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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골프상식 백과사전 85] 롤렉스 여자 골프 랭킹의 계산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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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위에 올랐던 선수들. 왼쪽부터 신지애, 쩡야니, 크리스티 커,수잔 페터슨(1위에 올랐던 적은 없다). 미야자토 아이.


[헤럴드경제 스포츠팀=남화영 기자] 박성현(24)이 지난 6일자로 한국 선수로는 네 번째로 세계 여자 골프 최정상에 올랐다. 신지애(29)가 처음 세계 골프랭킹에 오른 게 2010년5월3일. 그로부터 한국 선수는 박인비(29), 유소연(27)을 이어 새로운 세계 최고를 배출하게 된 것이다.

지난주까지 세계 2위였던 박성현은 지난 6월26일부터 19주의 정상을 유지한 유소연(8.38점)을 0.03점 차이로 제치고 평균 8.41점으로 세계 정상에 올랐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 올해 데뷔한 루키가 세계 1위에 올라선 것은 역대 최초의 사건이기도 하다.

애초 박성현이 세계 1위에 오를 수 있다는 뉴스(헤럴드경제)는 일요일 오전에 나왔으나 정작 공식 발표는 화요일에 나왔다. 일요일에 집계되기로는 당시 10위에 올라 있던 유소연이 다른 선수와 한 명과 최종 6위를 이내이면 순위가 유지되고, 다른 두 명과 공동 6위이거나 혹은 그 이하이면 순위가 바뀐다는 계산이 나왔다.

하지만 순위가 바뀔 수 있다는 보도가 나가자 논란이 일었다. 박성현이 국내에 머물러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메이저 대회인 하이트진로챔피언십에 출전하고 있었고 성적은 19위에 그쳤는데 어떻게 세계 1위에 오르게 되느냐는 것이 의혹의 중심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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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년간 리디아 고(회색)는 1위에서 8위로, 유소연(녹색)과 박성현(검정색)은 1,2위로 올라섰다. [자료=롤렉스랭킹]


롤렉스 랭킹은 도대체 어떤 원리로 작동되기에 우승 없이도 세계 랭킹 순위가 바뀔 수 있다는 예측이 가능했을까? 또한 올해 1월에 세계 1위였던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는 우승은 없었지만 상위권에 성적은 유지했는데 어떻게 순위가 꾸준히 하락해 8위까지 내려앉은 것일까?

롤렉스 세계여자 골프 랭킹은 남자 골프랭킹이 발표된 1986년에서 20년 뒤인 지난 2006년에 등장했다. 남자골프랭킹이 미국프로골프(PGA)투어를 비롯한 전세계 6대 골프 투어 기구가 합작으로 만드는 것과는 달리 롤렉스여자랭킹은 LPGA투어를 비롯해 유럽여자투어(LET),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KLPGA, 호주여자프로골프(ALPGT), LPGA 2부투어인 시메트라투어, 중국여자프로골프(CLPGA), LET 2부 리그인 엑세스시리즈(LETAS)까지 무려 여덟 개의 세계 투어기구에서 매주 성적을 보내서 종합과 평균 랭킹 포인트를 부여한다.

포인트를 주는 여덟 개 투어는 2년의 성적을 포인트로 환산해 반영한다. 방식은 남자 랭킹과 비슷하다. 최근의 데이터일수록 가산점이 있고, 시간이 지나면 서서히 배점의 영향력이 낮아진다. 출전하는 선수들은 랭킹의 합산에 의한 평균 필드력(SOF: Strength of Field)을 바탕으로 한다. 즉 세계 랭킹이 높은 선수들이 많이 출전하는 대회일수록 그만큼 필드력 즉, SOF지수가 높아지는 것이다.

지난주 일본에서 열린 토토재팬클래식은 LPGA-JLPGA 공동 주관 대회였다. 당시 세계 2위 박성현을 제외하고 세계 골프랭킹 1, 3, 4위 등이 상위랭커가 다수 출전했다. 게다가 세계랭킹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 일본 선수들도 대거 출전했다. 한국 대회보다 SOF지수가 월등히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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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렉스는 세계 1위에게는 캐디에게 초록의 빕을 착용하게 한다. 중국 블루베이LPGA에서 박성현 캐디 데이비드 존스가 입고 출전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에서 열린 하이트진로챔피언십보다 세계 랭킹에 반영되는 평균 점수치도 높았다. 게다가 하이트진로 대회에서 박성현은 3라운드에서 20위, 마지막날에는 19위로 큰 차이가 없었다. 한국 대회에서의 점수가 전체 순위 변화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 배점 영역이었다는 말이다.

매 대회마다 SOF지수가 달라지지만, 예외적인 경우도 있다. LPGA투어의 5개 메이저와 미국과 유럽의 2부투어 그리고 중국투어는 애초에 정해진 우승 및 랭킹 포인트를 미리 정해두었다. 메이저 대회라면 이미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출전하므로 SOF는 최대치일 테고 거기에 가산점을 준다. 반면 2부투어는 애초에 워낙 SOF가 작기 때문에 하한선을 보장해주는 의미가 있다.

세계 여자 골프 랭킹이 처음부터 지금과 같은 배점 방식을 취한 것은 아니다. 처음 랭킹이 나왔던 2006년2월에는 선수들이 출전한 대회의 랭킹에 따라서만 평가되었다. 그리고 2년 내에 출전했던 대회는 적어도 15개 이상이 되어야 유효한 수치였다. 하지만 이에 따라 랭킹을 추산했더니 큰 문제가 발생했다.

모건 프레셀은 아마추어이던 2005년 US여자오픈에서 2위를 했고, 역시 아마추어 미셸 위는 13세에 각종 대회에 초청 출전하면서 순위에 들었는데 애초의 방식대로 하다보니 미셸 위가 세계 3위에 덜커덕 오른 것이다. 프로 대회 우승도 없는 아마추어가 세계 3위라는 결과에 투어 선수들이 발끈했다.

롤렉스 랭킹 위원회는 급히 임시 회의를 소집해서 2006년8월2일에 배점 알고리즘을 변형했다. 우선 최소 대회수를 없앴다. 대신 퀄리파잉 대회를 치른 프로 선수에게 자격을 주는 방식을 적용했다. 또한 2년(104주)안에 최소한 35개 대회에 출전한 데이터들이어야 랭킹이 유효하도록 했다. 종종 오랜 병가(메디컬 익스텐션)를 내고 쉬는 선수들이 높은 순위를 유지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열심히 투어 활동을 하는 현재 선수들의 랭킹으로 개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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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위는 8개국에서 12명의 선수만 가졌다.


6일 발표된 롤렉스 랭킹에 따르면 한국 선수는 500위 이내에 161명, 100위 이내에 41명, 톱10에는 4명(박성현, 유소연, 전인지 6위, 김인경 7위)이 올라 있다. 하지만 현재의 배점 방식이 완벽하지는 않다. JLPGA 선수들에게 과도한 포인트를 부여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일본에서 활동하는 선수들은 자체 투어 생활만 하는 경우가 많은데 과대평가를 받는다는 의견이 많다.

올해로 12년째를 롤렉스 세계여자 골프 랭킹의 역사를 보면 한국의 위력이 절대적임을 알 수 있다. 8개국에서 총 12명의 세계 1위가 탄생했다. 한국 선수는 신지애(25주), 박인비(92주), 유소연(19주)을 거쳐 박성현까지 4명이 137주 동안 정상에서 태극기를 휘날리게 됐다. 하지만 이는 로레나 오초아(멕시코)가 제위를 누렸던 158주에는 못 미친다. 쩡야니(대만)가 136주, 리디아 고(뉴질랜드)가 104주 동안 세계 정상을 지켰다.

원조 골프여제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은 1999년부터 세계 최고에 올라 무려 10년 이상 세계 여자 골프계를 호령했으나 랭킹 1위를 유지한 기간은 60주에 그친다. 이 제도가 2006년에 시작했기 때문에 그의 전성기는 아예 순위가 없다. 소렌스탐은 2007년4월22일까지 세계 정상에 있었고 이후 제위를 오초아가 쟁취했다. 소렌스탐은 그로부터 1년반 정도를 활동한 뒤 2009년1월12일에 세계 3위로 공식 은퇴했다.

오초아는 이후 158주동안(2010년5월2일) 세계 1위를 유지했다. 그녀는 결혼과 함께 은퇴를 발표한 5월10일보다 한 주 전에 스스로 랭킹에서 물러났다. 그래서 엄밀히 따지면 은퇴할 때는 세계 2위였고, 신지애가 1위로 올라 있었다. 제위를 스스로 양위한 오초아의 배려가 아니었나 짐작된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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