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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유택 관전평] 큰놈이 빠르면 무서운 법이다 - 생각보다 큰 '김종규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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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김종규가 20일 고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오리온스와의 5라운드 맞대결에서 투핸드 덩크슛을 내리꽂고 있다.

20일 경기 결과 : 고양 오리온스(20승 18패) 79-90 창원 LG(18승 20패)

3점슛보다 무서운 속공
LG의 상승세가 무섭습니다. ‘2015년 불패행진’을 이어가며 어느덧 6위 부산 KT를 반게임차까지 따라붙었습니다. 데이본 제퍼슨이 제 기량을 회복한 가운데 김종규까지 돌아오면서 LG는 비로소 지난 시즌 정규리그 우승팀으로서의 위용을 찾은 듯한 모습입니다.

LG는 이날 3점슛 2개에 그쳤습니다. 전반에는 하나도 터지지 않았죠. 반면 오리온스는 8개의 3점포를 가동했고, 덕분에 3쿼터까지 팽팽한 승부를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외곽 득점에서 많이 뒤졌는데도 불구하고 LG가 승리를 가져올 수 있었던 건 결국 상대 실책에 이은 빠른 속공으로 손쉬운 득점을 뽑아낸 덕분이었습니다. 물론 제퍼슨-김종규 콤비의 골밑 장악도 한몫했습니다만, 김종규를 필두로 LG 선수들이 속공 상황에서 전체적으로 기동력을 발휘해 준 게 경기의 주도권을 가져오는 데 도움이 됐습니다.

LG는 이날 무려 13차례 속공에 성공했습니다. 반면 오리온스는 단 한 개의 속공에 그쳤는데, 이는 양팀의 턴오버 개수 차이(4-15) 때문이기도 하지만 결국 LG의 속공 전개 방법이 더 효율적이었기 때문입니다. 속공 전개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으나, 결국 성공 여부는 볼을 안 가진 선수들이 다함께 뛰어주는 가운데 얼마나 빠르게 패스를 뿌려나가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그래야 비록 한번에 메이드가 되지 않더라도 세컨 찬스를 노릴 수 있고, 쉬운 득점을 올릴 수 있습니다. LG가 이날 턴오버뿐만 아니라 리바운드에 이은 속공도 수차례 성공할 수 있었던 건 어디까지나 선수들이 전체적으로 잘 뛰어준 덕분이었습니다.

이에 반해 오리온스는 이현민 등 가드들의 드리블에 의존해 속공을 전개하는 장면이 많았습니다. 여러 차례 제때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세트 오펜스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던 이유입니다. 드리블보다 패스가 빠른 것은 자명한 이치입니다. 아무리 가드가 빠르다 하더라도 공을 안 가진 상대 수비 입장에서 드리블 치는 선수를 따라가는 건 그리 어렵지 않은 일입니다.

센터의 스텝이 중요한 이유
김종규는 이날 27득점 10리바운드로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김종규는 제가 여태껏 본 선수들 중 신장 대비 기동력이 가장 좋은 선수입니다. 김종규가 부상에서 돌아온 이후 LG의 경기력이 올라올 것은 많은 전문가들뿐만 아니라 농구팬 여러분들께서도 예측 가능한 부분이었으나, 뚜껑을 열고 보니 그 효과는 생각보다 훨씬 커 보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기동력뿐만 아니라 골밑에서도 잘 버텨주면서 나머지 선수들의 찬스까지 살아나는 모습입니다. 겉으로 드러난 기록 이상으로 김종규는 LG에 보이지 않는 활력소가 되고 있습니다.

오리온스는 이날 장재석이 1쿼터에만 파울 3개를 범하면서 김종규의 상대로 이승현을 내세울 수밖에 없었는데, 결국 이승현은 높이에서 부담을 느끼는 모습이었습니다. 공격 시에도 김종규를 상대로 탄탄한 웨이트를 활용해 골밑까지 밀고 들어갈 순 있었지만, 스텝이 화려하진 않은 까닭에 신장의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미스샷을 남발하고 말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이승현이 프로에서 더욱 성장하려면 빅맨들이 구사하는 스텝, 즉 피봇(pivot)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워낙 웨이트가 좋고 슈팅 능력도 갖춘 선수이기에 스텝을 자유자재로 밟을 수 있다면 신장이 큰 선수들과의 매치업에서도 결코 밀리지 않게 될 것입니다.

이는 김종규도 마찬가지입니다. KBL에서 용병들이 상대와 마주보는 페이스업보다는 등지고 밀며 들어가는 포스트업을 선호하다보니 피봇의 중요성이 많이 간과되고 있는데, 스텝을 영리하게 활용해 일대일 능력을 키운다면 김종규는 훨씬 더 무서운 선수가 될 수 있습니다. 피봇 스텝은 몸이 바로 반응할 수 있을 때까지 반복해서 익히는 수밖에 없습니다. 꾸준한 연습을 통해 이런 상황에선 이런 스텝, 자연스레 나올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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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력이 그리 뛰어나지 않은 제퍼슨이 KBL 최고 용병의 반열에 올라설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스텝을 영리하게 밟을 줄 알기 때문이다.

점프력이 그리 뛰어나지 않은 제퍼슨이 KBL 최고 용병의 반열에 올라설 수 있는 이유 역시 스텝을 영리하게 밟을 줄 알기 때문입니다. 이날 제퍼슨은 오리온스의 길렌워터-라이온스 듀오를 혼자 상대하며 무려 31득점을 해냈는데, 특히 라이온스는 제퍼슨과의 골밑 싸움에서 패하며 승부처에서 해결사로서의 기질을 보여주지 못함과 동시에 수비력에도 문제점을 드러내고 말았습니다.

LG의 막강화력이 6강싸움의 변수
LG에겐 앞으로 삼성, 인삼공사, 모비스와의 홈 3연전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LG 상승세의 고비는 아무래도 높이가 탄탄한 동부와 SK같은 팀들과의 맞대결에서 찾아올 것입니다. 그 고비를 잘 넘어간다면 당분간 LG의 기세는 꺾이지 않을 듯합니다. 특히 LG는 연승하는 동안 평균 90점에 육박하는 막강 화력을 자랑하고 있는데, 앞으로 문태종 김시래 김영환 등 외곽 자원들까지 득점에 가세한다면 100점까지도 무난히 넘길 수 있는 무서운 팀이 될 것입니다.

6강 경쟁을 하는 팀들은 긴장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LG의 빠른 공수전환에 대한 대비책은 물론 문태종-제퍼슨-김종규 3인방 중 적어도 두 명의 득점은 봉쇄할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제퍼슨 같은 선수는 1대1 능력이 좋기 때문에 단조로운 수비로는 막을 수 없습니다. 변화무쌍한 수비 전술이 필요합니다. [전 중앙대 감독] (정리=나혜인 기자)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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