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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늘집에서] 더스틴 존슨을 최강자로 만든 힘은 가족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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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오크몬트에서 열린 US오픈에서 우승한 후 약혼녀인 폴리나와 아들 테이텀의 축하를 받고 있는 더스틴 존슨. [사진=AP뉴시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이강래 기자] 더스틴 존슨이 27일 끝난 델 매치플레이 우승으로 거침없는 질주를 시작했다. 존슨은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에 이어 두 번째로 WGC 시리즈를 석권한 선수가 됐다. 이는 최강자 임을 입증하는 여러 전리품중 하나다. 또한 193cm, 86kg의 빼어난 하드웨어를 갖춘 존슨이 승부사로서의 완성도를 높혔다는 보증서를 받은 것과 같다.

존슨은 최강자가 되기 전까지 많은 좌절을 겪어야 했다. 2010년 페블비치에서 열린 US오픈에서 3타차 선두로 최종라운드를 맞았으나 82타를 쳐 우승하지 못했다. 그 해 휘슬링 스트레이츠에서 열린 PGA챔피언십에선 벙커에 클럽을 댔다는 이유로 2벌타를 받아 연장전에 끌려 들어가야 했고 마틴 카이머에게 우승컵을 넘겨야 했다.

이후 2011년 브리티시오픈과 2015년 US오픈에서 두 번 더 준우승에 만족해야했다. 특히 2015년 US오픈에선 18번홀의 쓰리 퍼트로 다 잡았던 생애 첫 메이저 우승 기회를 조던 스피스에게 헌납했다. 3.6m 거리의 이글 기회에서 파에 그쳐 연장전 조차 가지 못했다. 하지만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란 말처럼 존슨은 마침내 작년 US오픈에서 우승했다. 그리곤 “내 등 뒤에 오랜 시간 매달려 있던 커다란 원숭이가 떨어져 나간 느낌”이라는 우승 소감을 밝혔다. 29번째 메이저 출전 만에 이른 성과였다.

존슨은 지난 달 고향 사우스 캐롤라이나주에서 ‘더스틴 존슨 월드 주니어 골프 챔피언십’을 개최했다. 무뚝뚝한 평소 이미지와 달리 자신의 US오픈 우승 트로피를 배경으로 아이들과 기념사진을 찍은 뒤 일일이 사인을 해 선물했다. 존슨은 이런 행동을 마음껏 즐겼다. 마치 상처 투성이의 청소년기에 대한 보상처럼 말이다. 존슨은 청소년기에 부모의 이혼으로 자주 학교에 가지 않고 마약에 손을 대는 등 방황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무엇이 이런 변화를 이끌어냈을까? 일단 부성애가 변화의 계기가 됐다. 존슨은 웨인 그레츠키의 딸인 모델 출신 폴리나와 약혼후 아들 테이텀을 얻은 뒤 성숙해졌다. 그리고 작년 US오픈 우승으로 성취를 이뤄낸 것도 영혼에 여유로움을 안겼다. 이에 더해 세계랭킹 1위 등극은 뭔가 다른 생각과 행동을 요구했고 존슨은 이를 잘 만들어가고 있다. 모범적인 아버지가 되겠다는 생각이 존슨을 강하게 만들었다.

그레츠키 가족의 사랑은 ‘숨겨진 힘’이다. 아이스하키의 전설인 예비 장인 웨인 그레츠키는 존슨의 멘털 코치다. 웨인은 종종 존슨의 갤러리로 나서 경기를 면밀하게 관찰한 뒤 필요한 부분을 조언한다. 또한 웨인과 아내 자넷, 그리고 5명의 자식은 존슨에게 따뜻한 가족의 사랑을 가르쳐줬다. 존슨은 “웨인의 믿음과 신뢰는 내게 큰 도움이 된다”며 “그런 믿음과 신뢰는 자신감 상승에 큰 힘이 된다. 마치 그의 경험많은 뇌를 빌려 쓰는 듯 하다”고 말했다.

지금도 덩크슛이 가능할 정도로 농구에 재능을 보였던 존슨은 클럽 프로인 부친의 영향으로 골프에 인생을 걸었다. 존슨은 모든 골프코스를 짧게 느낄 정도로 강력한 장타를 날린다. 몸도 대단히 유연하다. 올해 들어서는 조던 스피스와 로리 매킬로이를 합친 것처럼 플레이한다. 자기 관리만 잘 한다면 당분간 남자골프 판도는 그가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실패를 잘 관리하지 못하면 성공도 관리할 수 없다. 존슨의 성공시대가 길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는 그가 무수히 많은 실패를 잘 극복했기 때문이다. 또한 그런 과정을 지켜보고 격려와 축하, 위로를 해 줄 가족이 있다는 것은 무한한 힘이다. 이런 이유로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명인열전’ 마스터스의 우승후보 역시 존슨이 유력하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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