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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진한의 사람人레슨](13)한 달 고생하면 10년이 편하다
무슨 일이든 오래, 그리고 전문적으로 하다 보면 진기한 경험을 하게 마련이다. 골프레슨도 마찬가지다. 필자와 골프로 인연이 된 아마추어 분들 중에는 이름을 밝힐 수 없지만 특이한 사연을 가진 분들이 많다.

한 번은 일본으로 전지훈련을 가는데 찾아오신 분이 있었다(편의상 A라고 하겠다). 함께 비행기를 타고 가는 동안 자신의 사연을 구구절절 전해 왔다.

“프로님, 저는 80대 중후반을 치는데 스코어는 필요 없습니다. 단지 제 폼을 예쁘게 해주십시오. 이유인 즉슨 저는 골프를 치는 즐거움 중 하나가 미모가 뛰어난 여성과 18홀을 함께 도는 것입니다. 결코 나쁜 의도가 아닙니다. 정말이지 단지 예쁜 여자와 골프를 치는 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 얼마 전 스윙이 좋고, 실제 스코어도 좋은 미모의 여성과 라운드를 하게 됐습니다. 개인적으로 너무나 행복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첫 홀 티에서 공을 치는 데 이 여성분이 제 스윙을 한 번 보더니 세컨드샷부터 제 차례가 되면 아예 먼 산만 보는 겁니다. 아시겠지만 매너의 스포츠인 골프는 동반자의 스윙을 지켜봐야 하지 않습니까? 그렇게 18홀 내내 제 스윙을 보지 않았습니다. 라운드를 끝내고 ‘잘 쳤습니다’ 하고 인사를 하면서 저는 ‘다음에 한 번 더 하시죠’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이 여성분이 ‘아이고, 선생님, 다음부터는 전화하지 마세요. 선생님 폼 보면서 골프 치다가 내 폼도 망가질 것 같아요’라고 하는 겁니다. 전 쇼크를 먹었습니다. 그래서 여러 곳을 찾아다니며 레슨을 받다가 여기까지 온 것입니다.”

골프삼락(三樂) 등 골프와 관련돼 참 많은 이야기를 들어봤지만 예쁜 여성과 골프를 치는 것이 즐거움의 원천이라는 얘기는 처음이었다. 외도를 하는 것도 아니고, 걸그룹을 좋아하는 식으로 그렇다고 하니 타박할 수도 없었다. 그리고 어쨌든 폼은 고쳐야 했다.

일본의 전지훈련 장소에 도착하니 아직 해가 지기 전이었다. 여장을 푼 후 연습장으로 이동한 참가자들은 필자를 포함한 프로들과 함께 스윙을 체크했다. 그런데 이 A씨의 스윙은 정말이지 독특했다. 필자는 지금까지도 수천 명을 레슨하면서 아마추어들의 스윙을 보고 웃어본 일이 없다. 그게 예의다. 그런데 딱 한 번의 예외가 이 때였다. 시쳇말로 빵 터졌다. 백스윙을 하는데 5번 쯤 꺾어서 올라갔다.

A씨는 이 우스운 스윙이 지독하게도 습관이 돼 있었다. 이 걸 고치기 위해 ‘하나에 백스윙, 둘에 때린다’는 걸 가리켰다. 사정이 절박했던지 A씨는 정말이지 열심히 했다. 주어진 레슨과 연습시간은 물론 밤 12시까지 호텔 밖으로 나와 스윙 연습을 했다. 남쪽 나라였지만 2월 달인 까닭에 밤에는 그래도 쌀쌀했는데 틈만 나면 골프채를 들고 스윙을 한 것이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불과 5일 만에 A씨는 그 오래된 악습을 다 고쳤다. 입술이 터지도록 열심히 한 덕이었다. A씨는 요즘도 필자에게 가끔 자신의 스윙 동영상을 핸드폰으로 보내온다. 점검해 달라고 말이다. 물론 지금은 상당히 예쁜 스윙이다.

*미국에서도 우스꽝스러운 스윙으로 유명한 전 NBA스타 찰스 바클리의 스윙 모음. 타이거 우즈가 흉내낼 정도로 화제를 모았고, 우즈의 스윙코치였던 행크 헤이니가 특별 지도를 하기도 했다. 의외로 이런 이상한 스윙을 하는 아마추어들이 많다. 보는 사람은 웃음이 나오지만 당사자는 괴로운 법이다.

또 한 번은 내기를 아주 좋아하시는 분이 찾아왔다(B씨). 골프는 작은 금액이라도 내기를 하는 경우가 많고, 이 것도 승부인 만큼 돈을 잃으면 스트레스를 받기 마련이다. B씨는 지인들과의 라운드에서 번번이 돈을 잃자 필자에게 SOS를 요청한 것이다.

필자는 레슨을 할 때 보통 1~3개 홀은 먼저 아마추어의 스윙을 유심히 지켜볼 뿐 레슨을 하지 않는다. 이후 아무리 늦어도 4번홀부터는 레슨에 돌입한다. 그런데 B씨의 경우 전반 9개 홀 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백스윙을 하면 톱에서 헤드는 공이 가는 방향을 가리키는 것이 정상이다. B씨는 신기하게도 백스윙 때 헤드가 그 반대방향으로 향했다. 부러 흉내를 내기도 힘든 자세였다. 그러면서도 골프를 치니 정확히 맞을 리가 없었다.

전반을 마친 후 필자가 진지하게 물었다.
“폼을 고치려면 상당히 힘드실 겁니다. 그리고 고치는 과정에서 당분간 공을 맞추지 못할 겁니다. 그냥 치시겠습니까, 아니면 고치시겠습니까?”

답은 “힘들어도 고치겠다”였다.

5일간의 전지훈련이었는데 B씨는 4일 동안 공 자체를 맞추지 못했다. 그만큼 악습이 몸에 밴 것이다. 다행히 5일째부터 공이 맞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헤어졌는데 몹시 궁금하고 걱정도 됐다. 부산에 거주하는 분이었는데 두 달이 지나서 연락이 왔다.

“프로님, 예전에는 친구들에게 봉이었는데, 지금은 다 따고 있습니다.”

믿기지가 않았다. 당장 확인하고 싶었지만 멀리 부산에 계시는 까닭에 “믿기지가 않네요(웃음). 나중에 제가 부산에 가서 한 번 보겠습니다”라고 답했다. 몇 달 뒤 필자가 부산외대에 강의하러 갔다가 B씨를 초청했다. 그런데 깜짝 놀랐다. 정말이지 스윙이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B씨는 일주일에 3번씩 연습장에 가서 스윙을 잡았다고 했다. 지금은 못해도 80대 중반 정도의 스코어는 나온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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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을 즐기는 골프. 집중적인 스윙교정으로 남은 평생, 골프가 편해진다면 그것이 현명하다. 사진=agedefinegolf.com

오늘의 레슨 포인트인 결론은 이렇다. 골프는 하면 되는 운동이다. 과정, 그것도 처음이 쉽지 않아서 그렇지 하면 된다. 스윙을 고치려고 마음 먹으면 처음에는 공이 안 맞는다. 최소한 100개, 200개는 공이 안 맞는다. 이걸 참아내야 한다.

‘볼을 갖다 놓고 아무 데나 날리세요. 볼은 생각하지 말고 내가 하고자 하는 스윙만 하세요. 그렇게 하면 101개, 혹은 201개부터 맞을 겁니다. 중요한 것은 스윙교정을 하다가 볼이 맞지 않는다고 포기하면 결국 옛 스윙으로 돌아가고 더욱 고치기 어려워진다는 사실입니다.’

이게 필자의 주문이다. 위에서 소개한 두 분은 스윙을 고치겠다는 의지가 아주 강했다. 역시 처음은 힘들었는데 결국 이겨냈고, 제대로 된 스윙을 갖게 됐다. 물론 지금까지도 골프를 아주 재미있게 잘 치고 있다.

골프는 오랫동안 하는 운동이다. 죽을 때까지, 서 있을 수 있을 때까지 즐길 수 있다. 이런 운동이니 ‘한 달 고생해서 10년을 편하게 치겠습니까? 아니면 한 달 고생을 하지 않고 10년 스트레스를 받겠습니까?’라는 질문은 우문인 것이다.

끝으로 나쁜 습관을 고칠 때 어느 프로에게 배워도 그 프로를 믿고 배우기를 권한다. 뭐든 그렇겠지만 골프도 믿음이 없으면 그 레슨은 효과가 없다. 스윙교정의 성공사례인 A와 B씨 같은 아마추어 골퍼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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