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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시안게임의 화제종목 우슈, 웃프기만 하다 - 박찬대 전 대표팀 코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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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아시안게임에서 역대 최고의 성적을 낸 우슈 대표팀. 박찬대 코치(왼쪽 3번째)는 그 중심에 있었다.

인천 아시안게임 이후, 우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인천에서 한국에 첫 금메달을 선사한 이하성은 과거에 출연했던 ‘놀라운 대회 스타킹’에 다시 한 번 출연하며 이슈가 됐다. 동메달리스트 서희주는 ‘미녀검객’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곧 MBC의 간판 프로그램인 <라디오 스타>에 출연을 한다. 확실히 우슈의 위상이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그렇지만 우슈가 마냥 좋은 상황에만 놓여 있는 것이 아니다. 당장 10월 말에 있을 전국체전에 우슈가 정식종목으로 채택되어 있지만, 남자부에 한해서다. 여자 선수들은 전국체전을 구경만 해야 한다. 그나마 있던 남자 우슈도 2019년 전국체전부터는 정식종목에서 제외될 위기다. 올림픽 종목이 아니라는 게 이유다.

안타까운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우슈의 명과 암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에서 박찬대 전 대표팀 코치의 이야기는 울림이 크다. 그는 인천에서 대표팀 코치의 소임을 완벽하며 수행한 후 지금은 호원대학교 무도경호학부 교수로 후학들을 가르치고 있다.

박찬대 교수는 아시안게임 이후, 우슈에 있어서 긍정적인 관심을 더 키우고 어두운 면을 타개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우슈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기 위해 선수들의 방송 출연을 알선하고, 직접 투어와 갈라쇼까지 준비 중이다. 다음은 10월 16일 진행한 박 교수와의 인터뷰 내용이다.

Q. 아시안게임 우슈가 끝난 이후 약 한 달 만의 인터뷰인데,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가?
현재 국가대표 코치직을 내려놓고, 원래의 생활로 돌아갔다. 호원대학교 무도경호학부 교수 신분으로 돌아가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Q. 아시안게임을 통해 아직은 미약하지만 그래도 우슈가 전보다는 많이 알려진 것 같다. 특별히 달라진 점이 있는가?
우선 아시안게임이 끝난 이후, 언론의 관심이 집중됐다. 첫 금메달이다 보니 기자들의 관심이 많았던 것 같다. 방송에서도 예능이나 뉴스 채널에서 우리를 많이 불러준다. 우슈를 적극적으로 홍보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Q. 아시안게임에서 우슈가 금메달 2개, 은메달 2개, 동메달 3개로 매우 선전했다. 이러한 성적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는가?
예상은 못 했다. 하지만 굉장히 열심히 했기 때문에 메달이 많이 나올 것이라고는 생각했다. 외국 시합에 나가는 것보다 부담감이 더 컸다. 안방에서 메달을 못 딸까봐 더 걱정을 한 것이다. 국민과 우슈협회, 조직위 등에 외면당할 수도 있기 때문에 더 열심히 했다. 선수들에게도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Q. 이번 아시안게임을 통해 이하성은 이번 대회 첫 금메달리스트로, 서희주는 ‘미녀검객’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다. 이렇게 선수들이 사람들의 관심을 받기 시작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우선 너무 긍정적이고 좋다. 서희주는 며칠 있다가 인기 예능 프로그램인 <라디오 스타>에도 출연한다. 우슈가 신선하고 이번에 관심을 받다보니 불러 주시는 것 같다. 선수들도 순박하게 운동만 하다가 이렇게 언론과 방송에 노출이 되다보니 얼떨떨해 하고 있다. 선수들이 아주 좋아하고 들떠 있다. 그래서 선수들에게 항상 ‘이게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실력이 떨어지면 뭇매를 더 맞을 수 있다. 항상 실력을 갖춰야 한다’고 말한다.

Q. 선수들의 근황은?
메달을 따지 못한 선수, 혹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한 선수들은 더욱 열심히 훈련 하고 있다. 그런 선수들에게 ‘이번 대회가 끝이 아니다. 세계선수권도 있고 4년 뒤에 또 아시안게임이 있다. 다음에는 너희가 금메달리스트가 될 수 있고, 스포트라이트도 받을 수 있다. 그러니 더욱 열심히 해야 된다’고 말한다. 정말 열심히들 한다. 항상 희망이 될 수 있는 말을 해주려고 한다.

Q. 10월 말에 있을 전국체전 이후에도 국내에서 우슈의 진수를 선보일 대회가 있는가?
전국체전이 올해는 마지막 대회이다. 아직까지는 혼자만의 생각이지만, 선수들에게 부탁을 해서 우슈 체육관이나 우슈팀이 있는 고등학교에 찾아가서 투어를 하고 싶다. 메달을 딴 선배들을 통해 학생들에게 ‘자신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주고 싶다. 그래서 선수들에게 우슈의 부흥을 위해 힘써달 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Q. ‘우슈판 갈라쇼’라고 보면 되는가?
우선은 체육관 위주로 돌아다니면서 도움을 주는 방식이 될 것이다. 갈라쇼도 역시 생각을 하고 있다. 그러나 돈이 많이 들어가는 일이라 후원을 해주실 수 있는 분들과 접촉을 해보고 있다.

Q. 이하성 선수가 2006년에 출연했던 SBS <놀라운 대회 스타킹>에 다시 출연했고, MBC 새 예능프로그램인 <띠동갑 과외하기>에도 출연했다. 또한 서희주는 MBC 간판 예능인 <라디오 스타>에 출연한다. 이러한 방송 출연이 우슈를 알리는 것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렇다. <스타킹>이나 <띠동갑 과외하기> 같은 경우에는 작가 분들과 내가 직접 통화를 하기도 했다. 컨셉트에 대해서도 내가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려고 한다. 왜나하면 선수들이 방송에 나오게 되면 자연스레 우슈가 홍보될 수 있다. 그뿐 아니라 선수들이 더욱 알려짐으로써 선수생활이 끝난 후 제2의 삶에서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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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교수님으로.' 16일 호원대학교에서 만난 박찬대 전 우슈대표팀 코치는 선수들의 방송출연 섭회, 투어 및 갈라쇼 준비 등으로 여전히 우슈대중화에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Q. 아시안게임 때 인터뷰에서 우슈가 처음으로 중계되는 것에 대해 많은 기대감을 나타냈었는데, 다른 종목에 밀려 제대로 생중계가 되지 못했다. 이 점에 대해 많이 안타깝지 않은가?
방송이 되었다면 매우 좋았겠지만 중계가 되지 않았다고 해서 크게 신경 쓰지는 않았다. 사실 당시에는 경기에만 집중하고 있었기에 중계에 대해 생각할 틈이 없었다. 우리는 메달을 따고 최선의 결과물을 얻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방송은 부수적인 얘기다. 시합 끝나고 나서야 방송이 안 된 사실을 알았는데, 그때는 솔직히 조금 서운했다. 하지만 오히려 방송이 되지 못한 것이 더욱 이슈화가 된 후, 여론이 우슈의 입장을 대변해주고 있어서 기뻤다.

Q. 산타의 김혜빈 선수가 동메달을 딴 후, “우슈가 아직 전체적으로 열악하지만 그 중에서도 여자 선수들의 경우 훈련 환경이 더욱 열악하다”라고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이와 더불어 전국체전에서는 여자부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여자 선수들에 대한 여건이 열악한 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매우 안타깝다. 항상 인터뷰하면 여자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다. 전국체전에 여자부가 들어가 있지 않다는 말은 곧 실업팀이 없다는 말과 직결된다. 전국체전에서 치러지지 않는데 실업팀을 운영을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여자선수들은 진로가 마땅치 않다. 대학은 비교적 여러 곳에서 받아주기 때문에 들어가지만 그 다음 부터는 막막하다.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이 되어야 하는데, 30살이 되어서도 돈도 못 버는 것이 현실이다. 최소한 운동복 정도는 지원해주는 실업팀이 있어야 하는데 아쉽기만 하다. 그래서 여자 선수들이 메달을 많이 따주기를 바랬다. 그래서 항상 여자 선수들에게 ‘환경이 매우 열악하지만 그럴수록 더욱 열심히 해야 한다. 좋은 결과가 나오면 환경이 개선될 수 있다. 너희 후배에게 이런 고통을 물려주지 않으려면 너희들의 어깨가 무겁다’고 얘기한다. 내가 열심히 떠든다고 될 문제가 아니다. 열심히 해서 좋은 결과가 나오면 전국체전에도 들어갈 수 있고, 그러다 보면 실업팀도 생기지 않겠나? 그런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Q. 안 좋은 소식의 연속이라고 할 수도 있는데, 2019년 전국체전부터는 올림픽 종목이 아닌 스포츠는 전국체전에서도 퇴출이 되고 만다. 우슈도 이에 해당이 된다. 이 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는데 우슈와 같은 비인기종목 관계자들에게는 충격적인 일이다. 왜냐하면 비인기종목이라도 전국체전에 포함이 되어있기 때문에 실업팀이 있고 명맥을 유지하는 건데, 그렇게 된다면 비인기종목은 정말 설 곳이 없다. 우슈뿐 아니라 모든 비인기종목 관계자들은 사지에 내몰리는 느낌이다. 대책이 필요하다.

Q. 한국에서 우슈가 더욱 발전하기 위해 가장 개선이 시급한 점은?
선수, 지도자, 우슈 관계자들이 똘똘 뭉쳐서 더 열심히 맡은 분야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 우리가 어디 가서 비인기종목 왜 무시하냐고 떠든다고 해서 되는 문제가 아니다. 우리들이 뭔가 성과를 보여줘야 하고, 그렇게 하다 보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정책을 바꾸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우리가 더욱 결속하고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싸워서 되는 문제가 아니다. 싸우고 데모하고 하면 1~2년 정도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으나 결과적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우선, 우슈 종목 선수들이 인천 아시안게임 첫 메달을 따면서 이슈화가 된 것에 대해 너무 기쁘다. 하지만 우리뿐만 아니라 다른 비인기종목들도 굉장히 많다. 우슈도 급하지만 우리 보다 더 힘든 종목들도 있다. 그런 종목들이 멋있는 모습을 보여줘서 다 같이 발전했으면 좋겠다. 한국 스포츠에 있어 홀대 받는 종목이 없었으면 좋겠다. [헤럴드스포츠=임재원 기자]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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