잠실벌에서 실현됐다. 직전 매치업에서 노히트 노런과 무사사구 완봉승을 각각 기록한 두 외국인 에이스의 대결. 나름대로 빅매치였던 것이다.

결과는 리오단의 승리로 돌아갔다. 찰리는 욕설 파문 이후 주춤했던 컨디션을 끌어올리며 나름대로 호투했지만, 리오단의 투구가 더 빛났다. 리오단은 6이닝 1실점으로 역투하며 4연패에 빠졌던 트윈스를 다시 한 번 기사회생 시켰다.

두 투수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꽤 잘 생긴 얼굴에 상당한 수준의 제구력도 비슷하지만 메이저리그 경력이 없이 한국 프로야구에 도전했다는 점도 닮았다. 지난해 찰리는 뽑힐 당시만 해도 팀 내 에이스로 기대된 선수가 아니었다.

리오단도 마찬가지다. 스프링캠프까지 트윈스의 부동의 에이스는 160km의 광속구를 뿌리는 리즈였다. 심지어 리오단은 마이너리그에서도 성적이 그다지 신통한 선수가 아니었다. 리오단에게 기대된 역할은 그저 리즈와 류제국, 우규민에 이어 4선발 정도를 수행해 주는 것이었다.

하지만 두 선수는 절박함을 바탕으로 한국 프로야구에서 빛나는 성공 무대를 열어 젖혔다. 찰리는 두 말할 것 없는 리그 최고의 우완으로 거듭났다. 리오단은 역대급 투고타저의 리그에서 평균자책점 3.81로 리그 5위에 올라서며 LG의 에이스로 재탄생했다.

절박함은 프로 선수에게 가장 진실한 무기다. 절박함에서 배우려는 의지가 피어나고, 그 의지 위에 발전이라는 열매가 맺힌다. 전반기 그야말로 죽을 쑤던 리오단은 양상문 감독의 조언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이며 LG의 에이스로 우뚝 섰다. 1실점 완투패를 당하고도 그는 트위터에 팀을 먼저 생각하는 멘션을 올린다. 마인드가 훌륭하다. 팬들은 이런 선수에게 열광하기 마련이다.

찰리도 마찬가지다. 비록 그가 한 때 ‘조카 신발’을 입에서 뱉으며 ‘절박함이 사라진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생기기도 했지만 필자는 여전히 찰리의 눈빛에서 절박함을 본다. 그 절박함을 잊지 않는다면 찰리는 그 한 순간의 실수를 극복하고 다시 리그에서 인정받는 우완으로 일어설 가능성이 높다.

이날 두 투수가 보여준 역투는 절박함에서 피어난 아름다운 두 송이 꽃과 같았다. 미국 프로야구에서 성공하지 못한 이 준수한 두 투수가 한국에서 그 꽃을 더욱 활짝 피우길 진심으로 소망한다.

최고의 멤버 - 양상문 감독
팬들은 끈질긴 승부 끝에 볼넷을 얻거나 안타를 치는 선수를 좋아한다. 특히 상대 투수가 뛰어난 에이스일 때 더욱 그렇다. 아웃이 되더라도 초구나 2구를 건드려 허망하게 죽으면 팬들은 화가 난다. “최소한 투구 수라도 늘려 놓아야지!”라는 원성이 가득하다. 그래서 타자들은 초구나 2구 공략에 부담을 가진다. 안타를 치면 좋지만 초구를 건드려 아웃되면 그 허망함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이미지중앙

'오늘은 제갈양상문^^' NC 전에서 4연패를 끊은 양상문 감독.

하지만 트윈스는 이날 과감한 초구와 2구 공략 전략을 들고 나왔다. 양상문 감독은 상대팀 투수 찰리의 제구와 승부 패턴을 감안해 주저함 없는 결단을 내렸다. 결과는 멋진 성공이었다. 역시 팬들이 보는 것과 전문가들인 코칭스태프가 보는 관점은 다르다. 그리고 항상 그렇지는 않지만 자신의 전력을 꼼꼼히 파악하고 상대의 전략을 섬세하게 분석한 감독의 결단이 맞을 때가 더 많은 법이다.

1회말 리드 오프 정성훈이 초구를 공략해 2루타를 때렸다. 2번 황목치승이 초구를 건드려 2루 주자를 3루로 보냈다. 이후 박용택의 땅볼로 가볍게 선취점.

2회말 2사에서 7번 오지환이 2구를 공략해 2루타를 만들었다. 8번 최경철이 초구를 공략해 가볍게 1,2루를 가르며 타점을 올렸다. 2대 0.

4회 선두타자 이진영이 2구를 공략해 좌익수 앞 안타를 쳐냈다. 이후 오지환의 안타로 이진영이 홈을 받아 3대 0.

패전 투수가 됐지만 7이닝을 소화한 찰리의 투구 수는 고작 88개였다. 만약 트윈스가 졌다면 오만 욕을 다 먹었을 초구, 2구 공략 전략이었지만 야구는 결과가 말을 해주는 스포츠다. 리그를 대표하는 우완을 상대로 적극적인 공략을 통해 초반 3점을 얻은 양상문 감독의 전략은 매우 훌륭했다. 이후 적절한 시점의 투수 교체를 통해 이 3점을 잘 지켜 4연패를 끊었다. 이날 양상문 감독은 ‘제갈양상문’으로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OUTRO - 절박함으로 가득찬 라인업을 기대하며
1980년대 MBC 청룡의 내야 라인업은 그야말로 물샐 틈이 없었다. 1984년에 입단한 1루수 김상훈은 아마추어를 평정한 최고 좌타 거포였고 수준급 수비를 자랑했다. 2루수 김인식은 원년부터 MBC의 2루를 지킨 최고의 테이블 세터였다. 3루수 이광은은 MBC의 핫코너를 든든히 지킨 중장거리 타자였고, 유격수 김재박은 이종범과 함께 역대 최고의 유격수를 겨룰만한 레전드였다.

지금 트윈스의 내야는 조금 다르다. 입단 당시 ‘향후 10년, 리그를 지배할 내야수가 될 재목’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박경수가 기대대로 성장하고, 역시 거포 유격수의 자질을 뽐냈던 오지환이 강정호가 성장한 속도의 반만이라도 따라잡았다면 트윈스는 1980년대 구축했던 환상의 황금 내야 라인업을 구축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어쩌면 내년 트윈스 내야의 주축은 아마추어 시절부터 그 명성을 뽐냈던 올스타급 내야진이 아니라 절박함 속에 자질을 피운 잡초 같은 선수들로 채워질지도 모른다. 오지환이 군에 입대한다면 그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 1루수 신고선수 출신 선수 채은성, 2루수 현역 의장대 출신 김용의, 유격수 고양 원더스 출신 황목치승, 3루수 삼성의 백업 내야수 출신 손주인의 라인업이 나올 수도 있다.

물론 이 라인업이 김상훈-김인식-이광은-김재박 라인업에 비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필자는 이 ‘무명’의 라인업이 구축된다고 하더라도 결코 다른 팀에 꿀리지 않는 파괴력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라인업에는 팬들의 가슴을 아리게 하는 절박함이라는 키워드가 있다.

리오단이 마운드를 지키고 3개 구단을 전전한 최경철이 안방을 맡으며, 채은성-김용의-손주인-황목치승의 내야 라인업이 승리를 일궈낸다면, 그 감격이 얼마나 클지 상상이 가지 않는다. 그날의 승리야말로 ‘절박함이 빚은 승리’로 기록될 것이기 때문이다.

*수은중독 : 1982년 프로야구 개막전에서 이종도의 만루 홈런을 보고 청룡 팬이 된 33년 골수 LG 트윈스 팬. 인생에서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두 자녀를 어여쁜 엘린이로 키우고 있다.


sports@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
          연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