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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부대 배구팀, 공부하는 학생 선수 철학의 큰 울림
[헤럴드경제= 장도영기자] 올해부터 대학 운동부 학생은 직전 2개 학기 평점 평균이 C제로(보통 2.0) 미만일 경우 다음 학기 대학리그에 나가지 못한다. KUSF(한국대학스포츠총장협의회) 관계자는 “운동부를 운영하는 92개 회원 대학이 대상이며 해당 대학리그는 축구와 배구·농구·핸드볼”이라며 "곧 다른 종목들도 도입할 예정이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에 몇몇 학교는 타격을 받은 듯 항의하는 모습을 보였으며 대학뿐만 아니라 유·청소년 스포츠에도 큰 영향을 끼친 제도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굴하지 않고 자신들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대표적인 팀이 있다. 바로 ‘공부하는 학생선수’라는 타이틀을 내세워 창단부터 운동과 공부를 자연스럽게 병행하게 만든 중부대 배구팀이다. ‘스포츠 강국에서 스포츠 선진국’으로 거듭나기 위해 과도기를 겪고 있는 지금 이 시점에서 중부대의 철학이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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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찌감치 '공부하는 학생선수'라는 타이틀을 내세우며 많은 팀들에게 귀감을 준 중부대. [사진=한국대학배구연맹]


중부대의 창단 배경
중부대의 창단은 2012년 9월 중순이었다. 그해 자진 폐교한 건동대 스포츠과학부 학생 18명을 중심으로 문을 열었고, 선수들은 7월에 먼저 중부대 사회체육학과로 편입학해 선수 등록을 마치며 새로운 출발을 다짐했다. 이어 송낙훈 감독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이듬해 1부 대학(당시 등록된 팀: 경기대, 성균관대, 한양대, 홍익대, 경희대, 명지대, 인하대, 조선대) 팀과 함께 '홈&어웨이' 경기에 참가하는 등 조금씩 자리를 잡아갔다. 인상 깊었던 것은 빠른 시일 내에 좋은 성적을 내려 하기보다 선수들이 ‘학업과 운동을 병행해야 한다는 인식과 습관’을 가질 수 있도록 감독과 코칭스태프들이 다 함께 노력했다는 점이다.

팀 스타일이 생기면서 빛을 발휘하다
큰 포부를 갖고 창단 후 여러 대회를 참가하면서 경험을 쌓아갔지만, 초반 성적은 입 밖에 내기 부끄러울 정도로 하위권에서 계속 맴돌았다. 잠재력이 있는 선수들은 몇 있었지만 특출난 에이스가 없었기 때문에 더욱 어려운 시기를 보내야 했던 중부대. 이에 수장 송낙훈 감독은 ‘팀 스타일’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으로 당시 작은 신장인 선수들을 활용해 확실한 색깔을 만들고 팀 관리에 탁월했던 김대현코치(속초고)와, 남녀팀 모두 지도한 경험을 바탕으로 세심한 부분까지 캐치하는 박우철코치(제천여고)를 불러들였다.

그때부터 중부대는 조금씩 변화를 맞이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모든 팀들이 만만하게 보는 전력이었지만 감독·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하나가 되어 훈련을 하다 보니, 특색 없던 공격 루트는 낮고 빠른 세트플레이로, 따로 놀던 스타일은 최악의 상황이 주어져도 흔들리지 않는 탄탄한 조직력으로 진화했다. 이를 토대로 차근차근 승리의 맛을 보더니, 결국 2016 OK저축은행배 전국대학배구 남해대회 우승과 더불어 그해 대학배구리그 챔피언결정전까지 오르며 대학배구계의 명실상부한 신흥강자로 등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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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보다 배구 자체를 즐기는 것을 추구하는 중부대 감독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의 모습. [사진=한국대학배구연맹]


기회의 팀, 중부대
중부대는 현재 총 19명의 선수들로 팀을 꾸려나가고 있다. 그 중 9명(구영신, 박상준, 이지훈, 이한영, 채진우, 김동영, 박현수, 소인섭, 최찬울)의 선수가 유급을 한 상태다. 각자의 사연이 다르고 대부분 고등학생 때 진행됐던 일이지만, ‘운동을 계속하고 싶어서, 더 훌륭한 선수로 성장하기 위해서’라는 목표를 바라보고 과감하게 결정을 내렸다.

흔히 요즘 배구는 ‘높이의 배구’라고 말한다. 맞는 말이지만 배구라는 스포츠가 꼭 신장이 커야 잘한다는 것을 뜻하진 않는다. 이에 굴하지 않고 중부대는 실력은 뛰어나지만 단신이라는 이유만으로 제대로 된 인정을 받지 못한 선수들을 대거 영입했다. 말 그대로 꿈을 포기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인 그들에게 ‘기회’라는 문을 열어준 것이다.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라는 말처럼 아픔을 겪었던 선수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피땀을 흘려가며 노력했고, 결국 전화위복에 성공하며 더 이상 그 어떤 팀도 무시하지 못하는 존재로 성장했다.

우리의 목표
지난달 6일 조선대와 리그 전반기 마지막 경기에서 완승한 후 5위를 확정 지은 송낙훈 감독은 “앞으로의 목표는 잘하는 것도 좋지만 선수들이 지금처럼 경기 자체를 즐기면서 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배구를 하는데 즐겁지 않다면 승패가 무슨 소용인가 싶다. 웃으면서 자신들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뒤에서 묵묵히 지원해주려 한다”라고 말했다. 이에 보답하듯 주장 구영신은 “성적을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학업관리를 소홀히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감독님의 뜻처럼 공부와 운동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우리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며 답했다.

종목 불문하고 선수들이 필드에서 활약할 수 있는 기간은 한정되어 있다. 뛰어난 실력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싶은 건 모든 이들의 꿈이지만, 현실은 극소수만이 그 위치에 올라설 수 있다. ‘즐기면서 하는 배구와, 운동과 공부 두 가지를 모두 잡겠다’라는 중부대의 철학이 우리에게 전하는 메세지가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볼 필요성이 보인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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