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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커쇼 & 웨인라이트, 두 에이스의 낯선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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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이닝 11피안타 6실점으로 무너진 웨인라이트 (사진=OSEN)


[헤럴드스포츠=김중겸 기자] 정규 시즌 20승 투수간의 맞대결. 팽팽한 투수전이 예상됐지만 10-9의 스코어에서 알 수 있듯이, 경기는 정반대의 양상으로 진행됐다.

먼저 흔들린 것은 웨인라이트였다. 웨인라이트는 그리척의 깜짝 솔로 홈런으로 한 점의 리드를 안고 마운드에 올랐다. 1회와 2회, 웨인라이트는 각각 두 명의 주자를 내보냈지만 실점을 허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패스트볼 구속이 정규시즌에 미치지 못했으며, 제구의 날카로움도 대단히 무뎌져 있었다. 2회말 디 고든과 10구 승부를 펼치는 등 2회까지 44개의 공을 던져야했다.

3회 이후 웨인라이트는 급속히 무너지고 말았다. 3회말 웨인라이트는 2사 후 라미레즈와 크로포드에게 연속 적시타를 허용하며 다소 손쉽게 역전을 허용했다. 그리고 4회말 또 다시 2사 후 푸이그와 켐프에게 적시타를 내주며 두 점을 더 내줬다. 올 시즌 웨인라이트의 득점권 피안타율은 .209였으며, 2사 후 득점권 피안타율은 .169에 불과했다.

5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그는 1사 후 엘리스에게 2점 홈런을 맞고 마운드를 내려와야 했다. 최종 성적은 4.1이닝 11피안타 6실점. 11피안타는 웨인라이트의 올 시즌과 통산 포스트시즌 한 경기 최다 피안타 기록이다. 정규시즌에서는 5월 초 10피안타 경기가 한 차례 있었으며, 오늘이 통산 10번째 포스트시즌 선발 등판이었던 그는 가을 야구에서 한 차례도 두 자릿수 안타를 허용한 적이 없었다.

이날 웨인라이트는 패스트볼 제구에 어려움을 겪었다. 로케이션이 높게 형성되면서 집중타를 허용했다. 웨인라이트가 패스트볼 제구에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간파한 다저스가 3회 이후 커브를 집중적으로 노리고 타석에 임하면서 웨인라이트의 전매특허인 커브의 위력도 반감되고 말았다. 다저스 타선은 웨인라이트의 커브를 상대로 .375(8타수 3안타)의 타율을 기록했는데, 올 시즌 웨인라이트의 커브 피안타율은 .156에 불과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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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이닝 8실점 패전투수가 된 커쇼 (사진=OSEN)


5회 엘리스의 2점 홈런으로 다저스가 6-1로 앞서나가면서 승부의 추는 사실상 기운 것처럼 보였다. 다저스 마운드에는 커쇼가 서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세인트루이스 특유의 가을 좀비 모드는 커쇼마저 집어 삼켰다. 1회 그리척에게 내준 홈런 이후 16타자를 연속해서 범타 처리한 커쇼는 6회초 2사 후 맷 카펜터에게 솔로 홈런을 허용했다. 커쇼가 올 시즌 정규시즌에서 한 경기 두 개의 피홈런을 허용한 것은 단 한 차례 있었다.

카펜터의 홈런은 대역전극의 서막에 불과했다. 커쇼는 7회초 선두 타자 맷 할러데이를 시작으로 페랄타-몰리나-아담스까지 4연속 안타를 허용하며 한 점을 내줬다. 1사 후 존 제이에게 다시 적시타를 허용했지만, 대타 타바레스를 삼진 처리하며 위기를 벗어나는 듯 했다. 후속 타자는 맷 카펜터. 2사 만루 상황에서 타석에 선 카펜터는 8구째 가운데 높게 형성된 95마일 패스트볼을 받아쳐 우중간을 가르는 주자 일소 3타점 2루타를 만들어냈다. 6-2의 스코어가 순식간에 6-7로 뒤집어지는 순간이었다. 마운드를 내려온 커쇼는 바에즈가 할러데이에게 3점 홈런을 허용하면서 실점이 8점까지 불어나고 말았다.

커쇼가 2008년 데뷔 이후 209번의 선발 등판에서 8실점 이상을 기록한 것은 단 두 차례에 불과했다. 또한 지난해 챔피언십시리즈 세인트루이스전 6차전에 이어 포스트시즌 두 경기 연속 7실점 이상을 기록하게 됐는데, 이는 메이저리그 역대 최초의 기록이다. 그리고 커쇼의 위대함을 상징했던 기록, 4점 이상 득점 지원시 67연승 행진이 포스트시즌에서 종지부를 찍게 됐다.

커쇼의 투구에서 아쉬웠던 것은 7회 집중타를 허용할 당시의 볼 배합이었다. 커쇼는 7회 던진 29개의 공 중 28개를 패스트볼과 슬라이더로 구사했다(패스트볼 20개, 슬라이더 8개). 커브는 존 제이 타석 2구째에서 던진 한 개가 유일했다. 커쇼의 슬라이더가 80마일 후반대의 고속 슬라이더임을 감안하면, 집중타를 허용하는 과정에서 상대의 타이밍을 뺏는 커브를 단 한 개만 구사했다는 점은 엘리스의 볼 배합에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대목이다. 특히 마지막 타자인 카펜터는 패스트볼과 슬라이더 모두를 파울로 커트해내며 커쇼를 코너로 몰아세우고 있었다. 결국 커쇼는 마지막 공마저 패스트볼로 선택했지만 가운데 높은 코스에 몰린 실투가 되고 말았고, 카펜터는 이를 역전 3타점 2루타로 연결시켰다.

다저스는 8회 곤잘레스의 투런 홈런과 9회 고든의 1타점 땅볼로 한 점차까지 추격에 나섰지만 푸이그가 삼진으로 물러나며 고개를 떨궈야했다. 세인트루이스의 10-9 승리. 다저스 입장에서 커쇼가 등판한 경기, 더군다나 1차전 홈경기에서 5점차의 리드를 지키지 못한 이날 패배는 1패 이상의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다. 반면 세인트루이스는 올해에도 가을만 되면 발동하는 끈끈한 DNA를 어김없이 이끌어내며 대역전승을 거뒀다. 1차전부터 대혈투를 벌인 양 팀의 디비전 시리즈 2차전은 내일 잭 그레인키와 랜스 린의 선발 맞대결로 치러질 예정이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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