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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로드와의 불편한 동거, 위기의 양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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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귀를 앞둔 알렉스 로드리게스 (사진=OSEN)


2004년 2월. 양키스는 알렉스 로드리게스를 둘러싼 보스턴과의 트레이드 싸움에서 승리를 거뒀다. 보스턴 팬들은 낙심했고, 조지 스타인브레너는 환호를 질렀다. 그 해 홈 개막전에서 양키스타디움을 가득 메운 팬들은, 그가 타석에 들어서자 기립박수로 최고의 타자를 맞이했다.

11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간 그는 양키스에서만 309개의 홈런을 때려냈으며, 2009년 팀을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다. 하지만 지금, 모든 이들의 환대를 받던 그는 이제 없다. 배리 본즈에게 ‘최악의 약물 스캔들’이라는 바통을 이어 받았으며, 증거 인멸을 시도한 정황이 포착되면서 실추된 명예를 회복할 방법도 남아 있지 않다. 11년 전과 같은 점이 있다면, 여전히 그가 많은 매스컴의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당시와는 전혀 다른 연유에서다.

2015년 최고의 화두는 알렉스 로드리게스의 복귀다. 하지만 그를 바라보는 시각은 여전히 냉정하고 차갑기만 하다. 심지어 구단에서조차 그의 복귀를 꺼리는 분위기다.

지난 26일 로드리게스가 사과의 뜻을 전하기 위해 구단에 회동을 요청했으나, 구단이 이를 거절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구단의 반응은 ‘스프링캠프에서나 만나자’였다. 캐시먼 단장은 ‘로드리게스가 주전 수비수로 나서는 일은 없을 것이다’라며, ‘그는 지명타자로 경기에 출전하는 것이 최선이다’라는 말로 여전히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굳이 캐시먼 단장의 언급을 차치하고라도, 올 시즌 2,200만 달러를 수령하는 그가 있음에도 같은 포지션의 체이스 헤들리를 4년간 5,200만 달러에 붙잡은 순간 양키스와 로드리게스의 불편한 동거는 예견된 상황이었다. 노조의 반발로 난항이 예상되나, 양키스는 A-로드에게 최대 3,000만 달러의 홈런 신기록에 대한 인센티브도 지급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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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키스 구단은 그의 복귀에 노골적으로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고 있다 (사진=OSEN)


양키스는 위기다. 지난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는, 1982-1994년의 13년 연속 실패 이후 2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거침없이 지른 고액 연봉자들의 계약 말년이 다가오면서 팀은 역동성을 잃었다. 20년간 팀의 구심점 역할을 해온 데릭 지터도 이제는 볼 수 없다.

올 시즌도 상황은 여의치 않다. 지난 시즌 막판과 비교해 라인업에서 달라지는 점은 지명타자로 들어선 A-로드와 지터의 뒤를 잇게 된 디디 그레고리우스 뿐이다. 테세이라는 시프트의 늪에 빠진지 오래며, 브라이언 맥켄이 그의 뒤를 따르고 있다. 드류와 그레고리우스의 키스톤 콤비에게 기대해야하는 것은 온전히 수비에 국한 될 전망이며, 헤들리는 샌디에이고에서 30홈런-100타점을 기록한 당시의 모습이 아니다. 지난 시즌 중반 뜬금없이 파워 포텐을 터뜨린 가드너는 테이블세터를 맡아주길 원했던 구단의 바람과는 달리 출루율의 하락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최악의 부진을 거듭한 벨트란이 38세, 1년여 만에 그라운드에 복귀한 로드리게스가 39세 시즌을 맞이함을 감안하면 이들에게 팀의 명운을 바꿀만한 극적인 반전을 기대하기도 힘들다.

투수력도 여의치 않다. 후반기 에이스로 활약한 맥카시와 구로다를 모두 놓친 양키스는 사바시아-다나카-피네다-이오발디-카푸아노의 선발진을 꾸렸다. 사바시아는 체중 감소가 구속 감소를 더욱 가속 시켰으며, 이오발디는 폭발적인 구위를 아직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결국 다나카와 피네다가 마운드를 이끌어가야 하는 상황이나 이 둘 역시 부상이라는 암초에서 자유롭지 못한 선수들이다. 베탄시스가 새로운 마무리를 맡게 될 예정인 가운데 앤드류 밀러가 합류한 불펜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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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간 6,400만 달러의 계약이 남아있는 A-로드 (사진=OSEN)


이 같은 상황에서 내치고 싶어도 내칠 수 없는, 계륵보다도 못한 존재가 되어버린 A-로드의 복귀가 반갑지 않은 것은 양키스 입장에선 당연한 일이다. 마지막 30홈런-100타점은 시즌은 2010년으로, 이후 그의 파워는 급진낙하하고 있다. 게다가 1년간의 공백은 그에게 또 다른 장벽으로 다가올 것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점은 과연 그가 제대로 팀에 녹아들 수 있느냐의 문제다. 최근 A-로드를 향한 양키스 구단의 공격적인 태도는, A-로드가 구단에 끼친 민폐만큼이나 상당히 이색적인 풍경이다. 최근 메이저리그를 지배하고 있는 ‘팀 케미스트리‘가 강조되는 일련의 상황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양키스 팀 동료들이 그를 어떻게 대할지, 그들이 과연 화합할 수 있을지도 우려스럽다. 실력으로 모든 것을 만회 하겠다? A-로드가 불혹을 앞두고 회춘에 성공해 30홈런-100타점을 기록한다 해도, 구단이 앞장서서 이미 선을 긋고 있는 상황에서 그의 재기가 어느 정도 인정받을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여전히 A-로드는 2,200만 달러의 고액 연봉자이나, 생각보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아 보인다.

문제는 여전히 그와의 계약이 3년이나 남아있다는 점이다. 2007년 12월, 옵트 아웃으로 새로운 10년 계약을 체결하면서 양키스와 로드리게스는 2017년까지 함께 해야 하는 상황이며, 잔여 연봉은 6,400만 달러다. 더군다나 화려한 재기가 이제는 공상으로만 다가오는 사바시아와 4,800만 달러, 테세이라와 4,625만 달러의 2년 계약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양키스 역시 운신의 폭을 마련하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core 4(지터, 리베라, 페티트, 포사다)는 이제 완전히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한 때 메이저리그를 장악했던 그들의 강력한 자금력도 당분간 힘을 잃게 됐다. 영원한 강자로 남을 것만 같던 양키스에게 어색한 시간이 찾아오고 있는 가운데, 양키스 팬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 역시 인내심이라는 낯선 감정이 될 것이다.

[헤럴드스포츠 = 김중겸 기자]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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