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그늘집에서]김인경의 선(善)한 울림은 계속되어야 한다
이미지중앙

[헤럴드스포츠=이강래 기자]김인경(26 하나금융그룹)은 작은 체구와 달리 큰 마음씨를 가진 선수다. 얼핏 보면 4차원 같지만 내면에는 견고한 인생관이 자리잡고 있다. 그의 내면을 도도히 흐르는 강(江)은 휴머니즘이다. 김인경은 불교에 심취해 있으며 지구 공동체에 관심이 많다. 아이들이나 어려운 이웃을 돌보려 하며 자선활동에 적극적이다. 2010년 로레나 오초아 인비테이셔널에서 받은 우승상금 22만 5000달러를 오초아 재단과 스페셜 올림픽 조직위에 반씩 기부했다. 김인경은 지금도 스페셜 올림픽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다.

김인경은 프로골퍼지만 골프가 모든 일에 우선하지 않는다. 지난 7월 한화금융 클래식에 출전했던 김인경은 대회를 마친 후 미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신라의 유적이 즐비한 천년고도 경주로 갔다. 한국의 역사를 알고 싶다는 내면의 요구 때문이었다. 그 다음 주엔 중국으로 건너갔다. 일주일간 머물며 동이족의 유물로 알려진 만주와 내몽고 지역의 파라미드 유적을 둘러봤다. 미국LPGA투어 메이저 대회인 웨그먼스 LPGA 챔피언십이 열린 주였지만 김인경은 경기에 출전하지 않고 중국에서 시간을 보냈다.

김인경은 동료들과는 다른 환경에서 자랐다. 대부분이 부모, 특히 부친의 권유로 골프에 입문했지만 김인경은 자신이 먼저 부친을 조른 끝에 10살 때 골프를 시작했다. 그리고 그의 부모는 외동딸에게 "열심히 연습하라"는 말을 한번도 하지 않았다. 이런 자유로운 성장 환경은 자유로운 사고로 이어졌다. 그래서 인지 김인경의 골프는 창의적이다. 작은 체구라 드라이버샷 거리가 짧지만 이를 보완하는 창의적인 골프가 있어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할 수 있었다.

그의 담대함을 보여주는 일화도 있다. 한영외고 1학년 때인 2005년 김인경은 세계적인 선수를 꿈꾸며 혼자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고 물어 물어 유명 스윙코치인 게리 길크리스트가 운영하는 국제주니어골프아카데미(IJGA)를 찾아갔다. 그 때가 첫 미국 방문이었다. 그 곳에서 김송희, 펑샨샨과 동문수학하며 골프를 익혔고 US 여자 주니어 아마추어 챔피언십에서 우승했으며 전미 주니어 랭킹 1위에 올랐다. 어린 나이에 혈혈단신으로 미국에 간 김인경도 대단하지만 어린 딸을 혼자 보낸 부모도 보통 사람들은 아니다.

김인경은 LPGA투어에서 3승을 거뒀으나 프로생활이 순탄치는 않았다. 루키 시즌인 2007년 6월 웨그먼스 LPGA 대회에서 마지막 날 17번홀에서 이글을 잡은 로레나 오초아에게 1타차로 쫒겼고 18번홀의 파퍼트 실패로 동타를 허용한 뒤 연장전 끝에 패했다. 2010년 제이미파 오언스 코닝클래식에선 최나연, 김송희 등과 연장 대결을 펼쳤으나 최나연에게 밀렸다. 결정적인 패배는 2012년 메이저 대회인 크래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이었다. 김인경은 72번째 홀에서 30cm짜리 파퍼트를 놓쳐 유선영게게 연장을 허용했고 결국 무릎을 꿇고 말았다. 김인경은 지난 해 기아클래식 때도 마지막 홀에서 2m 거리의 파 퍼트를 놓쳐 연장전을 허용했고 스페인의 베아트리체 레카리에게 패했다. 모질지 못한 성격이 연장전 4전 전패라는 아픔을 낳은 것 같아 안타깝다.

리더보드에서 좀처럼 이름을 볼 수 없었던 김인경이 미국무대에서 오랜 만에 우승 기회를 잡았다. 김인경은 30일(한국시간)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의 컬럼비아 에지워터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포틀랜드 클래식에서 이틀 연속 선두를 달렸다. 공동 2위 그룹과는 3타차다. 부디 이번엔 연장전 없이 우승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사람 좋으면 꼴찌'라는 말이 틀리기 바라며 그의 선(善)한 울림이 계속되길 바란다.



sports@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
          연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