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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혹독한 대전의 들에도 봄은 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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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대전 시티즌

꼴찌 팀이 홈에서 선두를 맞아 리그 첫 승점을 쌓았다.

대전 시티즌은 11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5 5라운드에서 울산 현대에 1-1로 비기며 승점 1점을 기록했다. 대전은 전반 막판 세트피스에서 선제골을 허용했지만 후반에 한 골을 만회하며 리그 첫 승점을 얻었다. 대전은 공수에서 허점을 보여줬지만 그만큼 가능성도 보여줬다.

꼴찌와 최정상의 만남이었던 이날 경기는 경기 전부터 대부분 울산의 승리를 예상했다. 울산은 4라운드 까지 3승 1무로 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었다. 전북 현대와 승점 동률(10점)이지만 득실 차(6점)에 2점 앞선 것인 만큼 울산은 8득점 2실점으로 경기당 2득점을 기록하며 리그 최고의 득점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반면 대전은 개막 후 내리 4연패를 기록하며 리그 최하위로 떨어졌다. 거기에 1득점 12실점을 기록하며 리그 유일한 ‘득실차 마이너스 두 자리 팀’(11점)의 불명예를 안고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대전은 내부적인 잡음이 있다. 프로축구 사상 처음으로 노조를 구성한 대전시티즌 사무국 노조는 조직시스템 개편을 놓고 양보 없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노사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거대한 호랑이’를 만난 대전은 이날 경기가 더없이 가혹했다.

초반 주도권을 잡은 홈 팀
대전은 5백을 들고 나오는 초강수를 뒀다. 윤준영-윤신영-김상필로 이어지는 중앙 수비 세 명은 시종일관 울산의 공격력을 잠재웠다. ‘트윈타워’ 김신욱(196cm), 양동현(186cm)은 제대로 된 헤딩 한 번 못해봤다. 울산은 볼 점유율을 63-37(%)로 가져갔고 유효슈팅도 5-1(개)로 우위를 가져갔지만 득점에는 실패했다.

대전은 공격에서도 지난 경기와 다른 양상을 보였다. 전방에서 시즌 도중 영입한 브라질 용병 사싸와 '에이스' 아드리아노가 시간이 갈수록 공을 잡는 시간을 늘려갔다. 경기 초반, 결정적인 장면도 대전 몫이었다. 전반 19분 서명원은 왼쪽 측면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오른발 인사이드로 정확히 맞췄다. 하지만 공은 골문을 살짝 빗나갔다. 전반 20분에는 아드리아노가 페널티 박스 바깥에서 중거리 슛으로 분위기를 가져왔다. 빠른 공격 템포로 무장한 대전은 역습을 통해 6개의 슈팅(울산 역시 6개)을 기록했다. 확실히 그전 경기와는 달랐다.

독이 된 5백과 빠른 공격 템포
하지만 대전은 전반 종료휘슬 직전, 세트피스에서 양동현에게 선제골을 허용했다. 단 한 번의 실점으로 회심의 ‘10백’전술이 무위로 돌아간 것이다. 대전은 몰아붙이는 동안 골을 기록하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대전은 초반 파산공세 이후 좀처럼 전방으로 볼 배급이 되지 않았다. 양 사이드에만 의존한 단조로운 공격루트는 부정확한 크로스로 이어졌다.

더 중요한 문제는 선수들의 고립이었다. 10백의 대전은 공격 시에 선수간의 간격이 넓어졌다. 그러다보니 지난 시즌 ‘챌린지 득점왕(27골)’ 아드리아노가 고립됐다. 그가 공을 잡으면, 그의 시야에 자주색 유니폼이 보이지 않았다. 아드리아노는 전반전에 고립된 상황에서 때린 중거리 슛만 2개였다. 이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 장면이 있었다. 전반 34분, 대전의 역습상황에서 김기수가 왼쪽 측면을 향해 단독 드리블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아드리아노만 뒤쪽에서 천천히 뛰어오고 있을 뿐이었다. 결국 공 소유권은 울산에게 넘어갔다.

또 다시 뒤바뀐 분위기
후반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대전의 공격은 번번이 무산됐다. 잦은 패스미스와 공격수의 고립이 계속됐다. 사싸도 무리한 드리블로 공격권을 자주 내줬다. 패색이 짙어지던 대전으로 분위기를 가져온 것은 골이었다. 대전은 후반 20분 서명원이 귀중한 동점골을 기록했다. 그 시발점은 김기수의 ‘칩 샷’ 크로스였다. 왼쪽 측면에서 김기수가 중앙을 향해 재치 있는 크로스를 올렸고 아드리아노가 헤딩으로 연결시켰다. 공은 김승규 골키퍼에게 막혔지만 그 후 뒤따라 들어오던 서명원에게 흘러들어갔다. 서명원은 침착하게 골문으로 밀어 넣었다. 이후 양상이 변했다. 대전의 공격이 이어졌고 대전 홈 서포터들의 북소리가 커졌다.

이후 대전은 울산의 파상공세를 필사적으로 막아냈다. 후반 30분에는 울산의 따르따와 임창우의 슈팅을 몸을 던져 막아냈다. 선수들은 곳곳에서 경련이 일어났다. 울산은 두 세 차례 좋은 득점 찬스를 놓치며 스스로 무너졌다. 후반 막판에는 김치곤을 투입하는 등 높이를 이용한 포스트 플레이에 의존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급해졌다는 반증이었다. 오히려 대전이 후반 막판 코너킥 상황에서 슈팅까지 연결시키며 추가골을 노렸다. 추가시간이 모두 지나 종료휘슬이 울렸고 경기는 1-1로 마무리 됐다.

아드리아노가 없는 대전을 상상해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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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공격의 핵심 아드리아노는 지난 시즌 '챌린지 득점왕' 출신이다. 사진=프로축구연맹


아드리아노가 후반 21분, 부상으로 교체 아웃됐다. 아드리아노가 빠지자 대전은 공격을 풀어내지 못했다. 그렇잖아도 고립됐던 사싸에게 더욱 심한 집중견제가 들어갔다. 아드리아노는 대전 공격의 핵심이다. 그는 신체적으로 뛰어난 공격수는 아니지만 지능적인 플레이를 구사한다. 지난 시즌 챌린지에서 32경기 27득점(경기당 0.84골)을 기록했다. 이는 팀 전체 득점(64점)중 약 절반에 해당되는 기록이다. 대전은 아드리아노가 골을 넣은 19경기에서 15승2무2패를 기록했다. 아드리아노는 지난 시즌 K리그 챌린지 득점왕과 최우수선수(MVP)까지 석권하며 최고의 한 해를 보내기도 했다.

아드리아노는 이날 부상 당시 어떠한 접촉도 없었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무서웠다. 자세한 검사결과가 나와야 알겠지만 이럴 경우 햄스트링(Hamstring; 허벅지 뒤쪽의 반건양근, 반막양근, 대퇴이두근) 부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햄스트링 부상은 한 번 다치면 회복 기간이 오래 걸리는데, 짧게는 2주에서 길게는 몇 달까지 회복기간이 필요하다. 재발가능성도 높기 때문에 축구선수들 사이에서 피하고 싶은 부상으로 꼽힌다. 대전으로선 초조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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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독한 한밭(대전의 옛 이름)에도 봄은 올까? 사진은 지난 시즌 대전 시티즌의 챌린지 우승 세레머니. 사진=프로축구연맹



이런 악재 속에서도 대전은 귀중한 승점 1점을 얻었다. 그리고 대전은 ‘죽음의 3연전’(서울-포항-수원)을 앞두고 있다. 혹독한 봄을 보내고 있는 대전이 계절의 끝에서 울고 있을지, 웃고 있을지 그들의 행보가 주목된다. [헤럴드스포츠=지원익 기자@jirrard92]

■11일 프로축구 경기결과
대전 시티즌(1무 4패) 1-1 울산 현대(3승 2무)
성남FC(2승 1무 2패) 1-0 부산 아이파크(1승 1무 3패)
제주 유나이티드(2승 2무 1패) 1-0 포항 스틸러스(2승 3패)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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