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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한동해오픈의 뱃지와 키다리아저씨 15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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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신한동해오픈 3라운드에서 김진성의 모자에 착용된 '키다리아저씨'뱃지.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인천)=남화영 기자] 장이근(24), 김진성(28), 변영재(23). 세 명의 선수가 16일 10:19분에 인천 서구 베어즈베스트청라골프클럽 USA-오스트랄아시아 코스(파71 6953야드) 10번 홀에서 3라운드 티오프를 했다. 그런데 그들의 모자 왼쪽에는 공통적으로 자그마한 타원형 뱃지가 하나씩 붙어있었다.

올해로 33회를 맞은 한국남자프로골프(KPGA)투어 제33회 신한동해오픈(총상금 12억원)에서 예선을 통과한 71명의 선수들 중에 15명이 이같은 뱃지를 착용하고 라운드를 했다. 일본어로 회사명이나 사람 이름이 가운데 써 있고 신한동해오픈 영문로고가 가장자리에 둘러 새겨져 있었다.

이 대회를 만든 창립 멤버 중에 15명이 예선을 통과한 선수 중 메인 후원사가 없는 한국 국적 선수들에게 이틀간 모자에 달고 경기를 펼치면 선수들에게 수백만원 정도 대회 경비를 후원해준다는 것이다.

뱃지의 궁금증이 드디어 풀렸다. 메인 후원사가 없는 선수들을 응원하는 이틀간의 키다리아저씨였던 것이다. 신한금융그룹 사회공헌팀 이정 차장은 “멘토와 멘티 개념으로 선수와 후원자를 연결한다는 개념”이라면서 “대회의 창립 의도를 살리기 위한 자발적인 참여로 이뤄진 것으로 크게 홍보하거나 할 사안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일요일에 대회를 마치면 후원사는 자신의 회사나 이름을 달고 뛴 선수와 악수하고 기념촬영 한 번 하는 것으로 이틀간 뱃지의 의무는 종료된다. 대신 선수는 적지않은 후원금을 챙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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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동해오픈이 열린 1981년에 모였던 창립 멤버 일부는 매년 이 대회를 찾는다.


신한동해오픈은 1981년 일본 관서지방에 거주하는 재일교포들이 고국의 골프계와 친선 도모를 위해 만든 대회다. 창립 당시만 하더라도 한국 골프는 아시아에서 주목할 수준은 아니었다. 교포들은 국제적인 선수를 배출해 한국 골프에 이바지하고 싶다는 염원으로 자금을 조성해 당시 국내 최고 상금인 1500만원을 내걸었다. 일본에서 고국을 보려면 동해를 바라봐야 한다고 해서 대회 이름은 ‘동해오픈’에서 시작됐다.

신한동해오픈은 해를 거듭할수록 상금을 꾸준히 늘렸고 대회 규모를 키웠다. 1986년 1억원으로 상향되었고, 2002년 5억원으로 껑충 올랐다. 2011년 10억원에서 지난해부터는 국내 최고 수준인 12억원까지 늘었다. 이 대회가 30년 이상 역사를 이어올 수 있었던 건 든든한 후원사를 만났기 때문이다. 신한금융그룹은 1989년 동해오픈의 타이틀 스폰서로 나선 이래 우리나라 초유의 순수 민간자본은행인 신한은행과 제일투자금융, 신한증권이 공동 주최로 이 대회의 후원사가 됐고 상금과 규모는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매해 대회마다 대회 창립자들은 대한해협을 건너 대회장을 찾는다. 주최측은 1번 홀에서 선수들이 티오프하는 뒤에 의자를 배치해 이들을 우대한다. 올해 이들이 ‘키다리아저씨’로 나선 것이다. 대회에서 우승하는 선수는 2억1600만원의 상금과 함께 트로피와 영예를 얻지만, 2등부터 70명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하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그중에는 메인 후원사 없이 출전하는 선수들도 많다.

33년을 이어온 신한동해오픈이 미래에 성장할 선수들을 후원하고 격려하는 데도 관심을 잃지 않는 점은 평가할 만하다. 애초 재일교포들이 동해를 바라보면서 대회를 설립한 의도 역시 고국을 생각하는 마음에서 출발했다. 이틀간 뱃지의 의미도 크게 다르지 않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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