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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오픈 7승 전설의 골퍼 한장상 "피터 톰슨이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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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장상 KPGA고문은 여든의 나이에도 정정한 목소리로 한국오픈의 역사에 대해 얘기했다. [사진=채승훈 기자]


[헤럴드경제 스포츠팀=남화영 기자] 명실상부한 한국의 내셔널타이틀 코오롱한국오픈이 올해로 제 60회를 맞아 6월1일부터 충남 천안 우정힐스컨트리클럽(파71 7225야드)에서 개막한다. 올해는 우승자과 준우승자 2명에게 7월 중순 영국에서 열리는 디오픈 출전권을 부여하는 특전이 부여된다.

1964년 개최된 제7회 한국오픈부터 4연패하고, 2년 뒤에 다시 3연패 해 이 대회에서만 총 7승을 쌓은 한장상(80)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고문에게서 한국오픈과 관련된 알려지지 않았던 얘기를 들었다.

1958년 제1회 미국인 무어의 우승에서 시작된 한국오픈은 6회까지는 미국, 대만, 일본 선수들의 독무대였다. 한국 선수들은 그들과 기량 차이가 컸다. 1962년 제5회 대회에서 일본 선수 나카무라 도라키치를 비롯한 4명과 대만의 사영욱이 톱5에 들었다. 나카무라는 우승 기자회견장에서 “한국은 일본에 10년 이상 뒤져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 말에 자존심 상한 한 고문은 젊은 혈기에 “그 생각을 10년 안에 깨주겠다”고 맞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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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벌이던 대만의 진청파(왼쪽)가 한장상의 샷을 보고 있다.


그는 어린 시절 군자리 서울CC 근처에서 살다가 16세 때 골프장을 스스로 찾아가 캐디가 됐다. 운동신경이 뛰어나 금방 눈에 띄었고, 회원번호 6번으로 프로 골퍼가 됐다. 교습서도 없고 제대로 스윙을 봐줄 스승 없이 독학하다시피 했다.

1960년 8월에 열린 KPGA선수권에서 첫 우승을 하면서 아시아서킷으로 홍콩, 필리핀에 출전하게 되었는데 거기서 디오픈 5승을 한 호주의 피터 톰슨 스윙을 보고 눈이 번쩍 뜨였다. 이후 거울을 보면서 밤낮으로 따라했다.

“죽도록 연습했다. 어떤 때는 공이 안 맞아 울기도 했다. 남들은 왜 그렇게까지 연습하느냐고 했지만 나는 외국 선수처럼 잘치고 싶었다. 그러던 어느 날 볼이 잘 맞더니만 언더파가 나오게 됐다. 반년 만이었다.” 한국오픈 제7회 대회는 1964년9월25일 서울CC(현재 어린이대공원 자리)에서 열렸다. 그는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6오버파 294타로 우승했다. 2위였던 배용산, 조태운, 김학영이 307타였으니 무려 13타수차 우승이었다. 그로부터 4년 연속 우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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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장상 고문은 72년에 한국오픈과 일본오픈 모두를 우승했다.


한국오픈 첫해는 아마추어였던 무어가 우승했지만 1959년 제 2회와 3회 대회는 미군 출신의 오빌 무디가 2연패를 했다. 무디는 군복무를 마치고 미국으로 돌아가 69년에 US오픈에서 우승을 한 선수였다. 한 고문은 그와도 친했다고 기억했다. “엄청난 장타자였는데다가 정확도가 뛰어났다. 볼 3개를 가지고 드라이버를 치면 300야드 밖에서 볼 3개가 5,6미터 거리에 나란히 모여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벙커나 퍼트가 너무 약해서 고민했던 게 기억난다.”

68, 69년 한국오픈은 대만의 진건충, 사영욱이 우승 트로피를 가져갔으나 제13회인 1970년부터 3년간은 다시 한장상의 무대였다. 72년 2라운드에서 기록한 65타는 서울CC가 생겨난 이래 한 라운드 코스 레코드였다. 그는 대회를 우승하고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오픈에서도 우승하면서 두 개의 내셔널타이틀을 석권했다. 우승한 뒤에 기자회견장에서 “10년 전 한국에서 했던 말을 지금 내가 극적으로 지켰다”고 말했다.

한 고문은 KPGA선수권은 1회부터 50회까지 출전하고 은퇴했다. 한번 우승하면 평생 출전권을 주는 선수권과는 달리 한국오픈은 자격이 제한되어 1회 대회부터 43회까지 출전했다. 그는 한국오픈 7승을 포함해 국내 대회에서 19승을 쌓았다. 해외 대회로는 1972년 일본오픈과 그해 일본프로골프(JGTO)투어의 그랜드모나코오픈, 이듬해 구즈와국제오픈에서 우승하는 등 총 3승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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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장상 고문이 즐겨 찾는 고덕동 산성골프연습장에서 아마추어 골퍼들의 샷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채승훈 기자]


59년 동안 이어온 한국오픈에서는 통산 7승과 3연패, 4연패 기록은 그가 혼자 가지고 있다. 통산 3승은 대만의 사영욱, 김대섭이 가지고 있다. 대회 2연패 기록은 오빌 무디(미국), 진지명(대만), 스콧 호크(미국), 배상문, 이경훈이 세웠다.

그가 우승하던 서울CC는 ‘솥뚜껑그린이 많은 코스’다. 2003년부터 올해 대회까지 15년째 개최하는 우정힐스CC에 대해서는 “벙커가 깊고 난이도가 높아서 두자릿수 우승은 좀처럼 힘든 코스”라고 평가했다. 그가 선수로 있던 시절과 현재의 차이를 물었다. “요즘 선수들은 장비도 좋고 체격도 훌륭하고 연습 환경이 좋아서 비거리도 엄청나다. 뛰어난 선수들이 많다. 초창기 한국오픈은 60여명 정도 출전했고 갤러리도 거의 없었고 장비도 구식이었다. 하지만 연습량은 지금의 선수들이 그때만큼은 못하는 것 같다.”

올해 80세인 그는 요즘도 매일같이 골프 연습장을 다닌다. 연습하려고 가는 게 아니다. 거기가 지인들을 만나고 얘기 나누는 사랑방이기 때문이다. 고덕동의 산성연습장에서 아마추어 골퍼들이 볼치는 소리를 듣는 것이 인생을 골프로 보낸 거장의 요즘 일상이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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