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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늘집에서] LPGA투어 캐디들의 빛과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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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여자오픈 도중 버디를 잡은 후 주먹을 부딪히고 있는 박성현과 캐디 데이비드 존스.[사진=USGA]


박성현이 US여자오픈 우승으로 미국무대에서 주목받는 흥행카드로 떠올랐다. 박성현은 전인지와 캐디를 맞교환한 후 얼마 안돼 우승을 차지해 화제가 됐다. 박성현이 성공하면 캐디인 데이비드 존스도 성공하는 게 LPGA투어다. 우승상금의 10%를 인센티브로 지급받으니 그렇다. 박성현이 90만 달러의 우승상금을 받았으니 존스는 주급 외에 9만 달러라는 거금을 보너스로 받게 됐다.

LPGA투어에선 10년 이상 전문캐디로 활동하는 이가 적지 않다. 주식 중개인이 꿈이던 존 킬린은 용돈을 벌기 위해 2주간 아르바이트로 캐디를 했다가 올해까지 35년째 전문 캐디로 활동하고 있다. LPGA투어에서 활동하는 그를 거쳐간 선수는 패티 시한을 시작으로 줄리 잉스터, 오카모토 아야코, 멕 말론, 크리스티 커, 안젤라 스탠퍼드가 있으며 지금은 이미림의 백을 메고 있다. 킬린처럼 10년 이상 LPGA투어에서 캐디 생활을 한 비율은 30% 정도다. 그들중엔 도널드 트럼프의 개인 캐디를 한 이도 있고 ‘명인열전’ 마스터스를 개최하는 오거스타 내셔널 출신의 캐디도 있다.

상금랭킹 10걸에 드는 선수의 캐디가 아니라면 나머지 캐디들은 박봉에 시달려야 한다. BEP(Break even point)를 맞추려면 상금랭킹 40걸 이내에 드는 선수의 백을 메야 한다. 캐디들은 주급으로 평균 1000~1500달러를 받는다. 상금에 따른 인센티브는 별도다. 우승시 상금의 10%를 보너스로 받는다. 컷을 통과하면 상금의 5%를 받고 톱10에 들 경우 상금의 7%를 보너스로 받는다.

지난해 LPGA투어 상금랭킹 40위는 태국의 모리야 쭈타누깐이었다. 그녀는 29개 대회에 나가 톱10에 2번 들며 44만 6948달러의 상금을 획득했다. 캐디는 ‘톱10’ 상금 17만 895달러의 7%인 1만 1962달러를 인센티브로 받았다. 그리고 22번의 컷 통과로 번 상금 27만 6053달러의 5%인 1만 3802달러를 보너스로 받았다. 주급 1000달러에 보너스를 합치면 모리야 캐디의 일년 수입은 세금을 떼기 전 5만 4765달러다. 여기서 경비 3만 5000달러에 세금과 보험료를 떼면 남는 게 없다. 그래서 한 푼이라도 벌려면 상금랭킹 40위 이상의 선수를 만나야 하는 것이다.

LPGA투어 캐디들은 보통 8명이 함께 움직인다. 그래야 경제적이다. 집과 렌트카를 공유한다. 일주일 기준 집 한 채를 빌리는 데 일인당 430달러씩 내야 한다. 그리고 차 2대 렌트를 위해 일인당 100달러씩 걷는다. 식사는 대형 마트에서 구입한 재료로 직접 해먹는다. 여기에 일인당 125달러씩 갹출한다. 항공료는 일인당 250달러 정도다. 이를 계산하면 일주일에 평균 905달러 정도를 쓴다. 캐디들은 일년에 평균 25개에서 30개 대회에 출전하는 데 주당 1000~1200달러를 쓴다. 이를 계산하면 경비는 연간 2만 5000달러에서 3만 6000달러에 달한다.

캐디들에게 신나는 때는 매년 10월 시작되는 ‘아시안스윙’ 때다. 말레이시아와 한국, 중국, 대만, 일본 등지를 도는데 항공부터 숙식, 심지어 이동까지 모두 공짜다. 이 대회들은 컷오프가 없다. 나가기만 하면 무조건 돈을 받는 대회다. 반대로 하와이나 바하마 등지에서 경기가 열릴 때면 지출이 늘어난다. 일주일에 평균 1500달러 이상을 써야 한다. 항공료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상금랭킹 40위 밖의 캐디들은 배우자의 수입에 의존하거나 부업을 해야 한다. 이민지의 캐디인 제레미 영은 LPGA투어 선수출신인 헤더 보위 영과 결혼했다. 그녀는 레슨으로 돈을 벌어 남편을 지원하고 있다. 둘은 선수와 캐디로 만나 결혼에 골인했다.

캐디들은 경기가 없을 때도 선수 곁을 지켜야 한다. 선수가 드라이빙 레인지에서 연습 볼을 때릴 때도 마찬가지다. 또한 가족과 떨어져 미국을 포함한 15개 나라를 돌아다녀야 한다. “Show Up, Keep Up, Shut Up”을 성경 구절 외듯 해야 한다. 수학자에 심리학자, 지도 제작자에 보디가드, 셰르파의 역할도 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엔 문자로 해고를 통보받는 경우가 잦다. 심지어 크리스마스 이브에 전화로 잘리는 경우도 있다. 그래도 사람이 좋고 여행이 좋은 이들은 투어에 남는다. 이강래(칼럼니스트)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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