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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구 이슈] 경희대, ‘이유 있는’ 파죽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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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드 배구를 앞세워 대학배구의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경희대. [사진=KUSF(한국대학스포츠총장협의회)]


3월 22일부터 대장정에 돌입한 2017 전국대학배구리그가 어느덧 전반기를 마치고 휴식기에 돌입했다. 오는 23일 제천대회와 내달 중순에 열릴 해남대회를 참가하는 팀은 짧은 재정비 기간을 가지겠지만, 나머지팀들은 9월 6일 후반기 리그가 시작할 때까지 많은 시간적 여유를 갖게 된다.

전반기를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홍익대의 미친 경기력과 경희대의 파죽지세’로 압축할 수 있다. 이 코너를 통해 홍익대는 이미 소개했기에 이번에는 경희대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로 들여다봤다.

과도기를 넘어선 경희대

경희대는 2년 전까지만 해도 만년 하위권에서 맴도는 약팀이었다. 선수들 개개인 실력은 부족하지 않았지만, 항상 2%가 부족해 다 이기던 경기마저 역전당하는 불상사가 발생하곤 했다. 이에 김찬호 감독은 고등학교 시절 뛰어난 실력을 보여줬던 조재성(OK저축은행 라이트), 손주형(경희대 센터), 이승호(세터), 김정호(레프트) 등 다양한 포지션의 ‘이름값 하는’ 선수를 대거 영입하며 터닝포인트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모든 일에는 과도기가 필요하듯이 처음엔 손발이 맞지 않고 팀 특색이 없어 부진을 거듭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스피드 배구’가 자리를 잡아가고, 선수들의 호흡도 좋아지기 시작했다. 이를 통해 2016 대학배구리그 6강 플레이오프 진출과,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2016 OK저축은행배 전국대학배구 남해대회에서 준우승이라는 성적을 거두며 심상치 않은 행보를 보였다.

2% 채우며 퍼즐 완성

2016-2017 NH농협 V-리그 챔피언결정전 우승컵을 들어 올린 현대캐피탈의 팀 스타일은 바로 ‘스피드 배구’다. 스피드 배구란 간단하게 ‘낮고 빠른 공격 플레이’라고 이해하면 편하다. 장점은 상대 블로커들의 손이 올라오기 전에 공을 때릴 수 있다는 것이지만, 반대로 호흡이 맞지 않을 시 쉽게 차단당할 확률이 높아진다. 그만큼 평소 꾸준한 연습과 선수들 간의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

경희대도 작년부터 주공격수의 치우친 ‘몰빵배구’에서 스피드 배구로 전향하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하지만 주축이었던 조재성이 프로에 입단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조재성의 대체자로 주장 이창진이 낙점됐으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며 부진을 거듭한 것이다.

이에 김찬호 감독은 작년까지 센터로 활용했던 알렉스를 원래 포지션인 아포짓 스파이커로, 이창진을 윙 스파이커로 바꾸며 전술적인 변화를 주었다. 효과는 적절했다. 맞지 않은 옷을 입고 있는 것만 같았던 두 선수는 이제야 자기 자리를 되찾은 듯 좋은 모습을 보였고, 팀은 점점 안정화되어갔다. 맞춰지지 않았던 퍼즐 조각이 드디어 맞춰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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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리그 2위로 전반기를 끝낸 경희대 선수들. [사진=KUSF(한국대학스포츠총장협의회)]


“이럴 때일수록 더 정신 차려야 해”

사실 홍익대의 단독 질주는 웬만한 배구 관계자들과 팬들이라면 모두 예상했을 법한 시나리오였다. 반면 경희대가 좋은 성적을 거둘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들은 극소수다. 특별한 비법이 따로 있는 것인지 궁금하던 찰나 그 질문에 맞는 해답을 찾았다.

지난 10일 명지대와의 경기 후 전반기 시즌 2위를 확정한 경희대 선수단은 근처 고깃집에서 회식자리를 가졌다. 나름 기분이 좋은 자리였기에 김찬호 감독은 2박 3일이라는 짧은 휴가를 부여했고, 선수들의 기분은 최고조로 올랐다. 쉴 틈 없이 달려온 만큼 이 정도 휴식은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코트의 사령관’ 이승호는 달랐다. 모두가 조금은 들떠있는 상태였지만 그는 “이럴 때일수록 우리가 더 정신 차려야 해, 잘 될수록 더 노력해야지, 아직 우리가 갈 길은 멀어”라고 입을 열었다. 특히 김찬호 감독에게는 “감독님, 저희끼리 월요일에 개인운동을 진행하겠습니다, 너무 풀어지면 안 될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이런 작은 에피소드가 무슨 비법이냐고 따질 수도 있겠지만, 선수 출신인 기자가 보기엔 이런 것이 정말 중요하다. 향후 경희대의 성장이 기대된다.

자주색 사자의 목표

김찬호 감독은 최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사실 우리의 목표는 4위권 안으로 진입한 후 전반기 시즌을 종료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동계 때 집중적으로 훈련했던 서브와 블로킹에서 우위를 점하며 2위라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앞으로도 이 강점을 잘 활용해 정상에 오르겠다”라며 소감을 말했다. 이어 “생각보다 선수들이 몸 상태가 좋아 목표가 커졌다. 오는 1차와 2차대회는 물론 리그에서 꼭 우승을 하고 싶다. 작년까지만 해도 어렵다고 생각했지만, 올해는 다르다. 지켜봐 달라”라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모든 스포츠에서 특정팀이 꽃을 피우는 시기는 다 다르다고 한다. 경희대가 지금까지 꽃봉오리 상태였다면, 지금은 그동안의 인내를 폭발하며 활짝 개화할 때가 아닌가 싶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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