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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믿었던 불펜에 발등 찍힌 롯데 마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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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펜의 방화로 승리를 날린 린드블럼의 18일 투구모습 (사진=롯데 자이언츠)


걱정거리를 해소하니 또 다른 게 말썽이다. 시즌을 앞둔 롯데 자이언츠는 선발진 곳곳에 생긴 씽크홀을 메우지 못했다고 평가받았다. 그도 그럴 것이 검증된 선발 투수가 단 한 명도 없었다. 장원준이 팀을 떠났으며 새로운 외인 듀오 조쉬 린드블럼과 브룩스 레일리는 '긁지 않은 복권'이었다. 송승준은 작년 최악의 부진을 경험했으며 4~5선발 자리를 채울 자원은 마뜩찮게 여겨졌다.

반면 김승회를 축으로 한 불펜은 이명우-최대성-김성배 등 기존 멤버에 정재훈의 FA(자유계약선수) 보상 선수 영입으로 양이 두터워졌다. 거기에 5월 가세할 강영식-정대현까지 감안한다면 불펜의 뎁스는 KBO 리그 어디에 내놔도 밀리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웬걸, 순항 중인 선발진이 머쓱할 정도로 불펜이 붕괴됐다. 롯데는 지난 1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서 최주환에게 끝내기 홈런을 허용하며 5-7로 허무한 패배를 기록했다. 벌써 세 번째 끝내기 패배다.

끝내기 패배는 앞선 이닝 전부를 지워버리기 때문에 단순한 1패 이상의 타격을 안겨준다. 세 시간 넘게 리드하던 경기를 단 10여 분의 실수로 내준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롯데는 지난 시즌 128경기 중 69경기를 졌는데 이 중 7번이 끝내기였다. 2014 KBO 리그에서 총 34번의 끝내기가 나왔다는 걸 감안한다면 롯데의 차지하는 비중이 필요이상으로 많았다.

이번 시즌 롯데는 지난 시즌 자신에게 도전하는 듯 빠른 페이스로 끝내기 기록을 써나가고 있다. 올 시즌 치른 17경기 중 8경기에서 패배했는데 이 중 세 번이 끝내기였다. '소방수' 봉중근의 방화가 이어지던 LG 트윈스와 더불어 최다 끝내기 패배를 기록 중이다. 단순히 놓고 본다면 시즌이 끝날 때 롯데는 25번의 끝내기 패배를 달성하게 된다. 물론 억지스러운 계산이지만 최근의 흐름에 비춰본다면 마냥 허황된 것처럼 느껴지진 않는다.

롯데 불펜의 부진을 수치로 살펴보면 더욱 참담하다. 롯데의 불펜 평균자책점은 5.50으로 리그 7위 수준이다. 블론 세이브도 3개에 달한다. 특급 불펜을 자랑하는 삼성 라이온즈 불펜 평균자책점(2.15)에 비춰본다면 형편없다. 롯데는 17경기에서 10명의 투수가 총 67번 등판했다. 67번의 등판 횟수는 한화 이글스(69번)에 이어 최다 2위다. 반면 불펜의 불펜 소화 이닝은 54이닝으로 리그 7위다. 많은 선수가 이닝을 조금씩 끊어 던지는 건 한 선수에게 몰릴 피로를 나눠가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이렇듯 성적이 좋지 못할 경우 연쇄적으로 무너질 가능성이 높다. 시즌 초 마무리를 맡았던 김승회가 무너지자 이정민에게 그 짐이 넘어갔고, 이정민 역시 연쇄 부진에 빠진 것처럼 말이다.

"Et tu, Brute?"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비극 '쥴리어스 시저'에서 로마의 황제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암살당하는 순간을 나타낸 대사다. "브루투스, 너마저?"로 해석되는 이 말은 믿었던 것에게 배신당한 상황을 탄식하는 데 주로 쓰인다. 이종운 감독의 입에서 "불펜, 너마저?"가 지금처럼 반복된다면 롯데의 순위표는 더욱 아래로 내려갈 것이다. [헤럴드스포츠=최익래 기자 @irchoi_17]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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