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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댓글로 보는 스포츠](3) 재택근무와 송가연죽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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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수 축구협회 기술위원장

유럽의 재택근무
*판 마르베이크 협상 결렬…차순위 대상자 누구?(8월 17일, 연합뉴스)

유력한 차기 축구 국가대표팀의 사령탑으로 거론되었던 베르트 판 마르베이크 감독 계약이 파행으로 치닫고 말았다는 내용. 웃긴 건 결렬 이유. 협상 과정에서 연봉에 따른 세금과 거주문제로 고심하던 마르베이크 감독은 국내 평가전 일정이 없으면 유럽에서 지내겠다는 조건을 내세웠다. 대통령이 강조한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 당연히 대한축구협회는 수용 불가. 워크&라이프 밸런스를 중히 여기는 유럽인의 사고방식과는 달리 한국 정서는 국대축구에 헌신할 사람이 필요했다.

당연히 누리꾼들이 분기탱천. 그리고 모처럼 '축협'과 이용수 기술위원장을 응원하기까지 했다.

'재택근무라는 터무니없는 일을 하려는 판마르바이크를 과감히 내치신 갓용수님 역시 일 잘하십니다~(애질)'
'진짜 재택근무는 좀 오바였다...(뿌잉)‘
‘결렬됐어도 이용수 뭔가 더 믿음직하다. 급하게 성과내려고 계약하기보다 느리더라도 한국축구 발전을 위해 신중을 기하는 모습 보기 좋다(taet****)’

접두사 '갓(god)'은 LA다저스 에이스 커쇼급에 붙는 수식어. '축피아'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욕먹기 바쁜 대한축구협회에 이런 수식어가 붙다는 어색, 또 어색. 어쨌든 모처럼 박수를 보낸다. 앞으로 이럴 일이 많지 않을 것 같아 인심 쓰는 김에 아주 후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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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데뷔전을 치른 송가연선수

이뻐도 용서가 안 될까?
*[로드 FC] 송가연, 데뷔전서 무차별 파운딩...에미에 TKO 승(8월 18일, OSEN)

미녀파이터로 친숙한 송가연(20)이 지난 17일 화려한 데뷔전을 펼쳤다. 결과는 1R 2분 30초 TKO승. 정말이지 일방적인 경기. 데뷔 전부터 여성선수가 적은 종합격투기 세계에서 그 희소성과 더불어 미모로 많은 관심을 받은 송가연. 방송 출현 등을 통해 인지도도 필요 이상으로 높아진 까닭에 이 매치는 단숨에 빅이벤트로 승격!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의 상위권을 수놓았다.

하지만 프로모터가 팬들의 수준을 너무 무시했다. 최고 인기를 구가하던 한국프로레슬링은 '짜고 한다'는 폭로에 모래성처럼 무너졌다. 또 미국에 이어 세계 2대 시장이었던 한국 프로복싱은 '가짜복서' 등 수준낮은 상대를 데려다 안방에서 때려눕히는 일을 반복하더니 비인기종목으로 전락했다. 말도 안 되는 경기를 이기는 것보다는 제대로 된 승부에서 당당하게 지는 것이 더 낫다. 격투기로 밥먹고 산다면서 '코리언 좀비' 정찬성이 왜 인기가 높은지도 모르는가?

송가연의 상대는 일본에서 온 에미 야마모토(33). 두 아이의 엄마로 4년 전 일본 전통무술에 입문하며 운동을 시작했다. 송가연과 마찬가지로 프로 무대경험은 전무. 일단 물리적으로 13년의 나이 차이가 난다. '그렌저TG'와 '각그렌저'만큼의 연식차이다. 경기 전부터 '일본 아줌마' 등 우려가 제기됐다. 심지어 상대가 너무 많이 맞을까 걱정이 나왔다. 그리고 끔찍하게도 결과도 그랬다. 이 가련한 일본 아줌마는 이렇다 할 공격없이 송가연에게 매만 맞았다. 반일감정이 심한 이들에게도 통쾌감은커녕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 지경(안습). 이건 송가연을 죽이는 행위다. 공식경기도 치르지 않은 그녀의 인기가 너무 높아지자 이를 시샘한 누군가가 이 따위 데뷔전을 기획한 건 아닐까?

이러니 댓글에서 난리가 난 것은 당연하다. 예쁘고 잘난 한국선수가 통쾌하게 이겼는데 축하보다는 비판이 더 많았다(못해도 95% 이상)

‘그냥 일본 아줌마 델고 와서 엄청 패네... 미안해 아줌마...(리버풀)’
‘상대편에게 미안해질줄이야...(teen****)’

동정론을 넘어 주최 측을 질타하는 댓글도 많았다.
‘아.. 이게 임수정이 XXX들한테 당한거랑 뭐가 다르냐? 참나..한심하다 한심해(잉어잉어)’

해결책은 하나다. 조만간 송가연이 제대로 된 상대와 싸워 '한국의 론다 로우지'임을 증명해야 할 것이다. 이기든 지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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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EPL 개막골을 장식한 기성용선수

양보단 질
*[이성모의 어시스트] 기성용 골에 대한 전술 포인트 ‘왜 기성용은 완벽한 노마크 상태였나’(8월 17일, 서울신문)

16일 EPL 개막전에서 나온 기성용이 시원한 왼발골. EPL 시즌 첫 골은 한국선수 최초. 한국 축구팬의 월드컵 응어리를 조금이나마 풀어주는 작은 쾌거라 할 수 있다. 관련 기사가 쏟아졌지만 이 기사는 기성용의 골상황을 전문적으로 분석해 호평을 받았다. 무시를 했을까? 맨유의 후안 마타가 잠시 기성용 대신 볼에 집중했는데 기성용은 이 찬스를 놓치지 않았단다. 기성용과 마타의 움직임이 시간별로 표시되어 어느 시점부터 수비실수가 있었는지 한눈에 보여줬다. 절로 수긍이 갔다. 요즘 유럽축구빠들 수준 높다. 이처럼 날카롭고 분석적인 기사에는 아름답고 훈훈한 댓글들 냉큼 붙는다.

‘이런 게 기사지 와... 기사 진짜 잘 썼다(EPL명장벵거)’
‘미드필더가 공격뿐만 아니라 수비도 중요하는 걸 알려주는 좋은 기사입니다(천연루키)’
‘라이트팬들은 집어내지 못할 부분을 잘 잡아주셨네요(ㅈㅈ)’

독자들은 ‘좋은’ 컨텐츠에 목말라 있다. 정보의 범람으로 개개인이 접하는 정보의 총량은 많아졌지만 반대로 질은 급하락. 기사 보고 화내게 해서는 안 된다. 댓글로 보는 스포츠도 성찰 또 성찰! [헤럴드스포츠=한일남 기자]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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