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주희정을 '꾸준함'으로만 설명할 수 없는 이유
이미지중앙

지난달 25일 서울 삼성 이상민 감독(오른쪽)이 900경기 출장 기록을 세운 주희정에게 꽃다발을 건네고 있다.

'주키드' 주희정이 보란 듯이 올시즌을 지난 18년간 KBL을 지켜온 자신의 꾸준함을 재조명하는 데 쓰고 있다. 이쯤 되면 2014-2015 프로농구 시즌리뷰에 주희정(서울 SK)의 이름 석 자가 빠질 수 없을 듯하다.

주희정은 4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14-2015 KCC프로농구 인천 전자랜드와의 4라운드 맞대결에서 7분49초를 뛰며 어시스트 2개를 기록(리바운드 1개 포함), KBL 통산 5,100어시스트를 돌파했다(역대 최초). 고려대 2년을 중퇴하고 1997-1998시즌 프로에 뛰어든 지 18년 만에 세운 대기록이다. 역대 2위 기록은 서울 삼성 이상민 감독(은퇴 3,583개)이 가지고 있고 현역 선수 중에는 양동근(모비스 2,249개 역대 5위)이 주희정의 뒤를 쫓고 있는데, 약 3,000개 가까이 차이가 나 사실상 주희정의 기록은 전무후무할 전망이다. 앞서 지난달 22일 역시 KBL 최초로 900경기 출장 기록을 세우기도 한 주희정은 그야말로 KBL의 '살아있는 화석'이다.

하지만 주희정의 화려한 커리어를 단지 '꾸준함'만으로 가릴 수는 없다. 주희정은 906경기에서 5,101개, 경기당 평균 5.6개의 어시스트를 뿌렸다. 올시즌 리그 어시스트 1위 양동근(울산 모비스)이 경기당 5.63개를 기록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주희정은 18시즌동안 꾸준히 올시즌 리그 1위 수준의 어시스트를 해낸 것이다. 통산 1위를 달리고 있는 가로채기(1,434개) 역시 마찬가지다. 경기당 평균 1.6개의 기록은 올시즌 리그 정상급(1위 김선형 1.74개)과 맞먹는 수치다.

이미지중앙

서울 삼성 시절의 주희정.

주희정은 포인트가드로서 어시스트, 가로채기는 물론이고 득점, 리바운드에도 능한 전천후 선수다. 돌파를 통한 득점력은 대학 시절부터 출중했다. 프로 데뷔 후에는 3점슛이 없어 '반쪽짜리 선수'라는 말을 듣기도 했지만 이를 악물고 연습해 바로 다음 시즌 40% 가까이 3점슛 성공률을 끌어올리기도 했다. 주희정은 역대 통산 리바운드 순위에서도 서장훈-김주성-조니 맥도웰에 이어 4위에 올라 있다(3,228개). 현역으로 범위를 좁히면 김주성에 이은 2위다. 이러한 주희정의 다재다능함은 '주키드'라는 별명으로 이어졌다. NBA 통산 107번 트리플 더블을 달성했던 전설적인 가드 제이슨 키드(현 밀워키 벅스 감독)의 이름에서 따왔다. 역대 KBL 국내선수 중 가장 많은 트리플더블 기록을 갖고 있는 선수 역시 주희정이다(8회).

97-98시즌 나래(현 원주 동부)에서 신인왕을 거머쥔 이후 2001년 서울 삼성에서 플레이오프 MVP, 2009년에는 안양 KT&G(현 KGC인삼공사)에서 정규리그 MVP를 수상하며 굵직한 상은 모두 거머쥐었던 주희정이다. 특히 KT&G시절에는 에이스로서 거의 한 팀을 짊어지다시피 했다. 2008-2009시즌 당시 KT&G는 외국인 선수 캘빈 워너가 부상에 이어 대마초 연루 사건으로 퇴출됐고 양희종이 부상으로 시즌아웃되는 등 여러가지 어려움에 시달렸다. 주희정은 그 때부터 철저하게 공격형 가드로 탈바꿈해 위기에 처한 팀을 이끌었다. 2009년 2월 25일에는 전주 KCC를 상대로 개인 통산 최다 34득점을 몰아치기도 했다. 그해 주희정은 어시스트 1위(8.33개)는 물론이고 평균득점을 15점까지 끌어올리면서 결국 '최초의 6강 탈락 팀 소속 MVP'로 선정됐다. 당시 선수단 안팎에서 골머리를 앓던 KT&G에서는 '주희정만 바라보고 농구한다'는 소리가 돌았다.

SK로 팀을 옮긴 이후 김선형의 등장과 함께 점차 벤치에 있는 시간이 길어졌지만 지금도 만 38세의 주희정이 코트에 나섰을 때 리딩가드로서 제몫을 못하는 경우는 없다. 문경은 감독은 "물론 주희정에게 예전같은 스피드를 기대할 순 없지만 경기를 보는 눈이라던지 운영 능력은 여전히 우리 팀에서 최고"라며 노장에 대해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센터의 덕목인 득점과 리바운드 부문에서 통산 1위 기록을 갖고 있는 서장훈(1만 3,231득점 5,235리바운드). 15시즌 동안 평균 19.23득점 7.6리바운드를 기록했던 명실상부한 '국보급 센터'다. 이종현(고려대), 김종규(창원 LG) 등 신예 토종 빅맨들의 등장에도 '앞으로도 서장훈 만한 센터 찾기 어렵다'고 말하는 농구팬들이 많은 이유다. 가드의 덕목인 어시스트, 가로채기에 있어서 KBL '넘버원'은 강동희도, 이상민도 아닌 주희정이다. '꾸준함'에 가려 주희정의 실력을 과소평가하지 말자. 주희정 역시 '국보급 가드'다. [헤럴드스포츠=나혜인 기자]
sports@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
          연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