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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치열했던 ‘군경전투’, 그 현장 속으로
비가 왔다. 경기장이 습했다. 그라운드가 젖었다. 그 상태로 그들의 전투가 시작됐다.

5일 오후 2시 안산 와 스타디움에서는 안산 경찰청과 상주 상무의 2015 K리그 챌린지 31라운드 경기가 펼쳐졌다. ‘군경더비’로 불리는 이 라이벌전에서 안산은 늘 상주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상주와의 최근 4경기에서 모두 졌다. 이번 2015시즌만 해도 2차례 맞붙어 2연패를 당했다. 때문에 기대를 모았던 라이벌전은 항상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매번 2골차, 3골차 경기다 보니 경기 내용 역시 팬들의 기대를 저버렸다. 박진감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총 4골이 터졌다. 양 팀은 슈팅 총 17개, 파울 32개, 프리킥 39개를 기록했다. 선수들은 악착 같이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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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 경찰청(위)과 상주 상무 선수들은 모두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고 있다. 그래서 두 팀의 경기는 '군경더비'(군+경찰)라 불린다.


#1 탐색전
전반 초반은 루즈했다. 양 팀은 공을 돌리며 서로의 움직임을 지켜봤다. 상주가 두 개의 코너킥을 얻으며 안산의 골문을 위협한 정도가 인상적이었다.

#2 선제공격
예상을 깨고 안산이 선취골을 넣었다. 전반 14분, 동료의 패스를 받은 신광훈이 수비라인 사이로 뛰어가는 박희도에게 롱패스를 건넸다. 전북 출신 박희도는 수비라인을 깨고 패스를 오른발로 정확히 받았다. 이때 상주 수비는 모두 그의 뒤에 있었다. 박희도는 수비의 방해 없이 왼발로 공을 밀어 넣었다.

#3 반격
하지만 안산의 리드는 오래가지 못했다. 채 10분도 안되어 동점골을 허용했다. 전반 22분 상주의 박진포가 박기동과 이대일 패스를 주고받으며 패널티박스로 쇄도했다. 안산 수비수들은 박진포에게 집중한 나머지 박스 왼쪽에 있던 김도엽을 놓쳤다. 박진포는 이를 확인하고 슈팅하는 척 수비를 속인 뒤 김도엽에게 패스했다. 김도엽은 패스를 받아 오른발로 감아 찼다. 공은 골대 오른쪽 구석으로 빨려 들어갔다. 동점골. 승부는 원점이 됐다.

#4 난타전
이후 상주는 더 매섭게 밀어붙였다. 안산의 포백은 점점 뒤로 물러섰다. 기울어지던 승부의 균형추는 역전골을 통해 확실히 한쪽으로 기울었다. 전반 27분 이창훈이 두 번째 골을 기록했다. 박기동이 그를 도왔다. 박기동은 곽광선의 롱패스를 가슴으로 받은 이창훈에게 바로 연결했다. 이창훈은 수비 사이로 비집고 들어간 뒤 왼발로 슈팅했다. 골 그물이 출렁거리며 상주가 역전에 성공.

이창훈의 골 이후 양팀 선수들의 움직임은 눈에 띄게 많아졌다. 공이 좀처럼 터치라인과 골라인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템포가 빨라졌다. 그리고 ‘원더골’이 나왔다. 전반 38분 미드필드 지역 정면에서 공을 잡은 송창호가 상주 수비를 앞에 두고 중거리 슛을 시도했다. 공은 아름다운 궤적을 그리며 왼쪽 골대 구석으로 빨려 들어갔다. 동점. 전반에만 총 4골이 나왔다. 역대 통계를 부정하는 경기내용이었다.

#5 전열 가다듬기
후반 들어 양 팀은 다시 치고 받았다. 상주가 선공했다. 한상운과 교체된 임상협이 역습 상황에서 이창훈의 패스를 받아 침착하게 슈팅을 날렸다. 하지만 슈팅은 골대에 맞았다. 이후 경기장이 고요해졌다. 잦은 패스미스가 템포를 끊었다. 후반 30분까지 양 팀 통틀어 유효 슛이 총 3개 나왔다. 안산은 장신 서동현(187cm)의 머리를 이용했다. 롱패스 위주로 경기를 풀었다. 반면 상주는 짧게 자르면서 발 빠른 임상협과 김도엽을 이용했다. 하지만 측면에서 배달된 공은 골까대지 연결되지 않았다.

승리를 잡기 위해 양 팀 감독은 바빠졌다. 상주 박항서 감독은 후반이 절반도 지나기 전에 3장의 교체카드를 모두 사용했다. 박 감독은 수비, 미드필더, 공격을 각각 교체했다. 강원과의 경기서 퇴장 당해 지난 경기(서울E랜드) 결장했던 안산 이흥실 감독도 이날 두 명의 교체카드를 꺼내들었다. 강승조 대신 김병석이 투입됐고, 조재철이 배승진과 교체돼 나왔다.

하지만 거듭된 교체에도 경기 양상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다급해진 상주는 후반 40분부터 공을 길게 연결했다. 그때마다 공격권을 안산에 내줬다. 시간은 흘러 후반 추가시간이 됐다.

#6 휴전
박항서 감독은 경기 막판 선수들에게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심판 판정에 적극적으로 항의하기도 했다. 그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와 스타디움에 종료 휘슬이 울렸다. 경기는 2-2 동점으로 끝났다. 양 팀 모두 결과에 만족스럽지 않은 분위기. 안산은 또 다시 상주에 승리하지 못했고, 상주는 약체로 평가받는 안산에게 승점을 가져가지 못했다. 하지만 '군경더비'에서 오랜만에 많은 골이 나왔다는 점은 의미가 깊다.

이날 승점 1점을 챙긴 안산은 리그 7위(승점 33점)로 순위가 올라갔다. 안산과 승점 1점을 나눠가진 상주도 2위 대구(승점 45점)와의 격차를 벌리며 리그 선두(승점 52점)를 유지했다. [헤럴드스포츠=지원익 기자 @jirrard92]

■ 5일 K리그 챌린지 경기 결과
안산 경찰청(7승 12무 10패) 2-2 상주 상무(15승 7무 6패)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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