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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종훈의 빌드업] (35) ‘Made by 수원’ 전세진-최정훈, 프로성공의 가능성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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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진(좌)과 최정훈(우)이 내년 시즌 프로 무대에 도전한다. [사진=정종훈]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정종훈 기자] 올 시즌에도 수원삼성은 신인의 활약에 함박웃음을 지었다. 이종성, 구자룡 등이 수비 라인의 주축으로 성장했고, 유주안과 윤용호는 데뷔골을 넣으며 가능성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잘 알려진 대로 수원은 최근 긴축재정에 따라 모기업의 지원을 줄이고, 자생력을 키우기 위해 이름값 있는 선수들보다는 자체적으로 길러내는 유소년 시스템에 투자하고 있다. 그 결과 매 시즌 ‘깜짝 스타’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 18일 한국프로축구연맹은 각 클럽 우선지명을 발표했다. 수원은 매탄고(수원삼성 U-18)에서 전세진(18)과 최정훈(18)을 호출했다. 그렇다면 다가오는 시즌에도 수원의 매탄고 출신 유망주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특히 올 시즌 매탄고가 괄목할 만한 성적을 냈기에 더욱 그렇다. 매탄고는 올해 2월 춘계연맹전 2연패를 시작으로, 경기도지사기 고등부 축구대회, K리그 주니어 A조 전기리그 1위, 전반기 왕중왕전 우승까지, 나가는 대회마다 정상에 올랐다. 이 과정에서 전세진과 최정훈은 중심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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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진(10번)이 지난 전반기 왕중왕전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사진=정종훈]


■ 전세진: #매탄고_10번 #득점력 #드리블 #피지컬 #멘탈

‘매탄고 10번’. 짧은 전통이지만, 이 번호의 의미는 크다. 김종우, 권창훈, 김건희, 윤용호, 유주안 등이 10번의 계보를 이었는데, 이 선수들이 팬들에게 진한 인상을 남겨서다. 올 시즌 전세진도 '매탄고 10번'으로 통했다. 주장 완장까지 차면서 상징성은 더 짙어졌다.

전세진에 대한 팬들의 기대감은 이미 크다. 중요한 경기 기록지에서 전세진 이름 석 자는 늘 빠지지 않았다. 전세진의 가장 큰 장점은 ‘한방’인데, 한 경기에 많은 득점을 몰아치기보단 팀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득점 한방으로 분위기를 가져왔다. 지난해 후반기 왕중왕전 결승, 올 시즌 춘계연맹전 결승, 전반기 왕중왕전 결승 경기가 이에 해당한다. 큰 경기에서 남들이 긴장할 때 전세진은 오히려 그 분위기를 즐겼고, 역이용했다. 매탄고 주승진 감독은 결승 때면 항상 “(전)세진이는 큰 경기에 강하다. 저건 정말 타고났다(웃음)”라고 언급했다. 이렇듯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날엔 전세진의 골이 함께 했다.

전세진의 진가는 페널티박스 내에서 드러난다. 화려한 테크닉보다는 순간순간 수비수의 타이밍을 뺏는 드리블과 끝까지 직접 마무리 지으려는 집념까지. 다른 관점에서는 ‘굳이 무리하지 않고, 주고 들어가면 되지 않나’라고 반문할 수도 있으나, 결국 전세진이 가진 이런 과감함이 득점력이라는 장점을 가져왔다. 주승진 감독은 “남들보다 수가 높다. 예측불허의 플레이를 한다. 미들 라인에서는 다소 비효율적일 수 있으나, 20~25m 이내로 진입해 경쟁 또는 돌파할 수 있는 지역에서 세진이의 진가가 나온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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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승진 감독과 전세진은 중학교 시절부터 함께 했다. [사진=정종훈]


일각에서는 피지컬에 대한 아쉬움을 나타냈다. 모 관계자는 “아직 고교 무대에서는 크게 부각되지 않고 있지만, 성인 무대는 완전히 다르다. 부족한 힘과 스피드를 기르는 것이 프로 무대 성공의 관건”이라고 평했다. 실제로 전세진은 180cm/62kg로 다소 마른 체격에 속했고, 이는 대표팀에 다소 늦게 발탁된 이유 중 하나였다(지난해 8월 대표팀 첫 발탁). 볼을 내주는 타이밍이나 직접 도전하는 상황 선택지에서 판단의 속도를 더 빠르게 가져가야 할 필요성이 있다. 이런 것을 바탕으로 노련한 수비수의 강한 압박 속에서도 얼마나 유연하게 대처할지는 앞으로 두고 봐야 할 점이다.

주승진 감독은 멘탈에 초점을 맞췄다. 주 감독은 “기술적인 부분은 나무랄 때가 없다. 다만 일희일비하지 않고 꾸준해야 한다. 대표팀 스페인 전지훈련 때도 한 번 멘붕이 와서 흔들렸다고 하더라”고 설명했다.

전세진은 이제 냉혹한 프로 세계에서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 본인은 “최전방 공격수보다는 쉐도우나 측면 공격수를 선호한다”라고 어필했다. 수원의 주 포메이션인 3-5-2에서 최전방 두 자리를 염기훈과 조나탄으로 꾸린다고 생각했을 때 남은 자리는 단 하나다. 산토스, 다미르, 윤용호 등이 그 자리에서 경쟁하고 있고, 최근에는 이용래까지 명함을 내밀었다. 전세진의 자신감은 넘치지만, 경쟁이 뜻한 대로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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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훈은 올해 춘계연맹전에서 우승과 함께 최우수선수상을 수상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 최정훈: #알짜배기 #클래식_윙어 #윙백 #세밀함 #크로스

최정훈은 전세진에 비해 스포트라이트가 덜했다. 최정훈도 전세진과 함께 1학년 때부터 줄곧 팀에서 기회를 받아오며 성장했다. 중동중 졸업 후 매탄고에 입학해 매 시즌 차곡차곡 경험치를 끌어올렸다.

최정훈은 팀 내에서 알짜배기로 통한다. 지난해에는 주로 최전방과 측면 공격수로 오갔고, 올 시즌에는 오른쪽 윙백까지 포지션을 추가했다. 주승진 감독은 경기가 풀리지 않을 때마다 최정훈의 위치 변화로 팀의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유동적으로 포지션을 소화하는 최정훈이 팀 입장에서는 쏠쏠한 자원이었다.

최정훈은 클래식한 윙어 유형의 선수다. 빠른 스피드를 앞세워 저돌적이고 직선적인 드리블로 수비수를 휘젓는다. 측면에서 침투하는 타이밍과 공간을 잘 활용하는 편이며 크로스의 질도 괜찮다. 최근에는 측면 수비수 출신인 주승진 감독의 지도를 받아 미흡했던 수비력도 올라왔다는 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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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훈이 지난해 전반기 왕중왕전 신갈고와의 경기에서 기뻐하고 있다. [사진=정종훈]


단, 아직까진 세밀함이 떨어진다. 모 관계자도 “기술적으로 아주 떨어지는 것은 아니나 다소 투박한 것이 단점”이라고 동의했다. 직선적인 유형의 선수는 제한적이기 때문에 노련한 수비수가 간파하기 편하다. 이 때문에 세밀함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공격 루트를 찾아야 한다. 주 감독도 최정훈의 습관을 바꾸는 데 한창이다.

“아직 세밀함이 부족하다. 크로스를 올릴 때 감아서 차야 할지, 밀어서 줘야 할지 등 구질 선택이 다양해야 하는데, 아직까진 부족하다. 정훈이의 유형이 속된말로 ‘치달’인데, 이런 경우에는 볼이 멀어지면 소유할 수 없다. ‘볼을 세워두지 말고 조금씩 밀면서 활용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성인이 되면 본인이 눈을 뜨지 않을까 싶다.” (매탄고 주승진 감독)

올 시즌 수원은 오른쪽 윙백에 확고한 주전을 찾지 못했다. 고승범과 장호익이 로테이션으로 시즌을 소화했지만, 뚜렷한 인상을 주지 못했다. 더군다나 고승범이 내년 시즌 U-23 규정을 채우지 못한 점을 감안한다면 오른쪽 윙백 포지션에 대한 고민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이러한 이유로 U-23 규정상황에 따라서 최정훈에게 기회가 주어질 가능성은 있다. 다만 전술적으로 많은 생각을 요하는 포지션이기 때문에 단번에 적응하는 데에는 쉽진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두 선수에게 모든 가능성은 열려있다. 고교 무대에서 일정 수준까지 올라온 이상, 성장의 폭을 늘려가기 위해선 새로운 무대의 자극이 필요한 시점이다. 대학 무대를 거치지 않고 곧장 프로 무대로 향하기 때문에 분명 ‘적응’이라는 어려움도 따를 것이다. 수원은 이미 전세진과 최정훈에게 R리그를 통해 조금씩 적응의 시간을 제공하고 있다. 기회를 잡기 위해 다급할 법도 하지만 옛말에 ‘급할수록 돌아가라’고 했다. 차근차근 다진다면 또 다른 프랜차이즈 스타 탄생을 기대해도 좋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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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부천과의 경기에서 전세진이 최정훈에게 주장 완장을 넘기고 있다. [사진=정종훈]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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