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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BA] 최연소 MVP, 그러나 부상 잔혹사 - ‘흑장미’ 데릭 로즈의 이야기
[헤럴드경제 스포츠팀=배성문 기자] 2008년 NBA 신인 드래프트 1순위, 해당 시즌 신인상에 이어, 두 시즌 뒤인 2010-2011시즌에는 최연소로 MVP까지 수상한 NBA의 수퍼스타가 있다. 그런데 이런 화려했던 과거와는 달리 최근 모습은 안타깝기 그지 없다. 계속되는 부상에 지난 시즌에는 팀을 무단이탈 했고, 팀과 합의를 했다지만 올 시즌 역시 팀에서 이탈하며 은퇴까지 고려했다. 그랬던 그가 다시 코트로 돌아올 준비를 하고 있다. ‘흑장미’ 데릭 로즈(28 클리블랜드)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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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 불스 시절의 데릭 로즈. 이때가 좋았다. [사진=데릭 로즈 페이스북]


■ 화려했던 데뷔와 최연소 MVP 영예… 짧디 짧던 전성기

로즈의 데뷔 시즌은 화려했다. 2008년 신인드래프트 1순위로 시카고 불스의 유니폼을 입은 로즈는 마이클 조던 이후 시카고의 프랜차이즈 스타가 될 자질을 충분히 갖고 있었다. 2008-2009시즌 81경기를 소화하며 평균 37분 동안 16.8점 3.9리바운드 6.3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올해의 신인에 선정된다. 이후에도 로즈의 상승세는 계속된다. 차기 시즌에는 평균 36.8분으로 출전 시간이 아주 소폭 줄었다. 그럼에도 평균 득점은 20.8점으로 올랐고, 리바운드와 어시스트는 각각 3.8개와 6.0개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루키 시즌보다 훨씬 리그와 팀에 적응한 듯했다.

짧은 슛 거리가 약점으로 지적됐지만 돌파가 워낙 뛰었나고, 출중한 어시스트 능력까지 겸비했기에 3점슛까지 필요해 보이지 않았다.

세 번째 시즌이던 2010-2011시즌은 그의 커리어의 방점을 찍은 시즌이다. 81경기를 출장하며 가장 많은 출전 시간인 평균 37.4분 동안 코트를 누볐다. 모든 기록들도 동반 상승했다. 평균 25.0득점에 4.1개의 리바운드, 7.7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데뷔 두 시즌 동안 평균 0.2개에 그치며 약점으로 지적되던 3점슛까지 경기당 평균 1.6개(33.2%)로 유일하다 싶었던 약점까지 보완했다.

괄목할 만한 성장세로 팀의 리더가 된 로즈는 소속팀 시카고를 동부컨퍼런스 1위에 올려 놓는 기염을 토했다. 이런 맹활약에 힘입은 그는 MVP 투표에서 120장의 1위표 중 113장을 받으며 1,182점을 획득했다. 2위 드와이트 하워드(1위표 3장, 643점)와 3위 르브론 제임스(1위표 4장, 522점)를 압도적인 점수 차로 제치며 정규리그 MVP에 선정된 것이다. 22세에 MVP를 수상한 것은 NBA 역사상 처음이었다. 더불어 조던 이후 시카고 선수로는 13년 만에 MVP에 올라 주가는 치솟았다.

플레이오프 무대에서도 로즈의 맹활약은 이어졌다. 인디애나 페이서스를 4승 1패로, 애틀랜타 호크스를 4승 2패로 연달아 물리치며 조던 시대 이후 처음으로 시카고를 컨퍼런스 파이널 무대에 올려놓기도 했다. 르브론 제임스와 크리스 보쉬를 영입하며 기존의 드웨인 웨이드와 함께 ‘빅3’를 구축한 마이애미와의 컨퍼런스 파이널에서는 약세가 예상됐다. 하지만 보란듯이 예측을 뒤집으며 1차전을 승리로 이끌었다. 이후 4경기를 내리 패하며 대망의 NBA 파이널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로즈는 플레이오프 16경기 평균 40.6분을 뛰며 27.1점 4.3리바운드 7.7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정규리그 이상의 임팩트를 남겼다.

그의 실력과 스타성을 확인한 시카고도 5년간 9,430만 달러의 초대형 연장 계약을 맺었다. 비로소 시카고에도 ‘조던 시대’ 이후 ‘로즈 시대’가 열리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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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닉스 시절의 데릭 로즈. [사진=데릭 로즈 페이스북]


■ ‘유리몸’ 오명에 각종 구설까지


2011-2012시즌에도 로즈는 평균 21.8득점 3.4리바운드 7.9어시스트라는 준수한 기록을 써내며 팀을 2년 연속 컨퍼런스 1위에 올려놨다. 플레이오프 1차전 상대도 8위로 간신히 올라온 비교적 약체인 필라델피아를 만나 수월한 2라운드 진출이 예상됐다. 필라델피아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 경기에서 로즈는 23점 9리바운드 9어시스트로 트리플더블급의 맹활약을 펼쳤다. 그런데 99-87로 승리를 눈 앞에 둔 1분여를 남긴 상황에 로즈는 공격을 끝내고 무릎을 부여잡았다. 왼쪽 무릎 전방 십자인대 파열이었다.

이는 부상 악령의 시작이었다(시카고는 해당 경기에서 승리를 가져갔지만, 이후 주전 센터 조아 킴 노아까지 발목 부상으로 아웃되며 2승 4패로 필라델피아에게 덜미를 잡혀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로즈는 2012-2013시즌을 통째로 쉬며 재활에 전념했다. 코트에 돌아올 날을 기다리며 인고의 시간을 보냈다. 마침내 돌아온 2013-2014시즌에도 복귀 10경기 만에 또 다시 부상을 당했다. 이번엔 오른쪽 무릎 반월상 연골 파열이었다. 운동능력을 주무기로 삼았던 그가 두 번 연속 무릎 부상을 당하며 팬들은 ‘그의 농구 인생은 끝났다’며 더 이상 이전의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없을 것이라 예상했다.

좋지 않은 여론과 상황 속에서도 로즈는 수술과 재활을 병행하며 칼을 갈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2014-2015시즌에도 무릎 부상에 발목을 잡혀 51경기 출장에 그쳤고, 차기 시즌에는 출장 경기수가 소폭 늘어 66경기를 소화했지만 역시 부상으로 전 시즌을 건강하게 치르지는 못했다.

이런 로즈를 시카고는 더 이상 기다려주지 않았다. 2016년 여름 로즈는 트레이드를 통해 뉴욕 닉스 유니폼을 입게 된다. 그 해 여름 로즈는 한국을 방문했는데, 한국에서 미국으로 돌아간 뒤 곧바로 성폭행 스캔들에 휘말린다. 그는 결백을 주장했고,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소송 기간 동안 팀 훈련에 참여하지 못하며 뉴욕에서의 첫 시즌을 맞는 첫 단추부터 어긋나는 듯했다.

우여곡절 끝에 뉴욕에서 시즌을 치르게 된 로즈는 평균 32.5분 동안 18점 3.8리바운드 4.4어시스트로 부활의 날개짓을 펼쳤다. 우려했던 부상 재발도 없었다. 하지만 지난 1월 구단에 통보도 없이 무단으로 경기에 불참했다. 그는 뒤늦게 “고향인 시카고에 가족을 만나러 다녀왔다”고 해명했지만 구단과의 모든 연락을 끊고 훈련도 아닌 시즌 경기에 무단으로 불참한 그를 향한 시선이 곱지만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시즌 막바지였던 지난 4월 또 다시 무릎 부상을 당하며 수술대에 올랐다. 당시 시즌을 마치고 FA자격을 얻을 예정이던 그에게 악재가 아닐 수 없었다. 구단들은 당연히 ‘건강한’ 로즈를 원하기 때문. 지난 시즌마저 부상으로 시즌아웃 된 ‘유리몸’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채 FA를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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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블랜드 이적 후 데릭 로즈. 헤어스타일도 참 많이 변했다. [사진=데릭 로즈 페이스북]


■ 두 번째 팀 이탈… 결국은 농구!

LA 레이커스, 클리블랜드 등 복수의 구단과 미팅을 가졌지만 쉽사리 로즈와 계약하려는 구단은 없었다. 하지만 클리블랜드는 지난 6월 말 주전 가드였던 카이리 어빙(25 보스턴)의 갑작스러운 트레이드 요청으로 가드진에 비상이 생기며 로즈와 계약을 맺었다. 계약 규모는 베테랑 미니멈 규모인 1년 210만 달러. ‘한때’지만 리그를 호령하던 그가 쉽게 수용할 수 있는 계약은 아니었다. 하지만 로즈는 유리몸의 오명을 씻고, 부활의 신호탄을 쏴올릴 수 있는 기회로 여기며 이 굴욕적인 계약을 받아들였다.

로즈는 올 시즌 첫 번째 경기인 보스턴 전에서 14점을 보태며 승리에 일조했다. 전성기의 모습은 아니었지만 충분히 팀에 보탬이 됐다. 하지만 두 번째 경기인 밀워키 전에서 이내 부상을 당했다. 가벼운 부상이었기에 4경기 결장 뒤 곧장 복귀했다. 이후 5경기를 내리 출장했지만 추가로 2~3주 진단을 받으며 로스터에서 이름을 내렸다(로즈는 올시즌 7경기 평균 26.8분을 출장하며 14.3점 2.6리바운드 1.6어시스트를 기록했다).

문제는 로스터에서만 빠진 것이 아니었다는 사실. 지난 뉴욕에서의 팀 이탈에 이어 또 한 번 팀을 떠난 것. 다만, 이번 이탈은 ‘앞날에 대해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며 구단과 상의를 마친 뒤 행해졌다. 클리블랜드 관계자는 “로즈가 계속되는 부상에 지쳤고, 정신적 부담이 크다”고 전했다. 이에 팀 동료인 제임스와 드웨인 웨이드는 “그가 어떤 선택을 하던 행복하길 바란다”며 그의 선택을 존중했다.

약 2주 동안의 방황(?)을 마친 로즈는 현재 클리블랜드로 돌아와 있다. 팀에 합류해 재활에 매진하고 있다. 팬들은 더 이상 그에게 MVP 시절의 퍼포먼스를 기대하지 않는다. 그저 마음을 다잡고 다시 돌아온 만큼 건강한 모습으로 그가 좋아하는 농구를 계속 할 수 있기를 바란다. ‘부활’에 조급해하지 않고 천천히, 여태껏 그랬듯 쓰러져도 다시 일어나는 모습을 말이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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