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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2대회 취재기] (상) 이런 탁구도 있다 - ‘관객이 아니라 방청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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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우드 스튜디오 입구(왼쪽)와 지난 19일 대회준비에 한창인 경기장 모습.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조호르바루)=유병철 기자] 3억 명으로 추산되는 전 세계 탁구동호인들 사이에서 2017년 하반기 제법 화제가 되고 있는 대회가 하나 있다. 이른바 ‘T2(티투)’. 공식적으로는 ‘T2 APAC’다. T2는 탁구의 영어명칭인 테이블테니스(Table Tennis)에서 나왔고(현지에 와서 굳이 확인했다), APAC은 아시아태평양(Asia-Pacific)의 준말이다. 그러니까 ‘티투아팩’, 혹은 ‘티투’로 불린다. ‘24분룰’이라는 특이한 경기방식에, 중계방송도 없는데(한국이 그렇다. 중국, 일본 등에는 중계가 된다고 한다), 세계적인 선수들이 총출동해 멋진 경기를 펼쳐 소셜미디어에서 큰 화제가 됐다.

주말마다 탁구를 즐기는 동호인으로, 2003년 주세혁의 세계선수권 은메달(역대 남자단식 한국 최고 성적)과 2004년 유승민의 아테네올림픽 금메달을 지켜본 탁구 저널스리스트로 이 대회를 현장 취재하기로 결심했고, 주세혁 등 한국선수들의 협조를 받아 드디어 4라운드(9월 19~23일)를 풀타임 커버하게 됐다.

# intro - 조호르바루까지

싱가포르행 비행기에서 포스코에너지의 전지희(25)를 만났다. 그는 얼마전 타이베이 하계유니버시아드 대회에서 한국탁구 사상 처음으로 3관왕에 오른 한국여자탁구의 에이스다. 주세혁(37 삼성생명), 양하은(23 대한항공)과 함께 T2에 초청을 받은 3인의 한국선수 중 한 명이다. 그동안 경기장에서만 봤는데, 사복 차림이 훨씬 멋졌다.

전지희는 중국 청소년국가대표 출신으로 김형석 감독(포스코에너지)의 권유로 2008년 한국에 건너와 2011년 귀화했다. 한국말은 물론이고, 중국어가 유창했는데 덕분에 중국계가 주도하는 이번 T2대회 취재에 많은 도움이 됐다. 공식연습일인 19일 아침 싱가포르 창이공항에 도착해, 전지희와 함께 차량으로 말레이시아 조호르바르의 푸테리 항에 위치한 지정호텔로 이동했다. 싱가포르에서 말레이시아로 넘어가는 가는 입출국절차는 차량 안에서 여권을 확인하는 간단한 절차였다.

# 대회 장소

19일 오후 파인우드 스튜디오(체육관이 아니다)에서 열린 공식연습을 취재했다. 인상적인 것은 장소였다. 올림픽, 세계선수권, 아시안게임 등을 모두 취재했는데 탁구는 보통 대형 실내체육관에서 열린다. 탁구대가 20대 이상 들어갈 정도로 넓은 것이 보통이다. 이런 체육관이 없으면 대회가 개최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탁구계의 상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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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2 대회장소인 파인우드 스튜디오의 조감도. 2가 중계화면에 나오는 경기장이고, 6이 연습장, 1은 VIP공간, 3이 방청객석이다.


그런데 파인우드 스튜디오는 말 그대로 스튜디오다. 허허벌판에 스튜디오 건물 몇 동이 들어서 있었다. T2대회장 외의 다른 스튜디오를 슬쩍 돌아보니, 말레이시아의 음악방송 녹화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제작되고 있었다. 경기장으로 들어가니 중앙에 붉은색 카페트 위에 경기용 탁구대 하나가 중심에 있고, 80석 남짓의 방청석(bleacher)과 쇼파 등으로 특이하게 생긴 VIP존이 양 옆으로 마련돼 있었다. 이는 유투브의 중계 화면에서 본 그대로다.

보이지는 않는 곳은 그 뒤로 대회 운영진의 오피스 공간, TTX라운지, 그리고 탁구대 6대가 놓인 연습공간이 있었다. 이곳에서 미즈타니 준, 하리모토 토모카즈(이상 일본), 블라디미르 삼소노프(벨라루스), 폴 드링크워터(영국), 주세혁, 양하은, 전지희(이상 한국), 류페이, 류딩쉬오(이상 중국) 등 세계랭커들이 몸을 풀는 중이었다.

선수들이 몸을 푸는 사이 중계진은 리허설에 한창이었다. 벌써 4번째 라운드인데도 하나하나 꼼꼼히 체크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9대의 카메라가 돌아가고, ENG카메라와 고프로 등은 별도로 촬영한다. 중계기술도 할리우드 수준이라고 한다. 이러니 멋진 화면이 나올 수밖에. 중국과 유럽에는 계약을 맺은 TV채널을 통해 생중계되고, 일본은 딜레이로 중계된다. 물론 한국은 아직이다.

현장을 총괄하는 T2의 제프 추 커미셔너는 “T2는 탁구의 상업적 가치를 재발견하고, TV에 최적화된 흥미로운 영상을 팬들에게 전하는 게 최대 목적이다. 그래서 관중을 위한 입장권이 없다. 초대를 받은 방청객만 있을 뿐이다. 딱 하나의 탁구대에서, 최고의 선수들이, 최고의 탁구경기를 펼치고, 팬들은 이에 몰입하는 것이다”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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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2리그는 모든 것에 T2로고가 새겨져 있다. 탁구대의 경우, 복식이 없는 까닭에 네트 외에 탁구대를 가로지르는 선도 없다.


# T2 궁금증 풀이

하나. 비공인 이벤트?

먼저 T2를 흥미 위주의 이벤트 대회로 아는 사람이 많은데 그렇지 않다. 국제탁구연맹(ITTF)과 아시아탁구연맹(ATTF)가 공식 승인한 탁구리그다. 창설배경을 알면 이는 당연지사다. T2는 상하이의 성공한 사업가이자 탁구마니아인 프랭크 지(50)가 2017년 6월 론칭했다. 생활체육으로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탁구가 상업적인 면에서는 영 뒤떨어져 있다고 판단, 상금 175만 달러를 들여 신개념 스포테인먼트 탁구리그를 마련한 것이다. 프랭크 지는 자신이 설립한 해운회사, 시마스터(SEAMASTER)를 통해 2015년부터 탁구에 대대적인 후원을 하고 있다. 2016년 여자월드컵 타이틀스폰서, ITTF 스타어워즈와 월드투어 그랜드파이널(도하) 후원사를 맡았고, 2017년부터는 월드투어와 4년 후원 및 전략파트너 계약을 맺었다. 이쯤이면 T2가 국제탁구계의 공인은 물론이고, 든든한 지원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둘, 리그 방식

경기방식은 이렇다. 단체전이 기본인데 외르겐 페르손(스웨덴), 장지아량(중국), 미카엘 메이스(덴마크), 외르그 로스코프(독일) 등 '레전드'들이 각각 팀 페르손, 팀 제이제이, 팀 메이스, 팀 로시 등 4개 팀의 ‘캡틴’을 맡았다. 이들이 세계적인 탁구선수들 중 남녀 3명씩을 지명하는 드래프트 방식으로 팀을 구성했다(한 팀에 6명).

4개팀은 매 라운드마다 3경기씩 풀리그를 치른다. 총 6라운드를 치르니 모두 216매치다(한 선수는 다른 팀의 선수들과 2번씩 겨루는 꼴이다). 이렇게 페넌트레이스를 거쳐 1, 2위팀과 남녀부 개인 1~4위를 결정해 12월에 그랜드파이널 12경기를 치른다. 단체 우승팀과 남녀 개인 1위가 결정되는 것이다. 순위는 매치 승패가 아니라 세트(게임) 득실차에 의해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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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공식 연습일에 참가한 팀 JJ의 전지희(왼쪽, 포스코에너지)와 팀 메이스의 양하은(오른쪽, 대한항공). 양하은은 중계팀의 고프로 카메라를 착용한 모습이다


셋, 신개념 24분룰

특이한 것은 24분룰이다. 이게 좀 생소한 까닭에 이해가 필요하다. 탁구는 세트수나 랠리에 따라 경기시간이 들쑥날쑥이다. T2룰은 한 경기가 30분 정도에 끝날 수 있도록 새로운 룰을 고안해냈다. 24분 이내라면 10세트를 해도 모두 인정된다. 즉, 세트스코어 4-0이라고 해도 아직 24분이 안 됐다면 추가 세트를 진행한다. 1~3라운드를 보니 한 선수가 일방적으로 이긴다고 해도 최대 5-0(세트스코어)이었다.

복잡한 것이 마지막 세트 진행이다. 2분 이상이 남으면 새로운 세트에 돌입하고, 세트 중 시간이 다 되면 당시 스코어 그대로 세트의 승패가 가려진다. 동점일 경우 1포인트로 승부를 내는 서든데스가 실시된다. 2분 미만이 남았을 경우는 ‘킬존’이라는 5점제 세트가 실시된다.

참고로 이렇게 시작이 다 되면 매치가 종료되다 보니 세트 스코어 2-2 같은 무승부 매치도 나온다(원래 탁구에는 무승부가 없다).

경기를 콤팩트하게 진행하기 위해, T2에는 듀스 개념이 없다. 10-10 혹은 4-4라면 마지막 득점을 올리는 선수가 세트를 가져가는 것이다. 또 불필요한 시간을 줄이기 위해 볼이 멀리 날아가면 볼보이(선수당 3명)가 즉시 새공을 던져준다. 6점마다 주어지는 땀을 닦는 시간과 작전타임(1분 1회, 시간 정지)도 최소화했다. 심판이 “타임!”을 외치면서 선수는 급히 테이블로 와 경기를 펼쳐야 한다. 세트당 휴식시간은 기본적으로 20초 정도로 짧고(시간 흐름), 2세트 후에만 1분의 브레이크타임(시간 정지)이 주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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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ITTF월드투어에서 역대 최연소 우승 기록을 세운 일본의 하리모토 토모카즈(오른쪽)가 아버지와 함께 연습을 하고 있다. 하리모토는 아버지와 어머니가 중국 탁구선수 출신으로 중국어에 능통하다.


# outro - 머니 이야기

24명의 세계랭커는 여자는 평균 3만 달러, 남자는 5만 달러의 출전료를 받는다. 여기에 매치 당 1,000달러의 승리수당이 별도로 있다(무승부는 500달러). 선수 한 명이 한 라운드에서 3회, 6라운드까지 18회의 매치를 치르니 전승을 하면 최대 1만 8,000달러를 추가로 받을 수 있다. 여기에 12월에 열리는 그랜드파이널에 별도의 상금이 있다고 한다. 이런 식으로 상금만 탁구 사상 최대인 175만 달러가 걸린 것이다. 여기에 선수들의 항공료, 숙식비, 중계비용. 대회장 렌탈비 등을 포함하면 대회 총 경비는 400만 달러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수입은 그 액수가 정확히 알려지지 않은 영상(중계권) 판매만 있으니, 일단 무조건 적자라고 봐야 한다.

* [T2대회 취재기]는 (중)편으로 이어집니다. <편집자 주>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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