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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포츠 타타라타] 박지성과 재벌회장님의 대학 가기
#1999년 초 수원공고 졸업을 앞둔 박지성은 우울했다. 대학과 프로팀 중 어느 곳으로부터도 부름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학의 경우 수도권과 지방 대학까지 모두 문을 두드렸지만 향후 아시아 최고의 축구선수가 될 이 고3 학생을 체육특기생으로 받아들이겠다는 곳이 없었다. 박지성이 3학년이던 1998년 전국체전에서 수원공고가 창단 후 첫 전국대회 우승을 차지했기에 자격은 충분했는데도 말이다. 체격이 작다고 저평가된 것이다. 이학종 수원공고 감독은 “'이 선수는 좋은 선수가 될 재목감인데, 날 믿고 대학팀에서 받아서 해 봐라'라고 하소연했다. 그런데 선뜻 믿고 따라주는 감독들은 없었다”고 술회했다.

다행히도 막판에 명지대의 김희태 감독이 테니스부의 남는 TO(table of organization,인원 편성표)를 하나 빌려 박지성을 뽑았다(박지성의 <멈추지 않는 도전> 중에서 발췌). 이후 박지성은 올림픽대표팀과 명지대의 연습경기를 통해 2000년 올림픽대표팀에 뽑혔고, 한국축구의 신화로 성장했다. 만일 박지성이 명지대에 진학하지 못했다면? 정말이지 상상하기도 싫은, 끔찍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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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에 출간된 박지성 자서전의 표지.


#프로농구 초창기 A팀의 모 감독으로부터 직접 들은 실화 한 토막. “학교 선배이기도 해서 그룹 회장실로 인사를 갔죠. 그런데 이 젊은 재벌 2세 회장님이 농구공으로 드리블을 하고 있었어요. 그 다음이 더 충격이었어요. 그는 ‘나도 농구했어’라고 말했거든요.” 물론 이 A그룹의 B회장이 농구인 출신이라는 것은 그때는 물론 지금까지도 알려지지 않고 있다. 사정은 이렇다. 편법 입학의 일환으로 유명한 ‘끼워넣기’라는 게 있다. 개인종목이야 성적이 나오니 쉽지 않지만(물론 이것도 조작해 문제가 되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있다), 단체종목은 해당 고등학교의 팀이 전국대회 4강 이상의 성적을 내면 운동부 전원이 체육특기생 자격을 얻는다. 그러니 정상으로는 명문사립대에 갈 실력이 되지 않은 사람들이 갑자기 고2, 3 때 농구부로 등록하고, 스타 플레이어에 묻어서 대학에 진학하는 경우가 있었다. 이것이 끼워넣기다. 고등학교 및 대학의 지도자, 스타 플레이어 및 ‘끼어넣어진’ 선수의 부모 사이에서 거액의 뒷돈이 오가는 것은 물론이다.

#잘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재력가 자제 중 특기생으로 대학에 간 사례가 제법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공공연한 비밀이다. 최근 ‘문고리 권력 궁중비화’에 등장한 승마처럼 일반인들의 접근이 어려운 종목이나, 선수층이 얇은 종목이 동원된다. 여기까지는 ‘그래 너희들 돈 많아 좋겠다’고 욕이나 한 마디 하고 끝낼 수도 있다. 문제는 이 끼워넣기다. 이것이 없다면 제대로 자격을 갖춘다른 특기생이 그 자리를 차지했을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명문대 입학에 모든 것을 거는 우리네 교육풍토에서 이 몹쓸 끼워넣기 때문에 대학진학에 실패한 억울한 특기생이 있다는 사실은 참으로 안타깝다. 그중에는 '대학진학에 실패한 박지성'이 있었을런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일반인은 상상도 못할 엄청난 비자금을 조성하는 등 경제사범으로 현재 옥살이 중인 B회장님이 최근 언론에 자주 등장한다. 보통 수감자들은 상상도 못할 시기에 가석방 여부가 논란이 됐고, 최근에는 ‘황제 복역’이라는 보도까지 나왔다. 한 해에 1,000회가 넘는 변호사 접견을 했는데 일과시간에는 시간제한 없이 접견실에 있을 수 있기에 진짜 교화를 할 시간이 부족하다고 한다.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돈 많은 일부 수감자들에겐 감옥 내에서 '편하게 지낼 방편'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력이 되지 않아도 편법(그래 불법이 아닌 편법일 게다)으로 명문사립대에 진학한 것이 맞다면, 역시 편법으로 편하게 수감생활하는 것 정도는 약과인 셈이다. 회장님의 대학가기는 어차피 편법이고, 설령 위법적 요소가 있다고 해도 공소시효가 지났을 것이다. 그래도 묻고 싶다. “혹시 B회장님 고등학교 때 농구하셨나요(체육특기생이었나요)?”라고 말이다. 수년전 '농구인 출신 재벌회장님'이 좋은 기삿거리가 될 듯싶어 관련 고등학교와 대학교에 문의했더니 '아니다'가 아니라 '자료가 없다'는 답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러면 더 궁금해진다. 이참에 이것까지 되짚는다면 정말 좋은 교화가 아닐까 싶다. [유병철 기자]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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