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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상현의 축구화(靴/話)] (16) 네이마르의 알려지지 않은 축구화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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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브라질 리우에서 열린 나이키 하이퍼베놈 런칭행사에서 바르셀로나 행이 결정된 네이마르가 하이퍼베놈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나이키]


브라질 월드컵을 1년 앞둔 2013년 5월, 유럽축구 2012-2013시즌이 막 끝나고 컨페더레이션스컵이 개최될 무렵이었다. 축구계에는 두 가지의 큰 소식이 발표됐다. ‘브라질의 신성’으로 불리던 네이마르가 소속팀 산투스를 떠난다는 것과 당시 나이키축구화 중에서 큰 인기를 얻었던 ‘토탈 90(Total 90)’이 단종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두 뉴스의 주인공이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만났다. 바로 나이키축구화 ‘토탈90’의 후속모델인 ‘하이퍼베놈(Hypervenom)’의 공개행사. 당시 개발에 참여했던 웨인 루니,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를 제치고 바르셀로나로 이적이 발표된 네이마르가 메인모델로 나선 것이다.

이미 하이퍼베놈이 등장하기 전(네이마르가 이적하기 전)부터 인터넷에는 네이마르가 이상한 축구화를 신고 연습에 임하는 장면이 포착되었다. 몇 달 뒤 거액의 이적료를 받고 바르셀로나로 이적하게 될 네이마르를 알아본 나이키의 선견지명이었을까? 공교롭게도 네이마르의 유럽시장 진출과 하이퍼베놈의 공개가 겹치며 나이키로선 최고의 광고 효과를 가져왔다. 하이퍼베놈은 네이마르라는 스타를 등에 업고 나이키의 인기 모델이었던 ‘토탈90’의 후속작이라는 부담을 가볍게 털어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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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키축구화 토탈90의 후속작으로 출시된 하이퍼베놈. [사진=나이키]


나이키는 네이마르를 새로운 유형의 공격수라 칭하고 ‘하이퍼베놈’ 역시 새로운 유형의 축구화라고 소개했다. 슈팅의 정확도를 중심으로 개발된 ‘토탈90’과는 달리, 하이퍼베놈은 빨라지는 축구 속도에 맞춰 공격수의 민첩함을 콘셉트로 개발됐다.

기술적으로도 혁신적이었다. 유연한 메쉬 위에 얇게 얹힌 나이키스킨은 독특한 패턴으로 주목을 끌었고, 착용감에서도 선수들로부터 인정을 받았다. 아웃솔 역시 엄지발가락 부분이 갈라진 스플릿 토우(Split Toe)를 적용해 민첩함이라는 콘셉트에 맞게 공격수로 하여금 순간적으로 빠른 움직임이 가능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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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출시된 나이키 하이퍼베놈1(좌)과 2015년 5월 출시된 하이퍼베놈2(중). 그리고 2016년 5월 갑피가 변경된 하이퍼베놈2(우). [사진=나이키]


이렇게 새로운 바르셀로나 스타를 앞세운 나이키 하이퍼베놈은 그를 위한 다양한 한정판을 출시하며 축구팬들에게도 인기를 얻었다. 네이마르의 어릴 적 이야기를 담은 하이퍼베놈 골드, 하이퍼베놈 리퀴드 다이아몬드 등. 이어 2015년 5월에는 두 번째 모델이 나왔다. 역시 메인모델은 네이마르였지만 축구화 갑피에 큰 변화가 생겼다. 낙서를 한 듯한 사선들이 디자인적인 효과를 내어 시선을 끌긴했지만 첫 번째 모델과는 달리 다소 유연성이 떨어지는 갑피가 적용된 것이다. 이에 나이키풋볼 풋웨어 부문 부사장 맥스 블라우(Max Blau)는 "선수들이 하이퍼베놈의 첫 번째 모델에 상당히 만족하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나이키가 그보다 더 나은 것을 만들어 내지 말란 법은 없다"며 변화에 대한 큰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로부터 4개월 뒤 한 매체rk 공개한 사진에는 네이마르가 다른 축구화를 착용하고 연습하는 모습이 노출되었다. 그는 나이키의 ‘머큐리얼 베이퍼(Mercurial Vapor)’를 착용했다. 아무리 같은 브랜드라 해도 메인모델로 나선 선수가 다른 제품을 착용한 것이 작은 이야깃거리는 아니었다. 브라질 산투스 시절 착용하던 베이퍼의 착용감을 잊지 못한 것이었을까? 아니면 큰 변화를 단행한 하이퍼베놈의 두 번째 제품이 맘에 안 들었던 것일까? 네이마르를 비롯해 하이퍼베놈2를 착용하던 오바메양, 만쥬키치, 이스코 등 많은 선수들이 나이키 머큐리얼로 축구화를 갈아신었다. 이에 나이키는 선수들에게 하이퍼베놈의 디자인을 입힌 머큐리얼 축구화를 지급하며 큰 불은 껐다. 이른바 ‘베이놈(머큐리얼 베이퍼과 하이퍼베놈의 합성어)’이 등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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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키 머큐리얼 베이퍼에 하이퍼베놈의 디자인을 입힌 베이놈 축구화를 착용한 네이마르. [사진=네이마르 인스타그램]


이듬해 5월 결국 나이키는 하이퍼베놈2의 실수를 인정하고 하이퍼베놈2의 갑피형태를 이전버전의 것으로 변경한 제품을 출시했다. 10월에는 네이마르와 농구황제이자 나이키 최고의 브랜드 ‘조던(Jordan)’과 콜라보레이션한 ‘하이퍼베놈2 네이마르X조던 한정판’을 출시하며 ‘하이퍼베놈2 사태’는 일단락되는 듯했다.

하지만 2016년 12월 캄프 누에서 열린 엘클라시코에서 네이마르는 다시 머큐리얼 베이퍼를 착용하며 하이퍼베놈과의 작별을 암시했다. 이어 올해 2월에 새롭게 출시된 나이키 하이퍼베놈3의 공개 티저에서는 더 이상 네이마르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그 자리는 지난 시즌 분데스리가에서 득점왕을 차지한 피에르 오바메양(도르트문트)에게 돌아갔다.

나이키는 네이마르만을 위한 머큐리얼 베이퍼 제작에 들어갔고, 지난 7월 프리시즌에서 그가 착용하며 세상에 공개되었다. 공개 직후 마침 네이마르의 PSG이적이 결정되며 또 한번 성공적인 광고 효과를 가져왔다. 하이퍼베놈에 이어 또 한번 네이마르의 이적시기에 신제품을 출시한 나이키. 과연 우연의 일치일까? 아니면 치밀하게 계산된 마케팅 전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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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G 입단행사에서 네이마르가 자신만을 위한 나이키 머큐리얼베이퍼 시그니처 에디션을 착용하고 있다. [사진=PSG 홈페이지]


* 글쓴이 이상현은 신발 아웃솔 전문 디자이너로 활동 후, 현재 3D프린팅 맞춤인솔 전문회사인 ‘피츠인솔’에서 설계 디자인을 담당하고 있다. 축구화에 대한 남다른 열정으로 개인블로그와 페이스북 페이지를 운영 중이다. 디자이너와 축구팬의 관점에서 축구화에 대한 다양한 스토리를 전하고 싶어한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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