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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진한의 사람人레슨](1) 프롤로그 - 14분의 1
*헤럴드스포츠는 11월부터 매주 수요일 세계 50대 레슨가로 유명한 임진한 프로의 <사람人레슨>을 연재합니다. 임 프로는 설명이 필요없는 세계적인 골프 교습가입니다. 한국과 일본에서 선수생활을 하며 8승을 올렸고, 이후에는 양용은, 배상문, 허석호 등을 가르친 한국 최고의 교습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단순한 레슨이 아닌 훈훈한 인생담이 녹아 있는 임진한 프로의 새로운 골프연재에 많은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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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 잘 나온 사진이 많지 않다. 세계 50대 골프교습가로 선정됐을 때 소속사에서 배포한 사진이다.

안녕하세요. 임진한입니다. 글이든 방송이든, 강연이든 골프레슨 참 많이 했는데 이런 글은 처음인지라 긴장이 됩니다.

사람인레슨은 골프 스킬을 알려 드리는 단순한 레슨 칼럼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미주알 고주알 삶의 의미를 고찰하는 에세이도 아니죠. 전자는 이미 많이 했고, 후자는 제가 아직 그럴 능력이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사람인레슨은 그저 ‘기록’입니다.

저는 골프에 아주 큰 신세를 졌습니다. 골프가 아니었다면 먹고 살기 어려웠던 부산 촌놈이 이렇게 번듯하게(?) 살 수 있었겠는가 자문하면 쉽게 답하기 어렵습니다. 저는 골프에 무척 감사합니다. 그래서 나이를 먹으면서 제가 골프를 통해 만난 사람들을 한 번 정리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프로선수로, 그리고 골프 지도자로 살았던 까닭에 임진한에게 있어 ‘골프 속 사람’들은 대부분 제게 한 수 배우려고 했던 이들입니다. 전직 대통령도 있고, 우연찮은 기회에 작은 팁을 드린 주말 골퍼도 있습니다. 그들이 제게 묻고 제가 답한 과정, 그리고 골프로 맺은 소중한 인연들을 기록으로 남기는 일은 얼추 40년이 되는 제 골프인생에서 나름 의미가 있는 일일 겁니다. 그 과정에서 골프 기술의 평범한 진리도 쉽게 강조할 생각입니다.

부디 변변치 않은 이 글이 골프를 사랑하는 많은 분들에게 기술적으로나, 아니면 멘탈에서나 작은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프롤로그에서는 타이거 우즈와 직접 겪은 일화 하나를 소개하고 싶습니다. 직업 상 ‘어떻게 하면 골프를 잘 칠까요?’라는 질문을 수도 없이 받았고, 지금도 접하고 있는데 이 일화가 이 질문에 시사하는 바가 좀 있기 때문입니다.

4년 전 타이거 우즈가 한국에 왔을 때 제이드팰리스CC에서 레슨 방송을 하나 찍었습니다. 대본을 보니 제가 ‘타이거, 네 인생에서 골프가 무엇이냐?’라고 묻는 것이었습니다. 작가가 나름 고민했겠지만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죠. 세계에서 골프를 가장 잘 치는 선수가 한국에 왔으면 아마추어들에게 확실한 골프 기술이나 노하우 하나는 소개하는 것이 맞는 것 아니겠습니까? 화를 내지 않는 성격이지만 “이런 대본이면 방송 못하겠습니다”라고 버텼죠. 내 나름의 의미 있는 질문을 하기 위해서였죠. 그리고 결국 ‘당신 마음대로 하라’는 답을 얻었습니다.

제가 우즈에게 던진 질문은 “18홀을 돌면 보통 우드(드라이버 포함)로 14번을 티샷하는데 그중 마음에 드는 샷이 몇 개나 나오는가?”였습니다. 당연히 대본에 없는 얘기였죠. 그래서인지 이 대선수도 살짝 당황을 하고, 숙고를 하느라 10초 이상을 흘려 보냈습니다. 그리고 답이 나왔습니다.

“14번 중 한번 밖에 없는 거 같다. 다른 샷의 만족도는 70~80%정도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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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타이거 우즈의 방한 때 레슨 프로그램을 찍었다. 그리고 타이거 우즈에게 돌발질문을 하나 던졌다. 맨 왼쪽이 필자.


매일 골프를 치는 세계 최고의 선수도 14개 티샷 중 만족하는 것은 하나밖에 없다고 합니다. 이러니 많아야 일주일에 한두 번, 바쁠 때는 한 달에 한 번 필드에 나가는 아마추어 골퍼들은 어떠하겠습니까? 만족하지 못하는 샷이 대부분인 것이 오히려 당연합니다. 하루 골프장에 나가서 한 번이라도 마음에 드는 샷이 나왔다면 그것으로 만족할 만하죠.

골프를 하면서 짜증 내거나, ‘골프가 참 안 된다’라고 생각하시면 그거야말로 정말 안 됩니다. 골프라는 운동은 결코 정복이 되지 않는 운동이기 때문입니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어떻게 하면 골프를 잘 칠까’라는 질문에 답해 보겠습니다. 매일 똑같은 코스에서 똑같은 플레이를 365일 해도 결과는 다릅니다. 바람의 변화와 날씨, 볼이 놓여 있는 라이, 잔디상태, 디보트 자리 등 작은 것 하나하나까지 모두 차이가 있죠.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는 골퍼의 마음가짐이 매번 달라집니다. 가장 쉬운 피칭 웨지만 놓고 봐도 장애물이 없을 때와 벙커나 워터 해저드를 넘길 때는 심리적 부담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게 사람입니다.

골프는 생리현상이 일어나는 운동입니다. 식초나 레몬을 보면 침이 나오듯 골프도 좋은 라이와 뒷바람을 만나면 마음이 편하죠. 반대로 강판 맞바람이나 라이가 나쁘면 머릿속에 온갖 나쁜 적들이 다 들어옵니다. 생각하지 않아도 될 것을 생각하는 것이죠. 즉 물에 빠지면 안 돼 하면서 몸에 힘이 들어가는 식으로 말입니다.

연세가 많으신 골퍼들은 ‘골프는 인생과 똑같다’고들 합니다. 참으로 지당한 말입니다. 사람은 내 앞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가 없습니다. 골프도 마찬가지입니다. 인생도 내일이 돼야 알 수 있듯이 공은 쳐봐야 그 결과를 알 수 있습니다. 이것이 진정한 골프의 매력입니다.

뻔한 얘기 같지만 이는 무척 중요한 교훈입니다. 골프를 할 때 너무 스코어에 집착하지들 말 것을 당부하고 싶습니다. 자연을 상대로 하는 운동이 골프입니다. 그만큼 ‘원래 어려운 운동이다’라는 기본 생각을 가지면 골프를 잘 즐길 수 있습니다.

저도 요즘 새삼 이와 관련된 옛 일화가 떠올라 혼자 미소를 짓곤 합니다. 요새 아이들 말로 살짝 ‘자뻑’인 것이죠. 한창 선수생활을 할 때 선배들이 ‘오늘 너하고 같이 친 빨간 티 입은 친구가 누구냐?’라고 종종 물을 때가 있었습니다. 저는 답을 하지 못했습니다. 정말 그 선수가 누구인지 몰랐기 때문입니다. 내 플레이만 생각하고 코스를 돌았던 것이죠. 그래서 특별히 잘난 것도 없는 제가 프로선수로 성적을 내지 않았나 싶습니다.

다시 강조하고 싶습니다. 골프는 절대 정복이 안 되는 운동입니다. 그러니 내가 할 수 있는 베스트샷에 도전하는 것이 골프의 진짜 매력입니다. 이를 감안하고 골프를 치면 정말 좋습니다.

이상이 임진한이 생각하는 골프입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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