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기를 4위로 마친 고양 오리온스에도 삭발 투혼을 보인 선수가 있다. 장재석(204cm 센터)이다. 결코 나쁜 팀 성적이 아니지만 장재석은 지난 7일 KCC와의 맞대결에서 홀로 머리를 짧게 깎은 채 코트에 나섰다. 프로 데뷔 이후 두 번째 삭발이다. 장재석은 지난 시즌 SK와의 플레이오프(PO) 3차전을 앞두고 머리를 깎은 적이 있다. 당시 2연패를 당하며 벼랑 끝에 섰던 오리온스는 장재석의 ‘삭발 투혼’으로 3차전 경기에서 값진 승리를 챙겼다. 당시 장재석은 “팀 분위기가 많이 의기소침 해져있다. ‘포기란 없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머리를 삭발했다”라며 침체된 팀 분위기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장재석은 3차전 경기에서 앨리웁과 3점슛, 속공에 이은 덩크슛을 포함해 17점을 몰아쳤다. 삭발 효과를 톡톡히 본 것이다.
삭발한 장재석이 7일 KCC와의 경기에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풍기는 외모가 약간은 어색하다. 사진=KBL 제공.
장재석이 삭발한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장재석은 지난 4일 원주 동부와의 경기에서 2점 1리바운드에 그치며 동부의 트리플타워에 공중을 내줬다. 높이에서 힘을 쓰지 못하자 코트에 나설 기회는 줄었다. 장재석은 동부를 상대로 10분17초 동안 묵묵히 골밑을 지킬 뿐이었다. KBL에서 가장 높이가 좋은 팀으로 평가받는 동부만 만나면 기를 펴지 못하는 장재석이다. 장재석은 이번 시즌 동부와의 4차례 만남에서 평균 3득점 2.5리바운드 0.7블록슛으로 부진했다. 동부의 삼각편대에 가로막혀 이렇다 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것. 팀 내 높이를 책임지는 센터로써 자존심이 상할 법도 하다. 이것이 삭발의 동기로 해석된다.
고무적인 것은 장재석이 KCC와의 경기를 통해 ‘삭발 효과’를 맛봤고, 자신만의 의식행위를 통해 분위기를 다잡았다는 것이다. 머리만 쑥쑥 자란다면 팀 승리를 위해 매번 삭발을 해야할 판이다. 어쨌든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후반기 코트에 나설 장재석이 더욱 기대된다. 장재석이 짧은 머리로 코트를 누비는 모습은 올스타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장재석은 오는 10일과 11일 열리는 KBL 프로농구 올스타전 덩크 콘테스트에서 생애 첫 덩크왕에 도전한다. 절치부심한 장재석의 고공농구를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헤럴드스포츠=정성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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