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우는 역시 세계최고의 유망주였다.
최진철 감독은 나이지리아 전과는 조금 다른 라인업을 내세웠다. ‘매탄고 에이스’ 유주안을 세컨 스트라이커 위치에 놓고 박상혁을 왼쪽 윙으로 출전시켜 이승우, 장결희와 호흡을 맞추게 했다. 공격진영에 멀티 플레이가 가능한 선수들을 배치함으로써 스위칭 플레이를 통해 크로아티아의 강력한 수비진을 벗겨내겠다는 의중이었다.
시작은 좋았다. 전반 2분만에 박명수가 과감히 오버래핑하면서 중앙으로 크로스를 올렸고 패널티박스로 쇄도하던 유주안이 논스톱 슈팅으로 연결했지만 아쉽게도 골포스트를 맞으며 득점에는 실패하고 말았다. 강력한 체격조건을 갖췄지만 발이 느린 크로아티아 수비진의 약점을 제대로 노린 공격패턴이었다.
그러나 그 이후 답답한 흐름이 이어졌다. 크로아티아의 강력한 압박에 한국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패스미스가 잦았고 쉽게 공격진영으로 넘어가지 못했다. 최전방에 위치한 이승우 역시 크로아티아 수비의 강력한 몸싸움에 눌려 공 한 번 제대로 잡아보지 못했다. 뛰어난 개인기량을 갖췄지만 몸싸움에서 밀리다 보니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기 힘들었다.
전반전이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한국이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다. 위치변화가 효과를 봤다. 최전방의 이승우가 왼쪽으로 빠지고 그 자리에는 유주안이 그리고 세컨 스트라이커에는 박상혁이 위치했다. 이승우는 2선으로 내려오면서 공을 잡는 횟수가 늘어났고 본격적으로 자신의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이승우가 왼쪽 측면에서 수비진을 달고 중앙으로 들어오면서 자연스레 박명수가 오버래핑할 수 있는 공간도 늘어났다.
분위기를 잡아가던 한국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앞서 나가기 시작했다. 역시 주인공은 이승우였다. 왼쪽 측면에서 공을 가지고 중앙으로 치고 들어가던 이승우는 중앙에 있던 김정민에게 공을 내주며 패널티 박스로 쇄도했다. 김정민의 중거리슛이 골키퍼를 맞고 튀어나오자 이승우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선취골로 연결시켰다. 이승우의 드리블과 패싱 그리고 골문 앞에서의 침착함을 모두 볼 수 있었다.
골 맛을 본 이승우의 기세는 더욱 불타올랐다. 선제골이 터진지 5분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이승우는 개인기를 통해 상대 수비의 반칙을 유도하며 패널티킥을 얻어냈다. 자신이 얻어낸 패널티킥 찬스에서 상대 골키퍼를 완전히 속이는 모션으로 추가골까지 터트렸다. 겨우 17세 선수라고는 믿기지 않는 노련함이었다.
비록 후반 중반이후 수비 집중력이 떨어지면서 아쉽게 승리를 거두지 못했지만 이승우가 왜 세계최고의 유망주로 주목받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확실히 이승우는 최전방에 고립되어 있기 보다는 조금 더 아래쪽에서 위치했을 때 좋은 활약을 펼치는 것도 확인했다. 다음 상대는 브라질이다. 세계 최강의 팀을 상대로 이승우가 어떤 플레이를 펼칠지에 벌써부터 많은 축구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헤럴드스포츠=임재원 기자 @jaewon7280]
sports@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