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그늘집에서] 김효주가 6주간 투어를 중단하는 이유
이미지중앙

다음 달 롯데 챔피언십을 마친 후 교생 실습을 위해 6주간 투어를 중단하는 김효주.[사진=AP뉴시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이강래 기자] 김효주가 다음 달 하와이에서 열리는 롯데 챔피언십에 출전한 뒤 6주간 투어를 중단하기로 했다. 교생 실습 때문이다. 고려대 졸업반인 김효주는 체육 교육과에 재학중이라 교생 실습을 나가지 않으면 졸업을 못한다. 김효주의 교생 실습이 뉴스가 되는 것은 학교 체육에 충격파를 던진 '정유라 사태' 때문이다.

미국과 일본 등 해외 투어에서 뛰는 골프선수들 사이에선 집단 휴학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투어와 학업을 병행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고려대에 재학중인 리디아 고는 한국에 올 때마다 학교에 가서 수업을 듣는다. 하지만 계속 그렇게 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연세대는 이 참에 골프부를 접기로 했다는 후문이다.

이런 변화의 직접적인 원인은 교육부의 감사다. 교육부는 ‘정유라 사태’가 터진 후 운동부가 있는 전국 100개 대학에 대한 정밀감사를 실시했다. 골프 종목의 경우 미국과 일본 등 해외 투어에서 활동중인 학생 선수들의 수업 참여를 체크하기 위해 출입국 관리기록까지 대조했다는 후문이다. 학사관리를 엉터리로 하다가 적발된 대학들은 징계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런 조짐은 3년 전에도 있었다. 국정감사 때 일부 국회의원이 대학 측에 학사 관리 실태에 대한 자료를 요청하면서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이후 대학 마다 학사 관리가 빡빡해 졌고 결국 연세대에 재학중이던 신지애와 양수진은 자퇴했다. 신지애는 F학점을 받은 과목이 계속 나오면서 학업을 포기했다..

주니어 골퍼들도 '정유라 사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자퇴 붐이 일 조짐이다. 서로 눈치만 보고 있다. 누군가 용기(?)있게 자퇴서를 제출하면 너도 나도 쫓아갈 태세다. 프로골퍼를 꿈꾸는 아이들은 방송통신고와 방송통신대로 몰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 결과 주니어 골프 아카데미가 철퇴를 맞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골프 특기로 대학에 가려는 아이들이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불과 수년 전까지만 해도 공 잘치는 선수들은 세상 살기가 쉬웠다. 학생 선수들은 대학 이름을 경기복에 달고 뛰면서 학교를 홍보해 주는 대신 학사 관리에 특혜를 받았다. 전 세계 골프투어에서 대학 이름을 몸에 달고 뛰는 나라는 한국 밖에 없다. 유명 선수들은 심지어 장학금에 용돈까지 받아가며 거져 대학 졸업장을 땄다. 하지만 이젠 아니다.

해외 언론은 “왜 한국 여자골프가 그토록 강한가?”를 궁금해 한다. 근면 성실이란 직업 윤리와 타고난 손감각, 가족의 헌신 등 여러 장점이 있었지만 학교를 안가기 때문이란 비아냥이 있었다. 수업 받을 시간에 골프에 ‘올인’하는 승부수가 통했던 것이다. 하지만 얻는 만큼 잃는 것도 있었다. 조로(早老) 현상이다. 30~40대의 나이에도 골프를 즐기면서 롱런하는 외국선수들과는 비교되는 모습이다.

대학 졸업장은 경기력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독 한국에 대학생 프로들이 많은 이유는 ‘학벌 지상주의’와 관련이 깊다. 좋은 학벌은 신분상승의 척도가 된다. 결국 양손의 떡이요, 그릇된 욕심이다. 대중은 평등을 원한다. 투어를 뛰면서 거금을 벌어들이고 그 사이 명문대 졸업장까지 척척 따내는 모습이 정상은 아닐 것이다. 죽어라 공부만 해서 그 대학에 들어간 학생 입장에선, 아니면 간발의 차로 떨어진 낙방생의 입장에선 더더욱 동의하기 어렵다.

문제는 엘리트 골프의 경쟁력 약화다.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주니어 골퍼들의 숫자는 큰 폭으로 줄 것이다. 선수 숫자가 줄면 우수 인력도 준다. 올해로 15년째 총장배 골프대회를 개최중인 건국대의 박찬희 교수는 “4년 전부터 매년 200명씩 출전선수가 줄고 있다. 대한골프협회와 남녀 프로골프협회가 위기 의식을 가져야 한다”며 “초등학교의 경우 선수 숫자가 부족해 경기 개최에 애를 먹을 정도다. 밑둥이 썩어 들어가면 나무는 쓰러지게 마련”이라고 경고했다. 비정상의 정상화가 시대의 요구라지만 관련 단체 마저 손을 놓아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sports@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
          연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