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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드컵지역예선] '우드번 데뷔골' 웨일스, 오스트리아 1-0 제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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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일스, 그리고 리버풀의 특급 유망주 벤 우드번이 이 경기의 유일한 골이 된 슈팅을 시도하고 있다. [사진=FIFA 공식 홈페이지]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이혁희 기자] 웨일스가 3일 오전(한국시간) 웨일스의 밀레니엄스타디움에서 열린 월드컵 유럽 지역 예선에서 오스트리아를 상대로 1-0 승리를 거뒀다.

이날 승부를 결정지은 선수는 레알 마드리드의 슈퍼스타 가레스 베일도, 아스날의 미드필더 아론 램지도 아니었다. 1999년생의 촉망 받는 유망주로, 이미 소속팀 리버풀에서도 팀내 최연소 득점기록을 갈아치운 바 있는 벤 우드번이 인상적인 A매치 데뷔골을 기록했다.

나란히 승점 8점으로 D조에서 세르비아와 아일랜드에 밀려 3, 4위를 기록 중인 두 팀은 이번 경기에서 패배한다면 사실상 플레이오프 티켓이 주어지는 2위 진입이 요원해지는 상황이었다. 때문에 오스트리아도 원정 경기임에도 홈 경기처럼 강한 공세를 펼쳤고, 웨일스는 특유의 스리백을 바탕으로 한 역습 축구에 치중했다. 오스트리아는 소속팀(바이에른 뮌헨)에서와는 달리 국가대표팀에선 중앙 미드필더로 출전하는 다비드 알라바를 중심으로 중원 장악을 해나갔다. 웨일스는 점유율에서 3:7로 밀리는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꾸준히 최전방의 샘 보크스의 머리를 노리는 긴 패스를 시도했다. 보크스가 경합에 성공하면 2선의 베일이나 램지가 슈팅을 시도하는 패턴이었다.

오스트리아 공격은 대부분 알라바를 거친 후 측면의 마르코 아르나우토비치에게 연결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20분경 웨일스의 골키퍼 웨인 헤네시가 무리하게 패널티박스 밖으로 뛰쳐나오자 아르나우토비치가 달려들어 공을 빼냈다. 웨일스의 수비진들이 달려들어 막아내는 데는 성공했지만, 이후로도 헤네시는 불안한 볼 처리를 남발하며 수비진을 긴장하게 했다.

반면 웨일스 공격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베일은 전반 내내 거의 주목 받는 일이 없었다. 보크스가 따낸 공중볼을 램지가 도맡아 무리하게 처리하느라 베일의 기회가 적기도 했지만, 베일 정도 되는 선수라면 좀 더 다양하고 파괴적인 공격을 시도할 수 있었어야 했다. 26분경 기가 막힌 힐패스로 벤 데이비스에게 일대일 찬스를 만들어 준 것이 전반전 베일이 빛났던 유일한 모습이었다.

웨일스의 헤네시 골키퍼만큼이나 오스트리아의 하인츠 린드너 골키퍼도 안정감이 떨어지는 모습이었다. 그 앞에서 성공적으로, 특히 보크스와 공중볼 경합을 잘 해주던 백전노장 세바스티안 프뢰들이 27분 허벅지 통증으로 교체 아웃된 이후 수비진은 집중력을 잃어갔다. 프뢰들을 대신해 데뷔전을 치르게 된 98년생의 유망주 케빈 단소는 잔뜩 긴장한 모습을 보였다. 결국 교체 투입된지 5분도 채 지나지 않은 32분경, 단소가 제대로 처리해내지 못한 공이 램지를 맞고 골키퍼 쪽으로 향했다. 램지가 자신있게 시도한 로빙 슈팅이 골대를 맞고 나갔기에 망정이지 끔찍한 데뷔전을 치를 뻔했다. 결국 양팀 모두 전반 내내 좋은 기회를 두세 차례 창출했음에도 결정력의 부재를 드러내며 유효슈팅 없이 전반전을 마무리해야만 했다.

후반전 양상도 전반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오스트리아가 중원을 장악하고 몰아친 후 웨일스가 역습을 시도하는 방식이 반복되었다. 웨일스는 최전방의 베일까지 수비에 가담하며 실점하지 않고자 하는 의지를 보였다. 68분에도 오스트리아의 원톱 공격수 마르틴 하르닉에게 일대일 찬스가 만들어졌으나 어느새 패널티박스까지 내려온 베일이 깔끔하게 태클해내며 과거 수비수로 뛰었던 모습을 재현했다.

선발 출전한 선수들로 승점을 따내기 힘들다고 먼저 판단한 쪽은 홈팀 웨일스였다. 69분경, 공중볼 경합 말고는 별다른 이점을 보이지 못한 보크스를 빼고 종종 승부를 가르는 결정력을 보여준 바 있는 할 롭슨-카누를 투입했다. 연이어 무난했지만 특출나지 못했던, 2선의 톰 로렌스를 빼고 공격수 벤 우드번을 출전시켰다. 우드번의 첫 국가대표 데뷔전으로, 앞서 교체 출전한 오스트리아의 수비수 단소와 함께 두 신예가 공수에서 맞대결을 가지게 되었다.

교체카드는 완벽하게 적중했다. 웨일스가 두 장의 교체카드를 동시에 쓴 지 얼마 안 된 73분, 램지가 더 좋은 위치를 잡고 사인을 보냈음에도 우드번이 골대와 약간 거리가 있는 상황에서 자신감있게 슈팅을 시도했다. 오른발로 힘껏 밀어찬 슈팅은 그대로 오스트리아의 골문 구석으로 빨려들어가며 골망을 뒤흔들었다. 골키퍼들이 가장 막기 까다로워하는, 다리와 팔 사이, 애마하게 낮게 깔리는 완벽한 슈팅이었다. 1999년생의, 이제 갓 데뷔전을 치르는 유망주라고 보기 힘들 정도의 테크닉이었다.

우드번은 지난 2016년 여름, 잉글랜드 리그컵 8강 리즈 유나이티드와의 경기에서 클럽 데뷔골을 기록해 기존의 마이클 오언이 가지고 있던 17세 143일의 기록을 98일이나 앞당긴 바 있다. 이후 웨일스뿐 아니라 잉글랜드 축구협회도 이 떠오르는 신예에게 공개적으로 구애를 해왔다. 우드번은 잉글랜드와 웨일스의 접경지대인 체셔 주(州) 출신으로, 같은 고향 출신인 오언이 잉글랜드 대표팀으로 뛴 것을 감안하면 삼사자 군단의 유니폼으로 갈아입는 것도 충분히 가능했다. 하지만 우드번은 꾸준히 자신을 청소년 대표 때부터 발탁해준 웨일스의 유니폼을 입기로 결정했고, 이번 경기에서 환상적인 데뷔골을 터트리며 웨일스의 믿음이 헛되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우드번의 선제골 이후 오스트리아는 더욱 더 바짝 공세를 올렸다. 여전히 공격 작업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던 아르나우토비치가 78분경 알라바의 침투 패스를 받아 힘있게 슈팅했으나 수비의 핵심 애슐리 윌리엄스가 몸을 사리지 않는 육탄방어로 슈팅을 막아냈다. 꾸준히 웨일스가 근 몇 년간 보여왔던, 선수단 능력은 조금 떨어질지언정 그만큼 더욱 악착같이 달려드는 투쟁심을 압축해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오스트리아도 뒤늦게 공격적인 교체 카드를 사용했다. 79분 공격형 미드필더 마르첼 사비처를 빼고 미하엘 그레고리슈를 투입했으나 타이밍을 놓친 교체였다. 남은 시간도 촉박했고, 그레고리슈는 우드번처럼 번뜩이는 한방도 보여주지 못했다. 오히려 오스트리아는 무리하게 공격을 시도하다 위험한 역습 찬스를 번번히 내줬다. 92분경 오스트리아의 총공세를 수비해낸 웨일스가 재빠르게 오스트리아 진영으로 넘어갔다. 교체 투입된 롭슨-카누가 수비수 한 명만을 달고 있는 상황에서 슈팅을 무리하게 시도했다. 옆에서 완전히 자유롭게 위치해 있던 베일에게 패스하는 쪽을 택했다면 쐐기골도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었다. 결국 카누의 욕심으로 추가골은 터지지 않았고, 우드번의 데뷔골이 그대로 결승골이 되며 경기는 종료되었다.

동시간대 벌어진 경기에서 조지아와 아일랜드가 1-1로 승부를 가리지 못하며 승점 3점을 획득한 웨일스는 아일랜드와의 격차를 2점으로 좁히는 데 성공했다. 이로써 오스트리아는 사실상 월드컵 진출이 불가능해졌고, 웨일스는 마지막까지 플레이오프 티켓 획득을 위한 불씨를 지켜나갈 수 있게 되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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