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나주공설운동장에서 열린 2015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남자축구 결승전에서 이탈리아가 한국을 3-0으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지난 5일 있었던 조별예선 두 번째 경기에서는 한국이 1-0 승리를 거뒀지만 이번에는 단단히 벼르고 나온 이탈리아에 속수무책이었다.
이날 한국은 이탈리아를 상대로 기존의 4-2-3-1 포메이션 원 스트라이커 체제에서 탈피, 김민규(단국대)와 김건희(고려대)를 동시에 선발로 기용해 전술에 변화를 꾀했다. 김건희는 처진 스트라이커로 윙어들과 호흡을 맞췄다.
전반전 초반부터 결승전다운 치열한 경기가 펼쳐졌다. 이전 맞대결에서는 수비에 급급했던 이탈리아가 공격적으로 나오면서 한국 수비진들이 발 빠르게 움직였다. 4분 이탈리아의 비아치 토마소가 박스 안 우측으로 침투하면서 첫 슈팅을 시도했고 볼은 골대를 높이 넘어갔다.
13일 나주공설운동장에서 열린 한국과 이탈리아의 U대회 남자축구 결승전에서 이탈리아 토마소가 선취 득점 후 기뻐하고 있다.
위기는 생각보다 이른 시점에 찾아왔다. 공격권을 차지한 이탈리아가 빠르게 드리블하며 한국 진영에 침투했고 이를 저지하려 무리한 태클을 시도한 박동진(한남대)이 6분 30초 만에 다이렉트 퇴장을 당하며 한국의 수비에 비상이 걸렸다. 박동진이 퇴장당한 지 4분 후 이탈리아가 먼저 득점에 성공했다. 비아치 토마소가 문전에서 패스를 받아 슈팅으로 연결해 선취 득점하며 1-0으로 앞서갔다. 이후 한국은 공격수 김민규를 빼고 수비수 전인규(남부대)를 투입해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유도했다.
이탈리아는 오른쪽 측면을 주 공격루트로 사용해 한국을 위협했고 좌측 윙 서영재(한양대)와 문준호(용인대)가 빠르게 움직여 공격을 막아냈다. 이른 시간 나온 레드카드로 당황한 한국은 공중볼 처리와 패스에서 실수를 범하면서 여러 차례 위기를 맞았다.
한국은 31분 이상민(고려대)을 빼고 이정빈(인천대)을 투입하면서 득점에 희망을 걸었다. 기대도 잠시, 32분 이탈리아의 파울로 레골리가 중거리슈팅을 때렸고 득점으로 이어지면서 2-0으로 멀찌감치 달아났다.
김건희(고려대)가 슈팅 찬스를 놓친 뒤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전반 막바지에 이르러 김건희가 상대 수비수를 등지는 포스트플레이로 박스 안쪽까지 드리블해 들어갔지만 번번이 수비에 걸리면서 찬스는 무산됐다. 이탈리아의 잦은 파울로 얻은 세트피스 상황에서 정원진의 프리킥과 김건희의 헤더슛이 실패로 돌아갔고 아쉬움을 남긴 채 전반전이 종료됐다.
후반전에도 이탈리아는 총공세를 퍼부었다. 후반 9분 이탈리아 데치 자코포가 우측 빈 공간을 노리고 들어와 드리블하며 때린 슈팅이 강하게 골망을 갈랐다. 센터백으로 중앙에서 무게를 잡아주던 박동진의 부재가 여실히 드러난 실점 장면이었다. 한국 선수들은 허탈함에 고개를 숙였다.
0-3으로 끌려가던 경기가 14분 이탈리아 비아치 토마소의 경고 누적 퇴장으로 분위기가 바뀌었다. 수적 열세를 극복한 한국은 이정빈이 빠르게 침투하면서 찬스를 만들었고 16분 투입된 고승범(경희대)과 정원진(영남대)이 좌우에서 이탈리아 수비진을 흔들었다. 거의 같던 점유율도 10%나 빼앗아왔다.
하지만 25분이 지나면서 이탈리아의 역습을 따라가기에 한국 선수들의 체력이 부족해보였다. 수비 상황에서 실수를 연발했고 이탈리아에 공간을 쉽게 내주는 모습을 보였다. 수차례 이탈리아의 골문을 노렸지만 결국 득점에 실패, 한국의 금메달 사냥은 은메달에서 그쳤다.
한국 남자축구 대표팀이 경기 뒤 열린 시상식에서 누리비 인형을 손에 들고 관중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24년 만에 유니버시아드 금메달 획득에는 실패했지만 2001년 동메달 이후 메달이 없던 한국은 14년 만에 따낸 은메달로 값진 성과를 이뤄냈다.[헤럴드스포츠(광주)=김유미 기자 @ym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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