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골프와 성(性)] 슬라이스 나듯이 휘어지는 음경 만곡증
초보 골퍼들을 가장 괴롭히는 것이 아마 '슬라이스'일 것이다. 기세 좋게 드라이버를 휘둘렀는데, 공이 마치 UFO처럼 바깥으로 휘어 돌아갈 때는 주변 사람들 보기가 많이 민망하다. 필자 역시 초반에 골프를 배울 때 슬라이스로 인해 많은 고생을 했다. 옆의 프로골퍼 지망생들의 샷은 마치 자로 대고 그은 선처럼 직선으로 쭉쭉 뻗어나가는데, 필자의 샷은 목표를 잃고 옆그물만 허무하게 때리곤 했다. 결국 기본으로 돌아가 어드레스와 그립부터 차근차근 되돌아본 뒤에야 슬라이스 현상을 줄일 수 있었지만, 지금도 완벽하진 않다.

이미지중앙

그런데 남성의 성기 역시 슬라이스가 나듯이 옆으로 휘어지는 질병이 있다. 이를 ‘음경 만곡증’ 혹은 ‘페이로니 병(Peyronie’s disease)’이라고 한다. 후자는 이 병을 정식으로 명명한 학자의 이름을 딴 질환이다. 성기가 올바른 방향으로 발기되지 않으니 여러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 미용상으로도 문제지만, 마치 슬라이스가 난 공이 OB가 나듯 제대로 된 성관계가 힘들어지게 된다.

성기가 휘어지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가장 대표적인 이유는 과거의 미세한 손상으로 인해 성기를 싸고 있는 조직의 일부가 섬유화되어 딱딱해지기 때문이다. 이 딱딱해진 섬유화를 ‘결절’이라고 한다. 결절은 제대로 팽창하지 못하므로, 발기 시에 성기는 딱딱한 결절이 있는 쪽으로 휘어지게 되는 것이다. 위, 아래, 좌우 어느 방향으로도 휘어질 수 있지만, 가장 흔한 것은 배가 있는 위쪽으로 휘어지는 것이다.

사실 슬라이스가 다른 골퍼들에게는 놀림의 대상이 될 수 있지만, 정작 본인에게는 경기의 즐거움을 감소시키는 고통스러운 통과 의례이다. 마찬가지로 음경 만곡증 역시 짓궂은 개그의 소재가 되기도 하지만, 정작 당사자에게는 많은 고통을 안겨다 준다. 특히 만곡증이 심하여 제대로 된 부부 관계를 맺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가정의 행복까지도 파괴할 수 있는 질병이다.

따라서 만곡증이 심할 경우에는 여러 가지 치료 방법을 고려하게 된다. 우선 질환의 초기에는 먹는 약을 복용하거나 음경의 결절 부근에 직접 주사 치료를 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 치료 효과에는 한계가 있다. 최근에는 선별된 환자들을 대상으로 수술적 치료가 이루어진다. 딱딱한 결절의 반대편을 절개하거나 주름을 만드는 음경 단축술, 혹은 결절이 있는 부분에 조직 이식을 하는 음경 연장술이 있다. 발기부전도 같이 동반될 경우 일종의 임플란트인 음경 보형물을 삽입하기도 한다.

돌이켜 보면 초보 시절에는 슬라이스가 참으로 괴로운 관문이었다. 하지만 잘못된 그립, 어드레스, 그리고 임팩트 시 클럽 헤드의 각도 등을 차근차근 돌아보면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가능한 현상 임에 틀림없다. 공이 아닌 성기가 휘어지는 음경 만곡증도 마찬가지이다. 휘어지는 메커니즘을 잘 이해하고 치료에 임한다면 좋은 치료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준석(비뇨기과 전문의)


sports@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
          연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