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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진한의 사람人레슨]한국 골프장을 위한 변명
이번 주 <사람인레슨>은 ‘사람’ 대신 골프 정책을 논할까 합니다. 주제넘다고 비판하실 분들도 있겠지만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고, 나름 평생 골프를 업으로 살아온 필자 같은 사람이 할 말을 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골프활성화 방안을 마련하라.” 연초 대통령의 이 말 한 마디에 골프계는 들떴지요. 비록 김영란법에 주춤하고 있는 모양새이지만 골프관련 주(株)가 춘풍을 탔고, 백화점들은 대대적인 골프용품 할인행사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결론은 용두사미로 가고 있습니다. 결정적으로 ‘부자감세’에 막혀 개별소비세(옛 특별소비세) 등 세제 인하는 언강생심이 되고 말았습니다. 여전히 정부가 골프활성화와 관련해 세금에는 손 대지 않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만큼 획기적인 ‘방안’은 없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욕 먹을 각오를 하고 한 마디를 하고 싶은 내용은 국내 골프장을 살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림 같은 경관의 골프장은 부의 상징이고, 환경을 망친다는 오명을 듣는 등 아직도 대중적 이미지는 썩 좋지 않습니다. 하지만 골프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아사 직전에 처해 있는 국내 골프장을 살려야 하는 것이 필수조건입니다. 골프장이 살아야 쉽게 골프를 즐기는 사람이 많아지고, 이것이 진정한 골프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예컨대 수많은 학교 운동장이나 체육시절이 없다면 조기축구 열풍이 가능하겠습니까? 또 요즘 인기가 있다는 사회인 야구도 야구장 증설에 목을 매고 있습니다. 여기에 생활체육 붐에 힘입어 전국 방방곡곡에 실내외 체육시절이 엄청나게 늘었지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인프라 확대가 해당 종목 활성화에는 필요조건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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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한국 골프장은 암담합니다. 이미 도산하는 골프장이 늘어나고 있고, 지금과 같은 상태라면 수년 내에 일본과 같은 대규모 줄도산 사태를 막을 길이 없다고 합니다. 골프장들은 살아남기 위해 높은 그린피와 비싼 음식값을 유지하고, 캐디동반 의무제 및 단체고객 의무 객단가(식음료값) 등으로 내장객의 부담을 늘리고 있습니다. 가격이 비싸니 골퍼들이 해외로 나가며 내장객이 줄고 수익 구조는 더 나빠지고, 망하지 않기 위해서는 더 가격을 올리는 등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죠.

문제의 핵심은 골프장에 대한 왜곡된 제도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보통은 골프 활성화를 위해 내방객을 위한 개별소비세 폐지(혹은 인하)를 얘기하지만 이것보다 골프장이 부담하는 종부세, 재산세 등이 더 문제입니다. 상식을 뛰어 넘을 정도로 잘못돼 있습니다. 재산세의 경우 회원제 골프장은 일반기업(0.25%)보다 16배나 높은 4%이고, 종합부동산세(2%)와 취득세(10%)도 다른 업종에 비해 높습니다. 골프를 제외한 다른 스포츠의 경우 종부세는 0.5~0.7%, 재산세는 0.07~0.5%, 취득세는 2%에 불과합니다. 특히 종부세는 골프장 내 원형보존지역까지 포함하고 있어 형평성에 있어서도 그 문제가 심각합니다. 내장객이 많기로 유명한 N골프장의 경우 1년 세금이 몇 십억 원에 달해 장사를 잘하고도 적자를 기록할 정도입니다. 물론 국가도 세수가 부족하여 힘들어 하는 것을 언론을 통해 많이 보았습니다.

턱도 없이 골프장의 이해를 대변할 생각은 없습니다. 하지만 골프도 엄연히 산업입니다. 국내경기 활성화에 꼭 필요한 산업 중 하나인 것이죠. 골프장이 망하면 회원권 가치가 떨어지고, 일자리가 줄고, 지역 경기까지 나빠집니다. 크게는 골프산업이 위축돼 용품, 의류시장까지 악영향을 미칩니다.

요즘 관광산업이 핫(HOT)한데 왜 골프는 인바운드가 없고 아웃바운드만 있습니까? 한국 골프장은 비싸서 그렇지 시설이나 레이아웃, 서비스는 세계적으로 뛰어납니다. 가격 경쟁력만 어느 정도 갖추면 외국 골퍼들이 많이 찾을 겁니다. 한국 골프는 실력도 빼어나니 중국의 부자들이 한국으로 골프를 치러 몰려들 수 있습니다. 백번 양보해도 물가가 비싼 일본보다 한국이 골프비용이 더 높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습니다.

지금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곧 한국 골프장이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맞게 될 것입니다. 다시금 강조하고 싶습니다. 골프가 살기 위해서는 골프장이 중요합니다. 골프장에 대한 그릇된 규제는 풀어야 합니다. 지극히 타당한 얘기지만 국민 정서를 이유로 말 못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는 프로의 한 사람으로 감히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골프라는 운동은 자기 자신을 낮추고 겸손해야 합니다. 그리고 인내심과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하는 운동이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골프를 하면서 남에게 배려하는 것이 국민 정서에도 좋은 스포츠입니다. 골프대중화를 위해서는 골프를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그린피 인하가 필수적이고, 여기에는 골프장도 먹고 살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합니다.

끝으로 오는 10월 아시아 최초로 한국에서 프레지던츠컵이 열리고, 그 어느 때보다 한국 여자프로들의 활약이 대단한 올해 골프장에 대한 대못을 뽑아 골프 활성화의 초석을 다졌으면 합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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