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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골프에도 플레잉코치가 있답니다’ - 프로를 가르치는 프로, 모중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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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서히 골프장인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느낌을 전하는 모중경이 시즌 개막전인 동부화재프로미오픈에서 잠시 인터뷰에 응했다. [사진(포천)=채승훈 기자]


[헤럴드경제 스포츠팀(포천)=유병철 기자] 대부분의 스포츠에 ‘플레잉코치’라는 게 있다. 아직 충분히 현역으로 가치가 있는데, 나이는 이미 지도자급으로 접어들면 이런 직함을 단다. 두 단어(플레잉+코칭)가 합쳐져 ‘자신이 뛰면서 후배들을 가르치는’ 이 융합형 직업은 대부분 팀스포츠에서 나온다. 그런데 철저하게 개인운동인 골프에서 사실상 플레잉코치가 있다. KPGA 코리언투어에서 뛰고 있는 46세 모중경 선수 겸 티칭 프로를 동부화재 프로미오픈이 열리는 대유몽베르CC에서 만났다.

“다른 스포츠의 플레잉코치 같다고요? 골프에서는 드문 일 아니냐고요? 아니에요. 따지고 보면 플레잉코치의 원조종목은 골프라고 할 수 있어요. 지금이야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프로골프의 규모가 커져서 운동만 하면 되지만, 과거 프로들은 투어만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것이 만만치 않으니 다 레슨을 했어요.”

‘웬 골프에 플레잉코치?’라는 우문에 현답이 나왔다. 해외파다웠다. 그는 1987년 고1 때 가족과 함께 미국 로스엔젤레스로 이민을 떠났다. 이후 네바다대 골프팀에서 활약한 모중경은 1995년 프로로 전향했고, 1996년 괌오픈에서 첫 우승을 거두며 KPGA 정회원 자격을 취득했다. 2007에서 1997을 빼면 꼭 20이다. 동부화재 프로미오픈이 시즌 개막전이니, 이번 대회로 꼭 만 20년이 된다. 코리안투어에서 5승, 아시안투어에서 2승을 거둔 모중경의 마지막 우승은 지난해 5월 매일유업오픈이다. 당연히 아직도 경쟁력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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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중경에게 배우고 있는 유망주 서형석의 스윙 모습. 스승과 제자는 같은 스코어(3언더파)로 시즌 개막전인 동부화재프로미오픈의 컷을 통과했다. [사진(포천)=채승훈 기자]


흥미로운 것은 ‘플레잉’에 못지않게 ‘코칭’도 뛰어나다는 것. 이번 대회에서 ‘모중경 사단’의 멤버인 박은신(27)이 군에서 전역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2라운드 3위, 3라운드 4위 등 호성적을 내고 있다. ‘막내’ 서형석(20 신한금융그룹)도 스승인 모중경과 함께 가볍게 컷을 통과했다. 현재 지산CC에서 모중경에게 배우고, 함께 훈련하는 선수는 박은신, 서형석을 비롯해 김경태(31 신한금융그룹), 이동민(32 동아오츠카) 등 4명이다. 거리를 늘리려다가 스윙이 망가진 김경태가 2015년 1월 모중경을 찾았고, 그해 일본에서 최고의 성적을 낸 일화는 골프계에서 유명하다.

“제발 ‘모중경 사단’ 이런 말 좀 하지 마세요. 그냥 열심히 운동하는, 나이 든 선수이고, 후배들이 나를 필요로 해 찾아오면 시간을 내 가르치고 함께 훈련하는 겁니다. 진짜 인터뷰는 제가 잘할 때 하죠.”

살짝 모중경의 속내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인터뷰 등 언론에 노출되는 것은 아직은 ‘코칭’보다는 ‘플레잉’을 선호하는 것이다. 하지만 ‘무언가를 가장 빨리는 배우는 법은 가르치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오전에 소속선수들의 스윙을 체크하고, 오후에는 함께 라운드를 도는 모중경은 롱런의 비결이 꾸준한 자기관리에 있다고 전한다. 술은 입에 대지 않고, 체력훈련을 거르지 않는다. 훈련에 대한 성실함이야 말할 필요가 없다.

모중경은 박은신에 대해서도 “(박은신은)성적을 내지 않을 수가 없어요. 늦어도 새벽 6시면 나와서 저녁 7시까지 훈련을 합니다.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 성적이 나오지 않으면 그게 이상한 일이죠”라고 설명했다. 무서운 것은 따로 있다. 제자는 스승을 보면 배우는 법이다. 박은신의 생활을 알 정도로 모중경도 열심히 훈련한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 “아마추어보다 투어프로를 가르치는 것이 훨씬 좋다”는 모중경은 자신의 샷이 경쟁력이 있는 한 플레잉과 코칭을 함께 할 생각이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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