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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리가 11R]'화력 실종' AT마드리드, 답답한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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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즌부터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중원의 핵심으로 자리 잡은 사울 니게즈. [사진=아틀레티코 마드리드 공식 트위터]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이혁희 기자] 시즌 개막 이후 단 1패. 심지어 리그에선 패배가 없다. 하지만 승리보다 무승부가 많았다. 2점차 승리는 고작 2경기 뿐이었다. 리그는 3위로 쳐져있을 뿐더러 챔피언스리그에서는 조별 예선 탈락의 위기에 놓여있다. 최근 4시즌 중 2번이나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오른 팀답지 않은 행보다. '시메오네의 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모습이다.

5일 오전 12시 15분(한국 시간) 스페인 리아소르에서 열린 데포르티보 라 코루냐(이하 데포르티보)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라리가 11라운드 경기가 아틀레티코의 1-0 승리로 끝났다. 아틀레티코의 미드필더 토마스 파티가 후반 47분 터트린 버저비터 골로 승리했지만 팀은 승리할 자격이 부족했다. 데포르티보가 홈에서 짜임새 있는 경기를 준비해온 공도 있지만 아틀레티코 자체적으로도 승리할 자격이 없는 경기력이었다. 과거 원정길에서, 홈팀이 조금이라도 공격적으로 나서면 특유의 질식 수비 이후 치명적인 역습으로 승리를 거머쥐었던 아틀레티코의 모습은 온 데 간데 없었다.

문제는 이런 모습이 이번 경기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올 시즌 내내 아틀레티코가 보여준 문제점은 꾸준히 동일했다. 그 부진의 원인을 크게 세 가지 정도로 짚어볼 수 있다.

#공격진의 화력 감소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전술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두 줄 수비'다. 하지만 축구에서 승리와 우승을 위해선 단지 지지 않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두 줄 수비'와 함께 아틀레티코를 수식했던 단어가 '공격수 양성소'였다. 과거 '엘 니뇨' 페르난도 토레스부터 세르히오 아게로, 디에고 포를란, 라다멜 팔카오, 디에코 코스타에 이어 현재 아틀레티코의 공격을 이끄는 앙투안 그리즈만까지. 숨막히는 수비 이후 마지막으로 숨통을 끊어 놓는 득점을 기록해주는 선수들이 있었기에 아틀레티코는 발전을 거듭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시즌 개막을 앞두고 그리즈만을 둘러싼 이적설이 아틀레티코를 괴롭혔다. 잉글랜드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7번'의 새로운 주인을 위해 거금을 베팅했다. 결국 잔류를 천명했지만 이후 그리즈만의 집중력이 눈에 띄게 떨어졌다. 본인은 이적설과 부진이 전혀 무관하다고 주장했으나, 개막 이후 그의 활약이 실망스러운 것도 사실이었다.

거기에 파트너들의 부진도 함께했다. 투톱 파트너 중 토레스는 이제 너무 노쇠했고, 케빈 가메이로는 기복도 심했고 그리즈만과 동선이 자주 겹치는 문제가 생겼으며, 앙헬 코레아는 교체 출전할 때에는 '슈퍼 서브'로 톡톡히 활약했으나 선발 출전 때의 영향력은 미미했다. '돌아온 탕아' 디에고 코스타는 1월에야 선수 등록이 가능한 상황이다.

파트너들의 위력이 떨어지니 자연스럽게 상대 수비수들의 견제는 그리즈만에게 쏠렸다. 그리즈만이 제 실력을 발휘해 압박을 벗어나더라도 또 다른 선수의 압박이 이어졌다. 그리즈만이 압박을 벗어나기에 급급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득점력이 급감했다.

#주축 선수 부상과 대체 선수의 부진
그리즈만이 사실 그렇게 공을 자주 잡을 필요는 없었다. 미드필더의 핵심 코케가 정확한 왼발 킥력으로 볼을 배급하고, 윙어 야닉 카라스코와 풀백 필리페 루이스가 빠르고 정확한 드리블로 공을 전방으로 운반했다. 그리즈만은 패널티 박스 주변에서 마무리 역할만 맡아도 충분했다. 하지만 세 선수가 나란히 부상으로 이탈하며 그리즈만이 3선 혹은 수비진들에게 직접 공을 받는 빈도가 늘어났다. '축구의 신'이라는 리오넬 메시조차도 과거 후방으로 내려와 공을 이어받는 역할을 소화할 때 득점력이 감소했는데, 그리즈만이 어쩔 방도가 없었다.

지난 해 받은 징계로 올 여름 선수 등록이 불가해지면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이들의 후보 선수들을 데려오지 못했다. 카라스코를 대신할 수 있는 측면 공격수 비톨로 역시 그 이유로 라스 팔마스로 임대를 떠난 상태다. 지난 시즌 영입되었던 니콜라스 가이탄은 카라스코를 위협하긴 커녕 처참한 경기력으로 스스로 주전의 자격이 없음을 증명한지 오래다.

기대를 받으며 유스팀에서 콜업되었던 중원 자원 토마스 파티는 여전히 유망주 수준에 머물러 있다. 혜성처럼 나타나 지난 시즌부터 주전으로 도약, 공수의 핵심으로 자리잡은 사울 니게스만이 중원에서 제몫을 다해주고 있지만 혼자 힘만으로는 부족하다.

#'질식 수비' 압박의 실종
거기에 중원의 또 다른 사령관인 가비와 풀백 후안프란의 노쇠화까지 겹쳤다. 각각 83년과 85년생으로 30대를 넘긴 두 선수는 왕년의 기동력을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특히 오른쪽 풀백 후안프란의 부진이 심화되며 왼쪽 풀백 필리페 루이스에게 부담이 가중되었다. 결국 결과는 무리한 운동량으로 인한 햄스트링 부상으로 이어졌다.

타이트한 수비 대형 형성과 그 유지를 핵심 철학으로 삼는 아틀레티코에게 기동력 저하는 치명적이다. 두 줄 수비는 팀이 하나의 유기체처럼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고 압박을 통해 공간을 계속 잠식해 나갈 때 위력을 발휘한다. 현대 축구에서 가장 중요한 두 포지션인 중앙 미드필더와 풀백이 그 기능을 상실한다면, 시메오네의 팀은 와해된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자본이 지배하는 유럽 축구계를 그들만의 철학과 뚝심으로 뒤흔든 신흥 강호다. 철학이 담긴 수비 전술과 감독의 지도력이 더해져 2010년대 축구계에 파란을 몰고 왔다.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가 양분하던 라리가에 세번째 강자로 등장했다. 몇 시즌, 제법 길게 반짝였던 팀이 될지, 앞으로도 꾸준히 빛날 빅클럽으로 우뚝설지 그 첫번째 고비에 서있다. 시메오네 감독 특유의 '보스' 카리스마가 빛을 발할 때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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