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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롯데 프런트가 달라졌어요' 의미 있는 변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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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전 만원을 이룬 사직야구장. 사진=롯데 자이언츠 홈페이지

롯데 프런트는 지난 시즌이 끝난 뒤 CCTV 감찰이라는 전대미문의 사태로 팬들을 떠나보냈다. 그리고 지금 그들은 달라졌다. 아니. 달라져야만 했다. 그들의 변화는 과연 팬들에게 어떻게 느껴졌을까?

롯데 이윤원 단장은 개막전 중계 카메라에 잡혀 방송을 탔다. 그런데 배경이 평범하지 않다. 경기장 본부석 뒤 MVG룸이 아닌 관중석 상단이었다. 이곳에서 관중들과 함께 선수들을 응원하고 기념 촬영도 하던 도중에 카메라가 이 단장을 포착했고 그 모습이 방송에 나왔다. 롯데 자이언츠 이창원 대표이사 역시 서병수 부산시장과 함께 소위 '조지훈 존'으로 불리는 응원석에서 경기를 관전했다. 전임 수뇌부가 MVG룸에서만 경기를 관전하던 모습과는 분명 달랐다. 권위적인 태도를 버리고 팬들과 직접 소통하고자 하는 의지의 반영으로 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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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원 롯데 단장과 팬들. 사진=KBS N 중계화면

개막전 티켓 역시 마찬가지다. 롯데는 개막을 일주일 앞둔 3월 21일부터 롯데백화점 광복점, 동부산 롯데아울렛, 부산 벡스코 등지에서 티켓을 판매했다. 예매에 서툰, 혹은 예매 일정조차 몰랐던 팬들도 야구장으로 발길을 옮길 수 있도록 만든 배려였다.

변화는 개막전 시구자 선정에서도 감지됐다. 최근 롯데의 홈개막전 시구자를 살펴보자. 바로 지난 시즌에는 허남식 당시 부산시장이 시구자였다. 2013시즌엔 영화배우 조진웅, 2012시즌엔 역시 영화배우 강소라가 개막을 축하하며 시구했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개막전 시구자로 롯데의 상징 고(故) 최동원 코치 모친인 김정자 여사가 나섰다. 김정자 여사는 경기 전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나이 지긋한 나를 잊지 않고 초청해줘 고맙다"며 "올 시즌 롯데가 좋은 성적을 거둬 부산 시민들의 희망이 됐으면 좋겠다"고 응원했다.

개막 2연전 두 번째 경기 시구자는 라이언 사도스키였다. 2010시즌 롯데에 입단한 사도스키는 2012년까지 3년 간 29승을 기록하며 활약했다. 당시 한글을 배우며 SNS로 팬들과 소통하던 사도스키는 팬들에게 환영받는 선수였다. 그리고 사도스키는 올 시즌부터 해외 스카우트 코치라는 직책으로 다시 롯데에 돌아왔다. 사도스키는 시구에 앞서 "롯데에 많은 응원 바란다. 부산 갈매기 파이팅!"을 한국어로 외쳐 팬들의 환호를 자아냈다. 이처럼 롯데는 시구자 선정에서조차 '팬심'을 반영하고자 노력했다.

이에 팬들은 응답했다. 롯데는 2012년 이후 3년 만에 개막전 매진에 성공했다. 사직구장을 찾은 롯데팬 박성수(43) 씨는 "겨울에 있었던 일련의 사태를 통해 (구단에) 정을 떼려고 했다"라며 "하지만 별 뜻 없이 찾은 롯데백화점에서까지 티켓 판매하는 모습을 보며 속는 셈 치고 다시 경기장을 찾았다"고 밝혔다. 이어 "안전그물도 검정색으로 바꾸는 등 팬들을 배려하는 게 느껴져 좋다. 앞으로도 팬들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롯데 자이언츠가 됐으면 좋겠다"고 응원을 보냈다.

롯데 선수단을 옥죄던 CCTV는 이제 꺼졌다. 하지만 롯데 프런트에게는 '실망하고 돌아선 팬심의 해결'이라는 과제가 남아있었다. 이를 위해 프런트는 경기장 안팎은 물론 온라인에서까지 팬들에게 다가가려고 노력했다. 팬들은 개막전 매진으로 화답했다. 하지만 아직 기뻐하긴 이르다. 잠깐의 노력으로 몇 년 간의 실망을 돌리긴 힘들기 때문이다. 이제 선수단은 좋은 성적으로, 프런트는 팬을 최우선하는 마음가짐으로 팬들에게 다가가야 한다.

그리고 지금, 첫 단추는 잘 꿰어졌다. [헤럴드스포츠(사직)=최익래 기자 @irchoi_17]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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