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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영으로 죽음과 장애를 극복한 알렉스 정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정근양 기자] 병마를 이겨낸 도전으로 세상에 따듯함을 전해주는 소년이 있다. 바로 재미동포 알렉스 정(정승진·14)이다.

알렉스 정은 지난 6월 미국 댈러스에서 열린 미주한인체육대회의 수영 종목에 참여해서 금 2개, 은1개의 호성적을 거뒀다. 그런데 그의 도전과 성취에는 남모를 사연이 있다.

알렉스 정은 8살에 모야모야(Moyamoya)병을 앓았다. 모야모야병은 뇌혈관이 알 수 없는 이유로 수축해 혈류가 막히고 기형의 혈관이 자라나는 질병이다. 이 병은 뇌 혈관과 혈류에 장애를 만들어 뇌졸중, 뇌막염, 뇌동맥경화 등 각종 뇌질환을 유발한다. 정확한 발병원인이 밝혀지지 않아서 사실상 완치라는 개념은 없다. 다만 이 병으로 말미암아 생기는 각종 뇌혈관 질환을 수술로 치료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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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랙스 정(좌)이 미주 한인체육대회에서 시상을 맡은 한체대 권봉안 교수와 포즈를 취했다.


3차례에 걸친 대수술은 그의 몸을 잠식했다. 뇌수술의 여파로 신체에 마비가 왔다.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움직일 수 없었다. 뇌의 기능 저하로 언어장애와 우울증 같은 증상도 찾아왔다.

하지만 병마는 그의 마음만은 꺾지 못했다. 꺾이지 않은 마음은 재활훈련을 불과 6개월 만에 마치게 만들었다. 죽음의 문턱을 넘나들고 신체에 마비가 왔던 그가 회복하는 데 6개월은 결코 긴 시간이 아니었다.

병으로 한 번 신체의 통제권을 빼앗겨 본 탓일까? 병상에서 일어나 후 그는 둔하고 약해진 몸을 바꾸고 육체를 보다 강하게 통제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가 할 수 있는 운동은 거의 없었다. 의사는 외부에서 충격이 올 수 있는 어떤 운동도 금지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수영이다. 11살부터 수영을 시작한 것이 이제와선 수영 없이 사는 것을 상상하기 힘들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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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살의 어린나이에 겪어야 했던 고통이 수술 자국에 선명히 남아 있다.


알렉스 정은 "지금 와서 생각하는데 진짜 오래 전 일인 것 같이 느껴진다"라며 지난 와병생활을 회상했다. 불과 14살 소년이 하기엔 어색한 이 말에서 그가 느꼈던 고통의 편린이 느껴졌다. 그나마 주말에 가끔 친구들과 PC게임을 즐기고 SF소설을 즐겨 읽는 다는 말에서 아직도 항상 뛰어놀기 좋아하는 ‘아이’라는 사실이 실감됐다.

수영을 좋아하는 그에게는 목표가 있다. 수술 이후의 삶을 구원해준 수영으로 22살까지 딱 한 개의 올림픽 금메달을 따보고 싶다고 한다. 이후에는 뇌 전문 의사가 되어 자신과 같이 절망에 부딪힌 사람들을 구원해 주고 싶어했다.

현재 한국체육대학에서 훈련 중인 그는 오는 10월 충북에서 열리는 전국체전에 해외동포 자격으로 참가한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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