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수은중독의 편파 야구 Just For Twins!] 팬들 피를 말리는 ‘접전 트윈스’
12일 경기 결과: 두산 베어스 2 - 3 LG 트윈스

최고의 선수 - 이진영, 오 캡틴 마이 캡틴!

슈퍼모델을 스카우트하는 세계적인 모델 전문가들은 유망주를 찾기 위해 뉴욕이나 파리 같은 패션 중심지가 아니라 혼혈민족이 많은 도시부터 찾아다닌다고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들은 경험상 혼혈이 순수혈통보다 더 아름답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실제 2010년 <뉴욕타임즈>는 세계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버는 슈퍼모델들의 인종적 특성이 혼혈이라는 사실을 밝힌 바 있다.

순수 혈통을 고집하는 동종교배가 종족의 질을 높이지 못한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과학적 상식이다. 순혈을 고집할수록 유전자 자체가 폐쇄적으로 변한다. 반면 이종교배는 수정 단계부터 서로 다른 요소가 결합을 한다. 여기서 잉태되는 배아는 태생부터 갈등을 이겨낸 강한 유전자를 갖는다. 배아 스스로가 ‘다름’의 갈등을 이겨내고 어우러지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혼혈일수록 더 영민하고, 피가 섞일수록 환경에 더 적응을 잘 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팬들은 흔히 ‘프랜차이즈 스타’로 불리는 순혈 스타에 열광한다. 프로야구에서 프랜차이즈 스타가 팬들을 모으고, 팀을 단결시키는 역할을 한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도 없고, 부인할 이유도 없다. 하지만 야구는 프랜차이즈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순혈의 팀보다 이종의 문화를 받아들이고 융화하는 팀이 더 큰 발전의 계기를 얻는다.

12일 9회 말 통렬한 끝내기 투런포를 날린 이진영의 가슴에는 트윈스의 주장을 상징하는 ‘C’ 마크가 붙어 있다. 이진영은 트윈스가 배출한 프랜차이즈 스타가 아니다. 군산 출신인 이진영은 1999년 연고팀인 쌍방울 레이더스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했고, SK 와이번즈에서 ‘국민 우익수’로 거듭났다.

트윈스는 그런 그의 가슴에 지난해부터 캡틴의 중책을 부여했다. 이진영은 감독이 뽑은 주장이 아니라 선수들이 직접 선출한 '민선 주장'이었다. 트윈스의 선수들은 앞서 주장을 맡았던 걸출한 프랜차이즈 박용택과 이병규의 뒤를 이을 리더로 이진영을 선택했다. 이것이 무엇을 뜻하는가? 이는 이진영이 얼마나 팀에 녹아들기 위해 노력했고, 그가 얼마나 선수들을 잘 다독이며 트윈스에 헌신했는가를 증명한다.

‘야잘잘’로 불리는 이진영은 단지 야구를 잘해서 트윈스의 팬들에게 사랑받는 것이 아니다. 그는 팀의 케미스트리를 위해 누구보다도 헌신한다. 그것은 그를 주장으로 선출한 선수들이 입증한다. 그는 정성훈과 함께 두 번째 FA를 맞은 2012년 말 4년 34억 원이라는 ‘헐값’에 트윈스에 잔류했다. 그와 비슷한 시기 트윈스에 합류해 팀에 영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2년 만에 FA로 트윈스를 떠난 한 오른손 외야수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이진영은 잘 칠 때도 있고 못 칠 때도 있는 선수다. 그런데 시즌이 끝나보면 그의 타율은 어김없이 3할 위에 올라 있다. 그는 신언호 이후 트윈스가 잃었던 강견 우익수의 자리를 되찾아줬고, 클래스는 영원하다는 것을 보여준 ‘지옥에서라도 데려와야 하는 큰 머리 왼손 외야수’다. 트윈스의 팬 중 누가 그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탈보트-유먼-유창식-니퍼트-장원준-유희관 등 에이스급만 고루 만나며 죽음의 6연전을 치른 트윈스의 4월 둘째 주 마지막을 장식한 인물은 바로 팀의 캡틴 이진영이었다. 우리는 더 이상 이진영이 핀 스트라이프가 아닌 다른 유니폼을 입은 모습을 상상할 수 없다. 잘 남아줬다, 캡틴! 캡틴이 있어 잠실의 외야가 이처럼 든든한 것이 아닌가.
이미지중앙

12일 9회말 통렬한 역전 끝내기 투런포를 날린 트윈스의 주장 이진영. 17년 선수생활 중 무려 10년 동안 3할 타율을 기록한 이진영이지만 끝내기 홈런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OUTRO - ‘접전 트윈스’를 대하는 팬들의 자세

이쯤 되면 팬들 피를 한 번 제대로 말려보자는 행동이라고밖에 해석이 안 된다. 개막 이후 약 보름간 트윈스의 행보는 그야말로 ‘접전 트윈스’였다. 개막전 타이거즈에게 두 점차 석패를 당한 것은 접전 축에도 끼지 못한다. 이튿날 트윈스는 9회초까지 앞서다가 9회말 통한의 투런포를 맞으며 역전 끝내기를 당한다. 이어 지난달 31일 자이언츠에게 완패하며 숨을 고르더니 4월이 시작되며 본격적인 접전 트윈스의 진가를 발휘한다.

■ 1일 vs 자이언츠 : 연장 10회말 끝내기 1점 차 승리
■ 4일 vs 라이온즈 : 3대 2, 1점 차 신승
■ 5일 vs 라이온즈 : 7, 8, 9회말 대거 5점을 뽑으며 1점차 9회말 끝내기 역전승
■ 7일 vs 이글스 : 연장 11회말 1점차 끝내기 패배
■ 8일 vs 이글스 : 8회초 2점 내며 역전 후 1점차 신승
■ 9일 vs 이글스 : 9회초 극적으로 동점을 만들었으나 9회말 끝내기 에러로 1점차 패배
■ 10일 vs 베어스 : 8회말 대거 4점을 내며 극적인 3점차 역전승
■ 12일 vs 베어스 : 9회말 이진영의 끝내기 투런포로 1점차 역전승

트윈스가 이토록 피를 말리는 접전을 이어가는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계산이 서는 투수진’ 덕분이고, 다른 하나는 ‘답이 안 나오는 타선’ 탓이다. 트윈스의 투수진은 류제국, 우규민 두 선발 투수가 빠진 상태에서도 매우 훌륭하다. 탄탄한 불펜까지 곁들여 ‘계산이 서는’ 투구를 한다.

루카스처럼 제풀에 못 이겨 무너지는 투수를 제외하면 트윈스의 경기는 대략 3~4점 내에서 상대팀을 막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장기 레이스에서 이는 비교할 수 없는 강점으로 작용한다.

그런데 타선은 반대로 답이 나오지 않는다. 투수들이 혼신의 힘을 다해 상대 타선을 3점 이내로 막아내면, 타선은 꼭 그보다 1, 2점 뒤진 상태에서 종반을 맞이한다. 그리고 타선이 종반에 힘을 내면 극적으로 역전하고, 그렇지 못하면 석패한다.

문제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투수 쪽은 류제국과 우규민 등이 돌아오면 더 계산이 설 것이다. 하지만 타선에는 더 보강될 선수가 없다. 100만 달러의 사나이 한나한을 기다리기는 하지만, 수비형 내야수인 그가 침체된 팀 타선의 혁신적 요소가 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결국 타자들은 스스로 활로를 찾아야 한다. 그리고 그 시기가 언제가 될 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이 말인즉슨, 트윈스는 당분간 투수력에 기대 '변비 타선'을 극복하는 접전의 시합을 한 동안 계속 해야 한다는 뜻이다. 안타깝지만 이는 트윈스와 트윈스의 팬들이 지고 가야 할 2015년 레이스 초반의 숙명이다.

마음을 편하게 가지자. 이렇게 매일 피를 말리는 시합을 보며 진짜로 피가 말라버리면, 팬질은 고사하고 제명에 살 수 있을지조차 확신할 수 없다. 고맙게도 트윈스는 이런 접전 상황에서 이기고 지고를 반복하고 있다. 접전만 했다하면 줄줄이 패해, 투수라는 투수는 다 소모하고 팬들 기분은 지옥으로 떨어뜨렸던 암흑기 시절에 비해 얼마나 큰 발전인가.

침체된 타선은 언젠가 올라올 것이다. 타격에는 리듬이 있는 법이다. 반면 두터운 투수진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접전을 거듭하면서도 불펜 투수들의 투구 숫자는 적절하게 관리되고 있다. 타선이 올라올 때까지 팬들은 분투를 거듭하는 팀의 투수들을 격려하며 버텨 나가야 한다. 장기적으로 볼 때 지금 트윈스가 보여주는 ‘접전 트윈스’의 모습은 절망보다는 희망의 요소가 훨씬 많다.

*수은중독: 1982년 프로야구 개막전에서 이종도의 만루 홈런을 보고 청룡 팬이 된 33년 골수 LG 트윈스 팬. 인생에서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두 자녀를 어여쁜 엘린이로 키우고 있다.

sports@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
          연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