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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늘집에서] 까다로운 골프규칙, 로컬 룰로 해결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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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ANA 인스퍼레이션에서 연장전 끝에 패한 렉시 톰슨이 쓸쓸히 18번홀 그린을 빠져 나오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이강래 기자] 경상도의 한 골프장엔 '100세회'란 모임이 있다. 골프로 건강을 잘 지켜 100세까지 장수하자는 취지의 모임이다. '100세회' 회원들은 볼이 그린에 올라가면 본인이 원할 경우 2퍼트로 인정하고 다음 홀로 이동한다. 퍼팅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혈압을 상승시키지 말자는 그들 만의 로컬 룰(Local Rule)이다. 로컬 룰은 코스의 특수 조건 때문에 그 코스에서만 적용되는 특별한 규칙을 말한다.

한국의 주말 골퍼들 사이에서도 렉시 톰슨의 벌타가 화제다. 덩달아 골프 규칙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타이거 우즈나 필 미켈슨,로리 매킬로이 등 유명 프로들은 톰슨의 벌타에 대해 “너무 가혹한 것 아니냐!”는 의견을 냈다. 시청자의 제보가 없었다면 아무 일 없이 넘어갈 일이고 그런 사소한(?) 일로 인해 평생 몇 번 오기 어려운 메이저 우승 기회를 허공에 날린다는 게 가혹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룰은 지키라고 있는 것이다. 톰슨이 볼을 제 자리에 잘 놓고 다음 퍼팅을 했다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실수든 부주의든 톰슨 본인의 원인 제공이 있었기에 일어난 불상사라는 지적이다. 한발 더 나아가 석연찮은 의도가 있었다는 분석도 있다. 익명을 원한 투어 프로는 당시 톰슨의 마크 장면을 TV로 지켜본 뒤 “원래 자리에 놓지 않은 것은 뭔가 의도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볼이 떨어진 자리가 울퉁불퉁하거나 퍼팅 라인에 방해가 되는 자국이 있었을 것”이라는 것. 톰슨은 버디 퍼트를 놓친 후 파 퍼트가 30~40cm에 불과해 그대로 홀아웃하려 했으나 갑자기 마크를 했다. 그대로 퍼팅하기엔 뭔가 불안한 구석이 있었을 것이란 추측이다.

주말 골퍼들의 라운드를 보면 피 튀기는 내기가 벌어지지 않는 한 대체적으로 룰에 관대하다. 즐기기 위해 하는 골프인데 빡빡하게 굴 필요가 있냐는 생각들이다. 친선 골프라면 더 더욱 그렇다. 하지만 룰을 잘 지키는 골퍼가 필드에서 빛이 나는 법이다. 스포츠중 유일하게 심판이 없는 종목이 골프라고 한다. 또 골프가 ‘젠틀맨의 게임’으로 인정받는 것도 신사답게 스스로를 속이는 일을 하지 말라는 뜻이기도 하다.

주말 골퍼들에게 토너먼트 수준의 룰 준수를 요구하는 것도 지나친 면이 있기는 하다. 이렇게 엄격하게 하려면 전국 골프장의 OB 말뚝을 몽땅 뽑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6시간 이상의 기나 긴 라운드 시간을 감수해야 한다. 즐기는 골프를 위해선 절충안이 필요하다. 그중 하나가 라운드 전에 동반자끼리 로컬 룰을 정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볼이 디보트나 벙커 발자국에 들어갈 경우 라이가 좋은 곳에 빼 놓고 치자고 미리 합의하는 것이다. 이런 사전 합의 없이 누군가가 볼을 디보트나 벙커 발자국에서 슬쩍 드리블해 빼놓는 장면을 목격한다면 마음이 복잡해진다. 비신사적인 행동을 한 골퍼를 경멸하는 마음도 생긴다. 말은 안하지만 앙금이 오랜 시간 지속될 수 있다. 비싼 돈과 시간을 들여 모처럼 필드를 찾았는데 이런 불쾌함을 간직한 채 집으로 향한다면 라운드를 안하니만 못하다.

R&A(영국왕실골프협회)와 USGA(미국골프협회)는 2019년 1월 1일을 기해 골프 규칙을 상식적으로 바꾸기로 했다. 양 단체는 쉽지 않은 변화를 선택했다. 플레이시간 단축과 복잡한 규정의 단순화로 골프 인기의 하락을 막겠다는 의도다. 금년 가을까지 다양한 제보나 의견을 수렴해 내년 상반기까지 그 내용을 종합하고 기본적인 변화의 틀을 잡겠다는 방침이다. 이 참에 한국의 열혈 골퍼들도 많은 아이디어를 냈으면 좋겠다. 그리고 개정 전까지는 로컬 룰이 윤활유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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