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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의 반면교사, 사우디 축구의 몰락
*헤럴드스포츠는 2014 인천 아시안게임을 맞아 아시안게임뉴스서비스(AGNS)의 협조로 주요 현장기사를 소개합니다. 아시안게임 및 AGNS 기사에 많은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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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축구는 왜 몰락했을까? 인천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사우디 대표팀의 베스트11.

‘중동의 모래바람’이라 불리던 사우디 아라비아 축구는 왜 몰락했을까?

사우디는 지난 17일 한국과의 아시안게임 A조 조별예선 2차전에서 0-1 패배를 당했다. 단순히 패배를 한 것뿐만 아니라, 경기력에 있어서도 문제점이 많이 보였다. 앞서 14일 1차전에서는 약체 라오스를 상대로 3-0으로 승리했지만 전반에 한 골도 넣지 못하는 등 역시 내용이 좋지 않았다. 확실한 것은 한때 '아시아의 맹주' 한국도 위협했던 사우디 축구가 힘을 잃었다는 사실이다.

최근 들어 축구에 관심을 갖기를 보기 시작한 사람이라면 사우디가 아시아에서 어떤 존재였는지 잘 알지 못할 수도 있다. 예컨대 ‘현재 중동의 강호가 누구라 생각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하면 떠올리는 국가는 십중팔구 이란을 지목할 것이다. 더 이상 사우디를 중동 최고의 팀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이다. 그렇다면 과거의 사우디는 얼마나 대단했을까?

아시아를 휩쓸던 ‘중동의 모래바람’

약 20년 전은 아시아축구의 인프라가 지금보다 훨씬 열악했다. 제대로 된 프로리그를 갖춘 나라도 얼마 되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아시아 국가가 월드컵에서 16강에 진출한다는 것은 기대하기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이룬 나라가 바로 사우디다.

사우디는 1994년 미국월드컵에서 네덜란드, 벨기에, 모로코와 함께 F조에 속했다. 아시아 국가에게는 결코 만만치 않은 조합이었다. 하지만 사우디는 2승 1패의 성적으로 당당히 16강에 올랐다.

아시안컵의 경우 사우디의 위상은 더욱 올라간다. 1984년 대회부터 2007년 대회 까지 약 23년간 사우디가 아시안컵 결승에 못 올라간 적은 단 한 번뿐이다. 7번의 대회에서 무려 6번이나 결승에 진출한 것이다. 이 정도면 아시아를 가히 휩쓸었다고 봐도 전혀 무리가 아니다.

어느 순간 잠잠해진 모래바람

이렇게 아시아권에서 강력하던 사우디가 어느 순간 몰락했다. 그 시작은 남아공 월드컵 예선이었다. 1994년부터 2006년까지 4회 연속 진출했던 사우디가 아시아 예선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최종예선에서 한국과 북한에 밀려 3위를 기록했고, 바레인에게도 밀려 플레이오프 진출권도 획득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사우디가 여전히 아시아 상위 클래스라는 사실을 의심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하지만 2011 아시안컵이 그 쐐기를 박았다. 아시안컵에 밥 먹듯이 결승에 진출하던 사우디는 2011년 대회에서 3전 전패라는 충격적인 결과를 낳는다. 비록 일본, 시리아, 요르단이라는 강호들과 예선전부터 만났다고 했지만, 승점 1점도 챙기지 못했다는 것은 충격일 수밖에 없다. 이후 브라질 월드컵 진출에도 실패하면서 사우디의 몰락은 기정사실화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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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7일 인천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한국과의 경기에서 심판 판정에 항의하고 있는 사우디 아라비아 선수들.

두 가지 이유

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아시아를 휩쓸었던 사우디, 도대체 이렇게 갑자기 몰락한 이유가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우물 안의 개구리’ 신세를 면치 못했기 때문이다. 사우디는 이상하리만큼 자국 선수들이 해외에서 뛰는 것을 꺼려한다. 이러한 정책과 더불어 선수들도 자국리그가 유럽리그에 비해 돈을 적게 주는 것도 아니고, 세금도 없기 때문에 굳이 해외진출을 하려 하지 않는다.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다. 사우디의 '축구쇄국정책'은 결국 무너지는 결과를 낳았다. 우물 안의 개구리들끼리 싸워서 실력을 기른다고 우물 밖의 뱀을 이길 순 없는 것이었다. 세계 축구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한 사우디는 결국 아시아에서도 점차 변방으로 분류되고 말았다.

두 번째 사우디 축구협회의 지나친 간섭도 문제가 됐다. 2001년부터 2011년까지 약 10년간 사우디를 맡은 감독의 수가 무려 12명이다. 평균 1년을 채우지 못했다는 소리다. 당장의 실적을 보여주지 않으면 가차 없이 짤라 버리는 축구협회 때문에 감독들은 다양한 전술을 실험해볼 수 없었고, 같은 전술만 사용하다 현대축구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했다.

그럴리야 없겠지만, 또 그렇게 돼서는 안 되겠지만 화무십일홍이라고 한국 축구도 위기를 맞을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미리부터 사우디 축구의 몰락을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다. [인천=임재원 기자(AGNS)]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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