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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좌충우돌 여자야구 도전기] (23) 야구 입문 1년 만에 터진 ‘첫 안타’
야구를 시작한 지 어언 1년이 지났다. 경기장보다 병원에 가는 날이 잦았던 지난해 기록은 3타수 무안타 2삼진. 4월 전국대회로 시작된 이번 시즌 역시 안타와는 거리가 멀었다. 리그전 역시 몰수게임과 교체 등으로 타석 기록이 없어 공식전 5경기를 치르는 동안 무안타 행진이 이어졌다.

최근 타격감은 바닥에 떨어져있었다. 4월 말 있었던 친선경기에서 당한 엄지 부상으로 타격 페이스가 완전 무너진 상태였다. 계속 되는 통증으로 제대로 배트를 쥐지 못했다. 그날 이후 삼진이 많이 늘었다. ‘내가 저 공을 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품은 채 타석에 서다보니 스윙에서는 떨어진 자신감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마치 깜깜한 터널 속에 갇힌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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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공, 삼진, 삼진' 친선전부터 리그까지 극악의 타격감으로 자신감은 바닥까지 떨어졌다. 엄지 부상에서 회복되면서 집을 나갔던 타격감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지난 21일 펼쳐진 베이스조이 팀과의 리그 3차전. 9번 타자 포수로 선발 출장했다. 1회초 수비에서 3점을 내준 채 1회말 공격에 들어갔다. 테이블세터진의 연속 안타와 볼넷 4개를 묶어 4점을 뽑아 경기를 뒤집었다. 4-3으로 앞선 1회초 2사 주자 2,3루의 기회가 필자에게 찾아왔다.

타격 타이밍은 앞서 8명의 타자와의 승부를 지켜보며 잡았다. 최대한 자세를 낮추고 배트를 가볍게 쥔 채 존 안으로 들어오는 공을 묵묵히 기다렸다. 기다림은 곧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여전히 상체는 앞으로 쏠렸고, 배트 역시 공을 마중 나갔지만 공이 배트에 맞는 순간 뒤도 돌아보지 않고 1루를 향해 전력으로 뛰었다. 결과는 세이프. 유격수 방면 내야안타로 3루 주자를 홈을 불러들였다. 여자야구 2년 차, 공식전 7번째 타석 만에 뽑아낸 귀중한 첫 안타와 타점이었다.

두 번째 타석은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다. 8-11로 뒤진 3회초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유격수 앞 땅볼을 쳤지만 상대 실책으로 출루했다. 도루를 호시탐탐 노렸던 난 2루를 향해 뛰었고, 타자는 좌전안타를 때려내며 의도치 않은 런 앤 히트 작전이 펼쳐졌다. 공의 위치를 확인하느라 잠시 2루에서 주춤한 뒤 다시 3루로 뛰었다. 다행히 공보다 먼저 3루 베이스에 도착했지만 가속이 붙어 멈추질 못했다. 오버런으로 태그아웃. 뼈아픈 주루사로 추격에 찬물을 끼얹고 말았다.

아쉬움을 만회하기 위해 마지막 타석은 정말 죽어라 달렸다. 11-14로 뒤진 4회 마지막 공격. 2사 1루서 볼 두 개를 골라내고 3구째를 노려쳐 3루수 방면으로 굴러가는 타구를 때렸다. 상대 실책이 겹치며 1루 주자는 홈을 밟았고, 다시 한 번 출루에 성공했다. 후속 타자였던 우리 팀 1번 타자는 이날 멀티 히트를 때려내며 타격감이 최고조에 오른 상태였다. 연속 도루로 3루까지 가 득점을 노렸지만 아쉽게 후속 타자의 타구가 상대 3루수 정면으로 향하며 경기는 그대로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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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전 첫 안타' 시작은 내야안타지만 끝은 창대하길.


첫 안타를 때려내긴 했지만 사실 그동안 꿈꿔왔던 순간과는 다소 거리가 멀었다. 발로 만들어낸 안타가 아닌 외야에 떨어지는 깨끗한 타구로 마수걸이 안타를 날리고 싶었다. 누가 봐도 안타인 그런 안타 말이다. 꿈은 꿈일 뿐, 현실의 내야안타도 감지덕지다. 첫 안타와 3연타석 출루로 되찾은 자신감을 간직한 채 스윙을 좀 더 가다듬어 진짜 안타를 노려보자.

*정아름 기자는 눈으로 보고, 글로만 쓰던 야구를 좀 더 심도 깊게 알고 싶어 여자야구단을 물색했다. 지난 2016년 5월부터 서울 다이노스 여자야구단의 팀원으로 활동 중이다. 조금 큰 키를 제외하고 내세울 것이 없는 몸으로 직접 부딪히며 야구와 친해지려고 고군분투 중이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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