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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효주 성공 뒤엔 특급 요리사 아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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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열린 기아자동차 한국여자오픈 우승 직후 딸과 함께 기념 사진을 찍은 김창호씨=윤영덕 기자


[헤럴드스포츠=최웅선 기자]에비앙 챔피언십에서 각본 없는 감동 드라마를 쓰며 정상에 오른 김효주(19 롯데)의 성공 뒤엔 아버지의 헌신이 있었다. 박세리와 신지애, 최나연, 박인비가 그랬던 것처럼 김효주도 부친 김창호(56) 씨의 그림자 뒷바라지가 있었다.

서른일곱의 늦은 나이에 둘째 딸 김효주를 낳은 김 씨는 어린 딸을 건강하게 키우기 위해 태권도를 시켰다. 하지만 어린 효주는 태권도 보다 축구를 좋아했다. 사내아이들처럼 격렬한 운동을 좋아하는 딸에게 김씨는 여성스런 운동을 시키고 싶었다. 그리곤 지인의 권유로 효주를 골프연습장에 데려갔다.

여섯 살에 처음 골프채를 잡은 김효주는 공치는 재미에 푹 빠져 하루에 2~3시간씩 쉬지 않고 연습볼을 치며 혼자 놀았다. 김효주의 재능을 알아본 지인은 부친 김 씨에게 골프선수로 키울 것을 제안했다. 그렇게 김효주의 골프인생은 강원도 문막에서 시작됐다.

공사장에서 식당을 운영했던 김 씨는 딸이 태극마크를 달자 사업을 접고 적극적으로 뒷바라지에 나섰다. 그러나 여느 골프 대디와 달리 딸을 데려다 주고 데려오는 것 외에는 일체 신경 쓰지 않았다. 대신 먹는 것엔 각별한 신경을 썼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전국 각지에서 열리는 대회에 출전하느라 매번 입에 맞지 않는 음식을 먹어야 하는 딸을 위해 김씨는 대회장에서 직접 아침과 저녁을 해 먹였다. 해외로 겨울전지훈련을 떠날 때면 김치와 음식 재료를 직접 가져가 딸 뿐 아니라 딸의 친구들까지 음식을 해먹였다. 김효주와 같은 또래의 남녀 국가대표 출신 선수들 치고 김 씨의 음식을 먹지 않은 선수들이 없을 정도엿다.

김씨는 매년 가을이면 딸이 먹을 일년치 김치를 담가 땅속에 깊이 묻어 두고 꺼내 먹인다. 그리고 음식 재료는 모두 직접 재배한 것들이다. 김씨의 헌신적인 노력은 아마추어 딱지를 떼고프로 무대에 들어가서도 계속 되고 있다.

지난 해 에비앙 챔피언십에 출전했을 때는 비행기 안에서 김치가 익어 비닐봉지가 터질 것 같은 아찔한 상황 속에서도 이런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 오로지 딸에게 입에 맞는 음식을 먹이겠다는 의지 때문이었다. 다행히 김치를 담은 비닐봉지가 터지지 않아 에비앙 챔피언십에 출전한 한국선수 모두가 프랑스에서 맛난 한국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

김효주가 과거 미국LPGA투어 경기에 출전했을 때의 일이다. 숙소가 호텔인 탓에 음식을 조리해 먹일 수 없었지만 김 씨는 호텔 측에 양해를 구하고 전자 레인지 하나로 한국음식을 맛깔나게 만들어 신지애 등 한국선수들과 함께 먹이기도 했다.

김씨는 전국 골프장 근처의 맛집을 꿰차고 있다. 맛있다고 소문난 집이면 딸을 위해 먼저 가서 음식을 먹어보고 그 다음 딸을 데려간다. 다른 선수의 부모와 달리 김씨가 딸을 쫓아다니는 것은 음식을 해 먹이기 위해서다.

김 씨는 딸에게 참견하지 않기로도 유명하다. 김효주는 주니어시절 인연을 맺은 한연희 코치에게 지금까지 일관되게 지도를 받고 있다. 또 프로로 전향할 때도 매니지먼트사에 김효주의 모든 것을 일임했다. 여느 부모들처럼 ‘콩 놔라 팥 놔라’ 하지 않는다. 김 씨는 딸이 경기를 시작하면 골프장 밖으로 빠져 나가 김밥을 마련해 온다. 김효주가 전반 9홀 경기가 끝날 때면 간식으로 건네주기 위해서다. 자신의 역할을 제한해 놓은 것이다.

김효주는 평소 “아버지의 고생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더욱 열심히 골프를 한다”고 말한다. 김효주의 언니인 큰 딸은 대학에서 스포츠 매니지먼트를 전공하고 있다. 부친 김씨는 큰 딸이 대학을 졸업하면 자신은 완전히 손을 떼고 자매가 알아서 투어를 꾸려 가라는 원칙을 세워 놓고 있다. 부친 김 씨의 인내심은 딸 김효주의 골프처럼 세계적이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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