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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otimeover의 편파야구 거침없는 다이노스] 졌지만 기분이 나쁘지 않은 이유 - '공격은 팬을 부르고 수비는 승리를 부른다'
19일 경기 결과: kt 위즈 4-2 NC다이노스

‘NC 에이스’는 찰리다. 2년 연속 팀 내 최다승투수이자 165이닝, 15QS(퀄리티 스타트) 이상을 책임진 실력. 여기에 실책을 범한 수비수를 격려하는 착한 심성(조카신발 사건은 지금도 미스터리다)까지 갖춘 찰리에게 ‘에이스’라는 영광스러운 칭호가 주어진 건 당연한 일이다. 찰리가 이렇게 빨리 마운드에서 중심을 잡아주지 않았더라면 NC는 아직도 갈 길이 먼 아기공룡 신세였을 것이다.

요즘 찰리가 예전 같지 않다. 팀 내 최다승(4승) 투수지만 이날 경기 전까지 평균자책점 5.13에 WHIP 1.61(이닝당 안타·볼넷 허용률)로 부진을 겪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구속이다. 140km 중후반을 유지하던 구속이 130km후반으로 뚝 떨어졌다. 속구가 스피드를 잃자 변화구도 힘을 잃었다. 속구와 변화구의 스피드 차이가 적으니 타자들은 예상 밖의 공도 쉽게 커트해냈다. 그러자 찰리의 투구 수는 점차 늘어났고 평균이닝수도 5이닝에 못 미치는 4.47이닝으로 곤두박질쳤다.

사실 기자는 5월 초까지 큰 걱정을 하지 않았다. 찰리는 검증된(?) 슬로우스타터다. 항상 4월은 어두웠다. 2013년 4월은 3패 평균자책점 4.66, 2014년 4월도 2패 평균자책점 4.70이었다. 하지만 5월이 되면 거짓말처럼 살아났다. 두 시즌 연속 5월에 3승씩 거뒀고 이때의 좋은 흐름을 시즌 내내 이어갔다.

올해는 뭔가 심상치 않다. 5월이 되었는데도 찰리가 제 컨디션을 못 찾고 있다. kt와 롯데를 상대로 2승을 수확했지만, 구속은 여전히 130km 후반에 머물고 있었다. 결국 지난 13일 잠실 LG전에서 ⅓이닝 4피안타(1피홈런) 3실점이라는 실망스런 기록을 남겼다. ⅓이닝은 찰리가 한국에 온 이후 최소투구 이닝이었다. 이런 흐름이 이어진다면 원치 않는 이별을 맞이할 수도 있다.

‘에이스’는 외롭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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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찰리는 불안한 피칭을 했지만 동료들의 호수비 덕에 5이닝을 채울 수 있었다.


흔들리는 에이스 뒤에 든든한 8명의 야수가 있었다. 찰리는 최고 141km에 불과한 구속을 올리는 것 대신 최대한 낮게 던지는데 주력하며 맞춰잡는 피칭을 했다. 그리고 찰리의 떨어진 구속을 야수들이 수비력으로 메웠다.

‘수비의 핵’ 손시헌과 김태군이 먼저 힘을 냈다. 3회 1사 후 이대형이 풀카운트에서 4구 연속 파울을 친 뒤 11구째를 받아쳤다. 투수 옆으로 빠지는 안타성 타구였지만 어느새 나타난 손시헌이 빠르게 잡아 준족의 이대형을 잡았다. 힘든 승부 뒤에 맞는 안타는 투수에게 1피안타 이상의 타격을 주기에 이 수비는 큰 의미가 있었다. 이후 김민혁이 빗맞은 중전 안타로 출루한 뒤 도루를 시도했으나, 김태군이 정확한 송구로 주자를 저격하며 이닝을 마무리 지었다.

이에 뒤질세라 지석훈과 김종호도 호수비를 선보였다. 4회 1사 1루에서 김상현이 3루수 방면으로 야수가 바운드를 계산하기 어려운 타구를 보냈다. 지석훈은 빠른 타구를 향해 다가서며 숏 바운드로 처리한 뒤 빠른 송구로 병살타를 만들어냈다. 김종호도 5회 선두타자 박경수의 ‘뜻밖의 장타’를 점핑캐치로 잘 막아냈다.

야수의 호수비가 없었다면 찰리는 5이닝도 채우지 못했을 것이다. 5회가 되자 찰리의 공이 다소 높아졌다. 김동명-박용근에게 연속 2루타를 내주며 동점이 되었다. 심우준에게도 좌중간을 가르는 역전타를 얻어맞았다. 비록 역전을 허용했지만 야수들이 좋은 수비로 에이스의 추가실점을 저지했다. 이종욱이 빠르게 쫓아가 손시헌에게 공을 연결했고, 손시헌은 3루를 노리던 심우준을 잡아냈다. 다음 타자 이대형이 중전안타를 친 뒤 도루를 시도했지만 이번에도 김태군이 강견을 자랑하며 이닝을 매조지었다.

이날 찰리의 기록은 5이닝 8피안타 2실점 1탈삼진. 기대에 미치지 못한 피칭이었다. 하지만 완전히 못한 피칭도 아니다. 만약 NC가 이날 경기 결과에 따라 원치 않는 이별을 준비했다고 가정했을 때, 이날 성적은 ‘그동안 잘해준 찰리를 한 번만 더 믿어보자’ 정도는 되었다. 오늘 찰리는 혼자가 아닌 야수 8명과 함께 피칭한 느낌이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코칭스태프도, 선수들도, 팬도 오랫동안 ‘에이스’ 찰리와 함께하고 싶다. 그의 부활을 간절히 빈다.

그래, 수비를 통해 희망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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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최재원은 좋은 수비를 통해 주자가 아닌 수비수로서의 능력도 뽐냈다. (출처:NC다이노스)


참 답답한 공격이었다. 3회 손시헌-김태군의 연속안타로 선취점을 뽑아낸 이후 연타가 한 번도 없었다. 중심타선도 삼진을 7개나 빼앗겼다. 하지만 타격이 터지지 않은 것에 너무 오랫동안 고민하지 말자. 오늘 무득점해도 다음날 10점을 올릴 수 있는 것이 야구의 묘미며 우리 타자들에겐 그만한 잠재력이 충분하다는 건 NC팬 누구나 다 아는 사실 아닌가?(그리고 kt선발 엄상백과 시스코의 피칭이 평소보다 좋았다.상대가 잘하는 것은 인정해주자)

타격은 30%만 성공해도 찬사를 받지만 수비는 100% 성공을 염두에 둔다. 우리는 끝내기 안타보다는 호수비 하나가 혹은 어이없는 실책 하나가 경기의 승패를 결정하는 장면을 더 자주 보지 않나? 그래서 기자는 2점밖에 못낸 타선에 아쉬움을 표하기 보다 여러 위기를 단 4실점으로 막아낸 수비를 칭찬하고 싶다.

7회 2사 만루에서 이대형에게 우익수 키 넘어가는 타구를 얻어맞았다. 2루 주자까지 홈을 밟으며 3점차로 벌어졌지만 나성범-손시헌-김태군으로 이어지는 중계플레이로 1루 주자를 홈에서 잡아냈다. 빠른 판단과 정확한 송구로 불펜의 체력소모를 막았다.

대주자로 나온 최재원도 경기 후반 좋은 수비를 보여줬다. 8회 2사 만루에서는 김동명의 느린 땅볼을 재빨리 잡아내 러닝스로로 마무리했다. 조금이라도 머뭇거렸더라면 내야안타가 될 만한 어려운 타구를 잘 처리했다. 9회 무사 1,3루에서 나온 협살플레이도 좋았다. 민성기가 이대형의 투수땅볼을 곧장 홈으로 뿌렸다. 김태군이 3루 주자를 향해 달려가며 협살을 시도했고 공을 건네받은 최재원이 빠른 발로 주자를 태그아웃 해 다른 주자들의 진루를 사전에 차단했다. 이런 좋은 수비들이 이기고 있는 좋은 흐름이 아니라 뒤지고 있는 불안한 흐름에서 많이 나왔다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

작은 차이가 쌓이고 쌓여 큰 차이를 만든다. 좋은 수비는 팀에 많은 이점을 부른다. 투수는 수비를 믿고 자신의 공을 더욱 자신 있게 뿌릴 수 있다. 아직 선발과 불펜진의 구성이 완벽하지 않기에 수비의 중요성이 더 더욱 높다. 또한 타자들은 스스로 만족할만한 수비에 성공한 뒤 한결 자신 있게 타격에 임할 수 있다. ‘좋은 수비 뒤엔 좋은 타격이 있다’라는 명언이 그냥 있는 게 아니다. 비록 19일 경기는 패했지만, 이날 얻은 수비에 대한 자신감과 섬세함은 더 많은 승리, 나아가 더 좋은 공격을 불러올것이라 믿는다.

농구 스타 마이클 조던이 말한 “공격은 팬을 부르고, 수비는 승리를 부른다”라는 명언이 왜 지금도 모든 스포츠에서 회자되는지 잘 생각해보자!

*Notimeover: 야구를 인생의 지표로 삼으며 전국을 제집처럼 돌아다는 혈기왕성한 야구쟁이. 사연 많은 선수들이 그려내는 패기 넘치는 야구에 반해 갈매기 생활을 청산하고 공룡군단에 몸과 마음을 옮겼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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