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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리가 4R] '제 2의 바카' 무리엘 데뷔골..세비야 지로나 원정 1-0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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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골을 기록한 세비야의 '제 2의 바카' 루이스 무리엘. [사진=세비야 공식 홈페이지]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이혁희 기자] 지로나가 세비야에게 패하며 라리가 상위권팀의 높은 벽을 체감했다. 17일 오후 11시 15분(한국시간) 지로나의 홈 몬틸리비에서 열린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4라운드에서 세비야에게 0-1로 패배했다.

맨체스터 시티 임대생들 뿐만 아니라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강등당한 미들즈브러 선수들도 데려온 지로나는 그에 걸맞은 경기를 했다. 전형적인 스페인식 패스 축구보다 측면과 높이를 활용한, 가깝게는 스페인 바스크와, 멀게는 잉글랜드 스타일로 경기를 풀어나갔다. 제공권에 강점이 있는 공격수 크리스티안 스투아니의 머리를 노린 크로스로 경기 초반 세비야를 압박했다. 특히 스리백 전술에서 우측 윙백으로 나선 조안 모히카의 빠른 속도를 살린 측면 돌파가 주된 루트였다.

하지만 세비야는 다년간의 유럽 대회 경험으로 자국 내의 축구뿐만 아니라 잉글랜드 등 다양한 축구를 접한 팀다웠다. 지로나 정도의 팀이 구사하는 전방 압박과 크로스 전술에 크게 당황할 팀이 아니었다. 대신 유럽 대회를 감안하여 어느 정도의 로테이션이 이루어진 선발 명단이었고, 따라서 수비 조직력에 약간의 결함이 있었기에 미드필더인 에베르 바네가가 수비 라인까지 내려와 공을 받고 패스를 풀어나갔다. 이에 지로나도 세비야 패스의 중심줄인 바네가를 강하게 압박했으나, 바네가의 탈압박 능력은 지로나 미드필더들을 유유히 빠져나갔고, 옆에서 수비에 힘을 실어주는 파트너는 유럽 최고의 하프백인 스티븐 은존지였다.

하지만 세비야도 공격 작업에서는 순조롭지 못했다. 구단 역사상 최고 이적료인 2천만 유로(약 271억원)를 들여 영입한 공격수 루이스 무리엘은 아직 홀로 공격을 이끌 재량이 부족했고, 측면 공격수로 출전한 왈테르 몬토야도 중앙으로 상당히 좁혀 들어와 있었다. 양 풀백 또한 공격적으로 오버래핑하지 않았기에 세비야는 은존지나 바네가가 공을 획득해서 중앙으로만 반복해서 공을 보내는 패턴이 반복되었다. 유일하게 측면과 중앙을 활발히 오가며 공격의 템포를 끌어올린 선수는 측면 공격수 파블로 사라비아였다. 드리블 시도는 없었지만 경기 내내 뛰어난 위치 선정과 스피드를 활용해 공격의 물꼬를 틔웠고, 전방 압박도 훌륭하게 수행했다.

결국 두 팀은 득점에 실패한 채 전반을 마무리했다. 다만 전반 종료 직전까지 바네가가 치명적인 전진 패스를 두어 차례 성공하며 후반전을 앞두고 예열을 완료했다.

후반전이 시작하자 세비야의 원톱 무리엘이 좀 더 활발하게 움직였다. 좀 더 고립되었던 전반전에 비해 보다 오프사이드 라인을 넘나들며 언제든 패스를 받을 준비를 했다. 결국 후반 7분만에 간소의 침투 패스를 받은 무리엘이 슈팅을 시도했지만 지로나의 백전노장 고르카 이라이조즈 골키퍼가 깔끔하게 선방해냈다. 이어진 후반 9분 프리킥 찬스에서도 무리엘이 다시 한 번 골문을 노리고 슈팅했으나 골키퍼 앞에서 뚝 떨어지는, 골키퍼들이 가장 까다로워한다는 공을 다시 한 번 침착하게 펀칭하며 기회를 무산시켰다. 아틀레틱 빌바오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노장의 품격이었다.

후반전 중반에 접어들자 두 팀은 교체를 통해 분위기 변화를 노렸다. 후반 18분, 세비야는 한 차례 기회를 제외하고 이렇다 할 기여를 하지 못한 간소를 빼내고 프랑크 바스케스를 투입했다. 좀 더 역동적인 선수의 투입으로 무리엘에게 공간을 만들어줄 수 있는 교체였다. 한편 지로나도 후반 22분, 그 동안 볼 경합을 훌륭히 해줬으나 고립되는 경향이 있던 스투아니를 빼고 창조적인 플레이에 기여할 수 있는 알레이스 가르시아를 출전시켰다.


결과적으로 교체카드가 적중한 쪽은 세비야였다. 후반 23분 지로나의 공격 찬스에서 지로나의 크로스를 모히카가 헛발질로 슈팅으로 이어가지 못하자 곧장 세비야가 역습을 감행했다. 교체 투입된 바스케스가 라인을 따라 침투하는 무리엘을 정확히 포착하고 중거리 패스를 시도했다. 큰 견제 없이 패스를 받은 무리엘은 이라이조즈 골키퍼와 일대일로 대면하자 주발인 오른발이 아닌 왼발로 반박자 빠른 슈팅을 시도했다. 이라이조즈도 오른발 슈팅을 예상한 듯 왼발 슈팅 공간을 다소 비운 것이 패착이었다. 이라이조즈와 골대 사이의 좁은 공간으로 슈팅이 정확하게 빨려 들어가며 무리엘이 라리가 데뷔골을 터트리는데 성공했다. 세비야로서도, 무리엘 본인으로서도 앞서 세비야에서 뛰며 라리가를 호령했던 공격수 카를로스 바카(現 비야레알)를 잇는 콜롬비아산 공격수 계보의 신호탄과도 같은 골이었다.

선제골을 허용한 후, 후반 29분 지로나는 최고의 기회를 맞이했다. 경기 내내 세비야의 우측면을 위협했던 윙백 모히카가 역습 상황에서 기가 막힌 스피드로 다소 빠른 패스를 받아내는 데 성공했고, 그 스피드를 살려 그대로 세비야 수비수들을 속인 후 침투하는 페레 폰스에게 아주 침착한 패스를 보냈다. 폰스 또한 골대 구석을 노리는 정확한 슈팅을 시도했으나 몸을 던진 세비야의 센터백 클레망 랑글레에 막혀 무산되었다. 팬들도 전부 기립했다가 탄식하며 주저앉은, 경기 중 득점에 가장 근접한 순간이었다.

지로나는 그 후로도 계속 빠르게 공격을 시도했다. 홈에서 1점차 뒤지는 상황이기에 어느 정도의 조급함도 이해가 되었지만, 여전히 20분 넘게 시간이 남아있었고 그들은 그 전까지 모히카를 활용한 측면 공격에서 어느 정도 해법을 찾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1부 리그 경험의 부족 탓인지, 그들은 너무 빨리 조급했고 때문에 선수들은 패스와 침투에 있어서 완급 조절에 거의 완전히 실패했다. 세비야의 수비진을 보호하고 리드하는 은존지는 그 부분에 있어 완전히 노련한 플레이를 보였다. 조급해진 지로나의 공격을 간파하고 곧장 미드필더와 수비수 사이에서 자리를 잡고 수비를 전두지휘 했다. 본인이 직접 압도적인 피지컬로 공격을 막아내거나, 뛰어난 위치 선정으로 지로나의 템포를 끌어내렸다. 볼 경합에서 대부분 승리했을 뿐만 아니라 92%의 패스성공률을 기록하며 수비 진영에서 안정적인 볼 배급에 기여했다.

다만 종료가 임박한 후반 44분, 경기의 승부를 한 번에 뒤바꿀 수 있는 상황이 발생했다. 패널티 박스 안에서 세비야의 센터백 다니엘 카리소가 공중볼을 처리하려다 발이 높이 들었고, 주심은 위협적인 상황으로 판단, 지체 없이 패널티킥을 선언했다. 90분 내내 거의 완벽한 수비를 보인 세비야로서는 승점 3점이 물거품이 되기 직전이었고, 지로나로서는 천금같은 동점골을 기록할 기회였다. 키커로 나선 선수는 경기 내내 지로나 측에서 가장 정확한 패스를 뿌려준 알렉스 그라넬이었다. 하지만 슈팅은 골대 상단을 강타하며 그대로 튕겨 나오고 말았다. 그 이후 무언가가 벌어지기엔 너무 촉박한 시간이었고, 결국 세비야는 무리엘의 선제골을 지켜내며 원정 경기 승리를 거머쥐는데 성공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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