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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포츠 타타라타] 젊은 IOC위원 유승민의 ‘혼자 있는 시간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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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짜교수' 사이토 다카시의 <혼자 있는 시간의 힘>.



# 뭐 특별할 게 없었던 한 남자는 대입 재수생활을 시작한 열여덟 살부터 첫 직장을 얻은 서른두 살까지 철저히 혼자 시간을 보냈다. 그는 그 시간이 있었기에 대학교수이자, 일본에서 가장 주목받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될 수 있었다고 회고한다. 괴짜교수로 통하는 사이토 다카시(57) 교수 얘기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그는 2001년 <신체감각을 되찾다>로 ‘신초 학예상’을 수상했고, <소리 내어 읽고 싶은 일본어>는 150만 부 이상 팔리며 밀리언셀러가 됐다. 지식과 실용을 넘나는 드는 그의 인문학적 통찰력은 출판을 넘어 방송강영으로도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다. ‘역사공부는 암기력이 아닌 문맥력이다’, ‘3색볼펜 읽기’ 등 그의 주장은 설득력이 넘친다. 2015년 이후 한국에서도 사이토 교수의 책이 봇물터지듯 번역돼 잘 팔리고 있다. 그중 <혼자 있는 시간의 힘>이라는 책은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누구에게나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주창한다.

# 사실상 한국 유일의 IOC위원(선수위원)인 유승민(35)은 최근 눈코뜰새 없이 바쁘다. 그렇지 않아도 한국에서 얼굴 비칠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닌데,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외국에서 IOC위원 등 관계자들이 한국으로 몰려오면서 시간을 쪼개서 써야 한다. 그래도 가야할 곳은 다 가고, 면담 요청은 시간이 허락되는 한 모두 응한다. 지난 12~14, 3일간만 봐도, 제1회 보람상조배 전국오픈 생활체육 탁구대회(인천) 참관, 세계무예마스터십위원회(WMC) 관계자 면담, 토마스 바흐 IOC위원장 수행 등이 바쁜 스케줄을 소화했다. 여기에 삼일절인 지난 3월 1일에는 경기도 군포에 '팀유승민 탁구클럽'을 열었고, 일정이 없으면 이곳을 찾아 탁구동호인들과 시간을 함께 보낸다. 심지어 페이스북에 둘째아들을 ‘팀유승민 클럽의 최연소 탁구선수’로 소개하는 글과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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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유승민 IOC선수위원이 페이스북에 올린 둘째아들 성공 군의 사진. [사진=유승민 페이스북]


# 여기서 잠깐 지난 14일 토마스 바흐 IOC위원장의 한체대 명예박사 학위수여식 때 있었던 일 하나. 김성조 한체대 총장,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이희범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장, 나경원 국회의원 등 내빈들이 몰린 가운데 황경선 오혜리(태권도) 양학선(체조) 박상영 최병철(펜싱) 등 한체대 출신 올림픽 메달리스트들이 입구에서 도열해 바흐 위원장을 기다렸다. 그런데 바쁘게 도착한 바흐 위원장이 이들을 몰라보고 지나치는 순간, 공항부터 함께 했던 유승민 위원이 한 마디 했다. “미스터, 프레지던트! 여기 한국의 올림픽 메달리스트들이 있습니다.” 1976년 올림픽 펜싱 금메달리스트인 바흐 위원장은 몸을 돌려 메달리스트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환한 표정을 지었다. ‘올림피언 퍼스트(Olympian first)’가 실현되는 순간이었다. 바흐 위원장은 기념연설에서 “친애하는 내 IOC동료 유승민”이라고 소개했고,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 국무총리와의 만남에서도 “유승민은 2004년에 이어 2016년 리우에서도 금메달을 땄다(선수위원 선출)”라고 치켜세웠다.

# 이렇게 바쁘고, 또 시쳇말로 ‘잘 나가는’ 유승민 위원은 오는 26일 뜬금없이 하와이로 떠난다. 9월까지 6개월 일정으로 유학을 가는 것이다. 짧지만 한창 바쁠 때에 외국유학을 택한 이유를 물었더니 “영어를 공부하기 위해서”라는 답이 나왔다. 아니, 영어실력은 이미 출중한데. 장미라(역도)-진종오(사격)의 IOC선수위원 국내예선에서도 당초 언더독으로 평가받았지만 영어실력으로 제치지 않았던가?이에 유승민 위원은 “의사소통과 생활하는 것에는 불편이 없지만, IOC위원답게 좀 품격있는 영어를 하려면 공부를 해야 해요. 제가 외국을 다니며 실전영어는 잘 익혔지만 아직 많이 부족하거든요”라고 설명했다. 실력 있는 사람이 열심히 하는 게 정말 무서운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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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리우 올림픽에서 토마스 바흐 IOC우원장과 포즈를 취한 유승민 위원(오른쪽). [사진=더핑퐁]


# ‘그것 참 대단하다’고 생각하며 대화를 이어가는데 슬며시 유승민 위원의 속내가 드러났다. 물론 영어공부도 유학의 이유다. 하지만 굳이 따지면 이는 두 번째쯤 된다. 진짜는 “혼자 있고 싶어서”였다. “지난해 한국의 IOC선수위원으로 뽑히고, 리우 올림픽 현장으로 가 발이 부르트도록 선거운동을 하고, 또 귀국해서는 눈코뜰새 없이 바쁜 일정을 소화했어요. 지금까지도 그렇고요. 한국에 있으면 성격상 거절을 못하니, 하와이로 가 영어공부도 하면서 좀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려고 해요. IOC운동과 한국체육의 발전, 스포츠외교 등 따지고 보면 깊은 고민이 필요한 일들입니다. 경험상 숙고를 하려면 혼자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잠시 나가는 겁니다. 물론 한달에 한 번꼴로 중요한 일정이 있으면 한국에 다녀갈 겁니다.” 유승민 위원이 사이토 교수의 책을 읽은 거 같지는 않다. 그래서 더 무섭고, 기대가 된다. 우리의 젊은 IOC위원은 이미 ‘혼자 있는 시간의 힘’을 체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유병철 기자]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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