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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otimeover의 편파야구 거침없는 다이노스] ‘환상의 5월’은 지났다. 다시 새로운 마음으로
3일 경기 결과: LG 트윈스 8-4 NC 다이노스

황홀했던 5월이었다. 팀 최다 연승을 8연승을 포함해 무려 20승을 수확했다. 동시에 2009년 우승팀 KIA가 8월에 작성한 팀 월간 최다승 기록을 재현했다. 바닥권에 있던 순위는 더 이상 올라갈 수 없는 곳에 자리 잡았다. 좋은 결과 뒤엔 좋은 과정이 숨어 있었다.

4월의 불안요소가 5월의 믿음요소로 바꿨다. '불혹의 에이스' 손민한이 불안한 선발진을 지켰다. 5월 4경기에 등판해 4승 평균자책점 0.79을 기록했다. 김진성이 부상으로 빠진 뒷문은 임창민이 더욱 탄탄하게 지켰다. 5월에만 팀의 10승을 지켜내며 세이브 부문 3위(11세이브)에 올랐다. 박민우와 김종호는 꾸준히 루상에 나갔고, 테임즈과 이호준은 불러들이느라 바빴다. 특히 이호준은 9홈런 34타점을 쓸어 담으며 타점 1위(62타점)에 오르고, 개인통산 300홈런을 눈앞에 뒀다. 또한 부진했던 나성범과 이종욱의 방망이에 탄력이 붙으며 상위타선과 하위타선의 연결이 한결 매끄러워졌다. 투타의 완벽한 조화속에 ‘5월 대반격’은 대성공으로 막을 내렸다.

아직 남아있는 불안요소 ‘불안한 선발진의 나비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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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시즌 승리의 아이콘이 된 해커. 2일 경기는 해커보다는 불운의아이콘이었던 에릭이란 이름이 어울리는 느낌이었다.


NC를 키운 건 8할이 선발이었다. 지난 2년간 찰리-해커-이재학은 부상 없이 꾸준히 선발로테이션을 지켰다. 세 선수 모두 2년 연속 150이닝을 맡으며 이닝이터의 면모도 보여주었다. 여기에 신생팀 특혜로 기용할 수 있었던 아담(뒷모습은 깔끔하지 않았지만...)과 웨버도 꾸준한 피칭을 선보였다. 확실한 5선발은 못 구했지만 휴식일이 있었기에 확실한 4선발로도 충분히 시즌을 보낼 수 있었다. 하지만 2015년을 앞두고 많은 전문가들은 NC의 선발진을 걱정했다. 신생팀 특혜가 사라지며 찾아야할 선발투수가 두 명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거기에 원종현이 대장암판정으로 전력에서 이탈해 선발후보였던 이민호가 불펜으로 돌아갔다.

뜻밖의 인물이 나오며 희망찬 5월을 보냈다. ‘우완트로이카’ 시대를 열었던 박명환과 손민한이 회춘투를 선보였다. 박명환은 17일 삼성전에서 1,789일만에 승리를 맛봤고, 손민한은 5월에 나간 4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따냈다. 2013시즌 초반 반짝했던 이태양도 그때의 구위를 회복하며 선발진에 자리잡았다. 하지만 변수가 있었다. 이재학이 제구를, 찰리가 구속을 잃으며 퓨처스 리그로 내려갔다. 손민한과 박명환도 체력회복이 느린 편이라 로테이션을 한 번 걸러서 나온다. 이태양은 팀 사정상 5선발 보다는 롱릴리프로 나서는 날이 많다. 사실상 현재 선발로테이션을 제대로 지키는 선수는 해커뿐이다.

선발진이 흔들리면 뒤를 받치는 불펜의 부담은 클 수밖에 없다. 그동안 1군에서 보기 힘들었던 최금강과 임정호가 동시에 잠재력을 터트리며 단점일거라 생각했던 뒷문을 장점으로 만들었다. 임창민도 김진성의 빈자리를 200% 메웠다. 하지만 이들은 약한 선발을 돕기 위해 매일같이 마운드에 올라야 했다. 그동안 NC의 불펜투수들은 매 경기 4이닝 가까이 책임졌다. 이 페이스가 계속 이어지면 순위싸움이 치열해지는 한여름에 불펜진에 구멍이 생길 수 있다. 타격이 아무리 좋아도 마운드가 약한 팀은 매 경기 힘든 싸움을 펼칠 수밖에 없다.

우려하던 일이 현실이 된 LG 2연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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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임즈의 투런홈런이 터지며 9회말 대역전을 기대했다. 하지만 9회초에 3실점하며 김이 새버렸다.


우려하던 일이 6월 첫 2경기에서 터졌다. 지난 2일 해커가 2⅔이닝 9피안타 8실점으로 이번 시즌 최악의 피칭을 했다. 빗맞은 타구가 모두 기분 나쁜 안타로 연결되었던 게 화근이었고, LG의 타격감도 참 좋아 해커를 너무 나무랄 순 없다. 문제는 이후였다. 민성기는 1이닝동안 볼넷 3개를 내줬고, 오랜만에 마산구장을 밟은 노성호와 부상에서 복귀한 김진성은 8안타(3피홈런)와 9점을 내줬다. 타자들이 우규민에게 5점이나 뽑아내줬지만 이미 빼앗긴 18점에 비해 너무 초라해보였다.

3일은 ‘5월 4전 전승’을 달린 손민한이 선발로 나섰다. 구위는 여전했다. 하지만 상대의 노림수에 당했다. 투구 수가 80개 전후라는 것을 알고 끈질긴 승부를 펼쳤다. 특히 이날 던진 82구 중 27%(23구)는 오지환에게 쏟아 부었다. 결국 손민한은 4⅓이닝 만에 마운드를 내려왔다. 전날 아껴뒀던 필승조도 이날은 아쉬움을 남겼다. 승부처인 5회 임정호와 이민호는 폭투로 주지 않아도 될 점수를 줬다. 최금강도 8회 볼넷 2개로 만루위기를 자초했고 폭투로 추가점을 줬다. 타자들이 LG의 불펜을 공략해 5-4까지 쫓아갔지만, 우리 불펜도 9회 3실점하며 역전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2연전 모두 마운드의 문제, 특히 추격조의 부재가 컸다. 최근 한국야구는 타고투저 현상이 심해 5~6점도 안심할 만한 점수 차가 아니다. 공룡군단의 방망이는 한 번 불붙으면 제대로 터진다. 역전이나 점수가 벌어진 뒤 최소 1이닝만 상대 흐름을 막으면 역전의 불씨를 살려볼 수 있다. 하지만 점수 차가 벌어진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른 투수들이 곧바로 점수를 내주며 흐름을 완전히 넘겨주고 말았다.

2연패가 오로지 투수들의 잘못이란 것도 아니다. 팀 선발이 약한 것을 안다면 초반부터 끈질긴 승부를 펼쳐야 한다. LG 선발 우규민은 2일 3회까지 단 31구만 던졌다. LG타자들이 달아오른 타격감이 식을 시간도, NC가긴 수비시간으로 인해 떨어진 집중력을 가다듬을 시간도 없었다. 너무 조급했다.

3일은 공격의 세밀함이 떨어졌다. 6회 무사 1,2루에서 이호준이 풀카운트 승부를 펼쳤다. 마지막 바깥쪽 공에 힘이 가득 들어간 스윙을 했고 동시에 더블스틸을 하던 나성범도 3루에서 잡히고 말았다. 순식간에 2사 2루가 되어버렸다. 최경철의 실책이 없었더라면 무사 1,2루 황금찬스를 무득점으로 마감할 뻔했다. 주자 하나하나가 중요했던 9회말에도 김태군이 좌중간에 떨어지는 안타를 친 뒤 2루에서 아웃 당했다. 좌익수 이병규(7)의 수비가 좋긴 했으나 9회말 4점차 선두타자가 무리해서 2루를 노릴 이유는 없었다. 근거있는 과감함은 ‘거침없다’란 평가를 받지만 근거없는 과감함은 ‘무모하다’란 평가를 받는다. 기자가 정말 좋아하는 김태군이지만 9회 보여준 플레이는 무모했다고 본다.

결국 우리는 투타의 엇박자 속에 6월을 연패로 시작했다. 지난 2연전에서 나온 모습은 많은 전문가들이 예상한, 4월의 우리 모습이었다. 황홀했던 5월이 끝나자마자 나온 모습이기에 아쉬움이 많다. 하지만 지금의 2연패는 5월에 취해했던 우리에게 정신을 차리게 해준 한 방이다. 다시 현실을 직시하고 부족한 점을 하나하나 메워가야 한다. 선수들은 물론이고 팬들도 너무 높아진 눈높이를 낮추고 격려와 응원을 보내야 한다.

김경문 감독이 2일 경기를 앞두고 했던 “5월은 이미 지나갔다. 오늘부터 새로운 마음으로 첫 경기를 시작하겠다. 벌써 성적에 취할 때는 아닌 것 같다”을 상기하자. 그렇다면 ‘5월 대반격’에 이은 ‘진격의 6월’이 찾아올 것이다.

*Notimeover: 야구를 인생의 지표로 삼으며 전국을 제집처럼 돌아다는 혈기왕성한 야구쟁이. 사연 많은 선수들이 그려내는 패기 넘치는 야구에 반해 갈매기 생활을 청산하고 공룡군단에 몸과 마음을 옮겼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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